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제소' 돌입한 정부…'초강경 스파이크' 이유는 2015년 밸브전쟁?

2019-09-11 10:51:53

- '명분에서 밀릴 필요 없다' 정서적 이유와 실질적 대결 자신감 겹친 듯

[프라임경제] 우리 정부가 일본 측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문제를 결국 세계무역기구(WTO)에 정식 제소한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해 일본이 지난 7월4일 시행한 수출제한 조치를 WTO에 제소한다"고 설명했다.

WTO 제소 절차는 양자협의 요청 서한이 상대방 즉(일본 정부, 다만 여기서는 WTO 등과의 제출 편의를 위해 주제네바 일본대사관)와 판정을 진행할 기구 담당측(WTO 사무국)에 전달하면 공식 개시된다. 하지만 공식적 종이 전달이 문제가 아니라, 이미 언론 공표로 실질적 전쟁은 시작됐다는 풀이가 나온다.

명분 우리에게 있다 자신감…보복조치 괜히 했나 이견도

정부가 이 같은 결정을 대외적으로 공표한 점은 심사숙고 끝에 승산이 우리에게 있다는 생각을 굳힌 징표로 해석된다. 발표 현장에서 유 본부장은 화이트리스트 배제의 배경에 대해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한 정치적 동기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아무런 사전 예고나 통보 없이 조치를 발표한 후 3일 만에 전격적으로 시행함으로써 이웃 나라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보여주지 않았음은 물론 절차적 정당성도 무시했다"고도 짚었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의 발언 모습. ⓒ 연합뉴스

명분은 우리 측에 충분히 강하게 실리고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우리 정부는 특히, 일본이 3개 품목에 대해 한국만을 특정해 포괄허가에서 개별수출허가로 전환한 것은 WTO의 근본원칙인 차별금지 의무, 일명 '최혜국대우 의무의 위반'이라는 점 등을 공들여 공격할 것으로 예측된다.

물론 우리가 무조건 이긴다고 자신하는 건 경솔하다는 비판론도 일각에서는 대두된다. 특히 일본의 보복에 우리 역시 대응책으로 맞불 규제를 한 바 있다. 일본에 대해 수출 규제 방식을 선택했고 일본 언론이 이를 주목해 보도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에서도 내심 이에 크게 당혹스러운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같은 공세와 보복 주고받기가 우리에게 마냥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신중론인데, 결국 그간 일본과 맞서온 전적을 보면 실질적 실력으로도 우리가 처한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반론도 있다.

대결 전적을 보면, 지난 4월 일본이 후쿠시마 주변산 수입물에 대한 한국의 수입 금지 조처를 둘러싼 분쟁과 관련해 한국을 제소, 공격했지만 결국 우리가 승소 판정을 얻어낸 바 있다. 

아울러 한국은 일본의 하이닉스 D램 상계 관세와 김 수입 쿼터로도 맞섰지만 여기서도 좋은 성적을 받아냈었다.

최근 밸브 자존심 대결도 작용…더 이상 대결 미룰 필요 없다? 

한편, 우리 정부가 지금까지 신중하게 저울질을 해온 상황에서 마침표를 찍은 계기가 있는지 그렇다면 그 촉매가 무엇인지도 일말의 흥미를 자아낸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2015년 촉발된 공기압 전송용 밸브 전쟁이 그 촉매 아니겠느냐는 풀이를 내놓는다. 우리 당국은 2015년 일본산 공기압 밸브에 대해 향후 5년간 11.66∼22.77%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결정했으며 이후 일본은 이를 WTO로 가져갔다.

우리 산업계에서는 이 이슈의 결말을 나쁘지 않게 본다. 오히려 판정승으로 보기도 한다.

그런데 현재 화이트리스트 대결 국면에서 일본이 이를 아전인수하고 있다. 일본은 WTO 최종심 판정과 관련해 자국이 승리했다는 인식 하에 이를 대외적 공세 이슈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11일 경제산업성 보도자료 등에서 일본은 WTO가 한국에 시정을 권고했다는 식의 상황 인식을 내놓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시정을 한국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 보복조치를 하겠다고 강변하기까지 한 것.

우리는 그간 명분론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판단과 함께 국제경제법적 대결에서도 이 화이트리스트 배제 논란으로 진행될 실질적 공방전에 필요한 실력도 적잖이 배양했다는 생각이었는데, 결국 일본의 이러한 동향을 방치할 수 없게 된 것. 일본 주장을 묵과했다가는 자칫 명분 전쟁에서의 우리 몫 잠식 즉 국제사회의 오해까지 살 여지가 있고, 더 이상 신사적 대응은 무리하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 대결 즉 진검승부만이 답이라는 결심을 한 만큼 레토릭 대결만으로 가지 않을 것이 분명하고, 우리 당국이 치열한 전술들을 어떻게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카카오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트위터


Copyright 프라임경제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전 1 / 0 다음
Copyright ⓒ 프라임경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