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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WTO서 대일 격돌…뒤에 김현종, 그 뒤엔 文의 자주파 사랑?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9.09.11 11:06:26

[프라임경제] 우리 정부가 11일 기자들에게 세계무역기구(WTO)에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문제를 제소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정책적 해석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를 놓고 현 정부의 외교 및 통상 노선 더 나아가 대외 인식과 국정 철학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는 해석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부친에 해당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정책의 결도 함께 참고해 볼 필요가 높다는 풀이다.

특히 김현종 청와대 안보실 2차장의 그림자를 눈여겨 볼 필요도 있다느 해석이다.

참여정부 시절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WTO) 일선에서 사령관 역할을 했던 그는 흥미로운 이력의 소유자다. 컬럼비아대에서 국제정치학으로 학사 및 석사 과정을 마쳤고 법무박사도 컬럼비아대 로스쿨에서 한 전형적인 미국통이다.

그런데 친미 인사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삼성 임원과 대학 교수 등 활동을 한 점도 눈에 띄고, 일단 외무고시로 입부하고 나서 외교나 통상 라인에 따라 경력을 쌓는 정통파 직업외교관들과는 결이 많이 다르다는 얘기가 존재한다.  

김현종 안보실 2차장이 청와대 기자실에서 몸소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임혜현 기자

즉, 국제변호사로서 대미 줄다리기를 이만큼 훌륭히 해낼 인사가 있다는 찬사를 받았지만 일반적 외교 문제를 총괄한다든지 혹은 대미 접점과 밀월이 어느 정도 필요한 안보 문제에 적격인지는 약간 아리송하다는 것.

그런 그가 이번에 안보 총괄격으로 부각되면서 모아온 호기심은 특히 이번에 일본과의 대결 구도에서 더욱 증폭된다.

당초 그는 특별히 대일 불만이나 반일 정서를 입 밖에 내는 스타일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자신의 내심이나 평소 철학과는 달리 일단 문재인 정부가 대일 강경 기조로 완전히 결정을 하자 이에 누구보다 충실하게 공세를 단행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평.

특히 그는 일본과의 통상 문제와 군사 교류가 맞물리는 일명 지소미아 종료 저울질에서 특히 신중하면서도 치밀하게 접근하는 멘토 역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우리와 일본의 군사적 협력이 자국의 아시아 전략에 마이너스가 된다는 인식 하에 두 나라 모두를 압박해 왔다. 이전의 다른 정부였다면 적당히 굽히는 수정 결정을 할 정도로 압박이 심했던 것은 공지의 사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끝내 지소미아 종료 결심을 밝혔고, 이에 따라 후속적으로 군사적 역량 배양 등 다양한 미래 전략을 펼치겠다는 구상도 함께 만드는 결기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김 차장은 전면에 나서서 대응 논리를 내놓고, 외신의 질문 등에도 거침없는 대응으로 주목받았다. 사실상 배경 논리의 상당 부분도 그가 만들거나 다듬은 게 아니냐는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배제 대처의 총괄'이자 '대일본 공세의 이데올로그'가 그라는 풀이가 그래서 존재한다.

당초 이번 정부의 외교 및 통상 등 이데올로그로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출신인 문정인씨가 꼽혀 왔다. 하지만 그는 여러 문제로 이제 바통터치를 다른 이와 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듣는다. 그를 주미 대사로 근래 발탁하려 했지만, 미국이 대단히 난색을 표해 문재인 정부가 뜻을 접은 것으로 알려진다. 흠국제통으로서 흠이라면 큰 흠인 셈이다.

왼쪽에 문재인 대통령이 보이고 그 오른쪽이자 조금 앞쪽으로 흐린 초점의 김현종 안보실 2차장이 찍힌 사진. ⓒ 연합뉴스

포스트 문정인 사령탑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자주파 논리를 대변할 수 있는 치열함과 실력을 갖춘 인물로 김 차장이 부각되는 사정은 그래서 흥미롭다. 작은 일화지만, 그는 교육 이력상 분명 미국통이면서도 전라도의 할머니집에서 먹어본 '고들빼기 김치의 맛'을 학창 시절 이후에도 오래 기억하고 이를 말한다고 한다. 부친을 따라 오래 외국 생활을 떠돌고, 미국 대학 문화의 세례만으로 씻기지 않을 정도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뚜렷하다는 그가 자신의 색을 이제 서서히 드러내고 있는 셈일까?

이번 WTO 대결 국면 뒤에 어른거리는 그의 그림자, 그리고 그의 뒤에 있다고 여겨지는 문재인 정부의 자주파 외교에 대한 열망과 그 추종자들에 대한 사랑이 주목된다. 그런 상황의 끈끈함이 어느 정도인지가 우리가 이번 제소에서 이길지의 여부, 그리고 앞으로 문 대통령 임기 내 다양한 정책에서 어떤 길을 갈지 여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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