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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지 감수성에 결국 좌초한 안희정…범여권 몸사리기 교훈될까

여야 막론한 타산지석 소재지만 '방어하는 측' 집권후반기의 위기요소 의미 더욱 커

임혜현·박성현 기자 | tea@·psh@newsprime.co.kr | 2019.09.09 11:08:51

안희정 전 충청남도 지사.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지위를 이용해 수행비서를 간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청남도 지사가 결국 대법원에서도 유죄로 인정됐다. 대법원은 항소심의 판결 그대로 징역 3년6개월을 확정한다고 9일 선고했다.

대법원 2부는 9일 피감독자 간음·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강제추행 등 안 전 지사의 혐의 내용을 확정했다.

1심에서는 무죄 판결은 받았던 안 전 지사가 결국 2심에서 유죄 판결 및 법정구속까지 된 데 이어 결국 상고심에서도 그대로 2심 내용이 확정되면서, 정치적 재기는 실질적으로 희박한 확률이 됐다는 풀이가 나온다.

1심은 김씨의 피해진술을 믿을 수 없다며 무죄를 인정했지만, 2심은 "피해진술에 일관성이 있어 신빙성이 인정된다"며 유죄로 판단한 바 있다. 대법원도 "김씨의 피해진술을 믿을 수 있다"며 2심 판결의 손을 들어준 것.

즉 이번 판결의 의미는 성인지 감수성의 논리가 확고해졌다는 점, 그리고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도덕 관념(특히 성모럴)의 기준이 대단히 높아졌다는 점을 확실히 선언했다는 점에 있다.

앞서 항소심 논리는 "안씨는 권력적 상하관계로 김씨가 적극 저항하지 못하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을 이용해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점을 인정하고, 김씨에게 일부 사회에서 요구한 '피해자다움' 논리를 공박한 바 있다. 즉 항소심은 성행위 이후 김씨가 안씨의 지시를 따라 식당을 알아보는 등 범행 뒤 보인 행동이 "피해자답지 않다"고 공격한 안씨 측 주장을 "편협하다"고 일축했었으며, 대법원도 이를 이번에 수긍한 셈이다.

성폭력 피해자의 반응은 하나로 정형화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대법원의 판례를 항소심에서는 인용한 바 있는데, 이를 재차 대법원이 인정하면서 성인지 감수성이 위상을 더욱 높이게 됐다는 평이다.

한편 정치인과 권력적 인물에 대한 상하관계의 악용 이슈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단죄할지에 대한 모호성도 이제 이번 사건의 일단락으로 정리된 느낌이다.

법적인 의미 외에 정치적으로 한층 강력한 규제 기준이 표준화됐다는 것이다. 특히 원조 친노 인물이자 광역지방단체장으로서 차기 대선 주자급으로까지 평가받던 사람이 일거에 성폭력 문제로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로도 이번 판결은 받아들여진다. 우리 사회가 위력의 해석 문제에서 그간 확실한 합의 공감대가 없었다면, 이제는 그런 모호함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앞서 얼마 전부터 정치인에 대한 단죄와 여론 심판이 강해진 점이 이번 판결과 맞물려 받아들여지는 점도 의미가 있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2심에서 유죄 판결 그것도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무거운 결과를 받은 점도 과거와 확연히 다른 상황이다. 그는 친형 강제 입원 논란의 정당성 문제가 아니라, TV 토론회에서 그 사실에 대한 답을 거짓으로 했는가 한 하나만 가지고도 큰 타격이 될 판견을 받았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에 대한 논쟁도 법적 의혹과 도덕성 논란 모든 측면에서 그와 가족들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있다.

종합하자면 정치인이 스스로 그 자리의 무게를 견디도록 하는 요구 기준이 급격히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요소는 여당은 물론 야권 전반에도 교훈이 될 요소다. 또 정치인의 비리를 일순간의 실수 정도로 미화해서도 안 된다는 점은 그 자체가 이미 명확하다. 다만, 야권 특히 자유한국당보다는 더불어민주당 즉 여권에서 이처럼 날로 강화되어 가는 기준점 문제에 더 큰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는 풀이가 나온다.

이는 기울어진 운동장 논리라기 보다는, 정권 후반부에 방어적 측면에 처한 여당의 위치 때문이다. 특히 현재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로 대선 주자급 인물들이 연달아 곤욕을 치르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어느 순간 큰 파장이 여당 그리고 청와대를 괴롭히는 상황이 될지 리스크 측면에서 고심이 더 깊을 수밖에 없다는 것. 물론 주자 선정에 어려움이 생기는 정도로까지 위험 상황이 치닫지는 않겠으나, 관리 능력 문제에서 적잖은 무게의 숙제를 지게 된 것은 달갑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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