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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총선판 특급소방수' 김영춘…말 못할 고심은 '정근'?

정권 심판론 돌파 적임자에 '큰 그림 위한 역량 입증 필요' 의미…지역구 관리가 문제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0.02.08 16:52:54

[프라임경제] 언제 선거가 쉬운 적이 있었냐는 것은 고참 정치인들이라면 늘 하는 이야기지만,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이 표현은 예사롭지 않다. 돌이켜 보면 그에게 선거는 늘 쉬운 적이 없었다. 금년 총선은 특히나 어려운 숙제만 잔뜩 받아든 느낌이다. 민주당 부산 판세 전반을 이끄는 역할(흔히 말하는 선대본부장)을 그가 맡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문이 나오기 때문인데, 정권 심판론 등으로 녹록한 일이 아니다.

부산권 민주당 인사들을 보면 인재가 적지 않다. 박재호 의원과 최인호 의원 등 역전의 용사들은 물론, 김해영 최고위원은 물론 윤준호 의원 등까지 줄곧 우수한 인적자원들이 공급돼 민주당 부산시당에 물이 오른 것도 사실이다. 총선 대비 그림이 전혀 안 될 정도의 인력난은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추세'다. 왜 이들 여러 부산 출신 민주당 유력 인물들로는 안 되고 김 의원이 사령탑을 맡아야 한다는 소리가 나올까?

전재수 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이 다소 경솔하게 총선에 '조국 차출론'을 꺼냈던 상황과 그 이후 파장에 대해서는 더 이상 거론이 필요 없을 정도다. 이후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가족의 숨겨진 온갖 비행(펀드 논란과 웅동학원 비리, 딸의 입시 논란 등)이 드러나면서 해프닝이 돼 버렸다.

'조국 조커론'은 결국 '핵폭탄급 지뢰'였음이 드러났고, 젊은층에 대거 반민주당 정서가 확산되는 상황을 빚었다. 지역에서도 거물을 끌어들여 부산 선거를 쉽게 치르려 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반민주당 정서가 한층 강해지는 문제가 생겼다.

◆전재수의 '조국 부산 차출' 역풍, 결국 '거물 김영춘'이 꺼야 한다?

지역현안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김영춘 민주당 더불어민주당 의원. ⓒ 프라임경제

경제적으로는 장기화된 경기침체가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괴롭히고 있다. 'No Japan' 애국 운동은 소정의 성과가 없지 않았지만 이것만으로 총선 정국을 끌고 가긴 어렵다. 부동산 가격 책임론 등 악재가 더 많다. 요컨대, 길고 긴 시간을 돌아 결국 매번 어려운 선거판에 대면하던 경험을 김 의원은 다시 하게 된 셈이다.

그것도 혼자가 아닌 지역 전체를 맡아야 한다는 것, 문재인 대통령의 고향이 총선에서 참패하는 구멍 지역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까지 오롯하게 숙제가 된다.

그럼에도, 그에 대한 기대감 역시 크다는 반론이 나온다. 그는 과거 한나라당(오늘날의 자유한국당) 시절 보수 일색의 당내 형편에서 톡톡 튀며 할 말을 하는 '독수리 5형제'의 일원이었다. 이들 5형제는 결국 더 어울리는 정치적 지향을 찾아 떠나는 선택을 했다. 오늘날 김 의원을 우리가 민주당 소속으로 보게 되는 이유다.

그런 길을 걸었기에 그는 선수에 비해서도 상당히 고단한 여정을 줄곧 걸어왔지만 그런 상황을 돌파하는 에너지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김 의원과 비슷하게 이런 정도의 맷집을 갖춘 비슷한 거물급은 대구에 기반을 둔 김부겸 의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평.

전문성과 식견도 김 의원의 뚜렷한 장점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그는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발탁되는 영예를 누렸다. 원조 친노 혹은 정통 친문으로 불리기에는 결이 조금 다른 인사지만, 그의 정치적 역량과 당내 입지와 위상, 당과 진보정치를 위해 장기적으로 쓰일 재목감이라는 판단 등을 종합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는 평이 당시 청와대 내외에서 높았다. 마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 부처의 장관을 역임하면서 해양과 수산 등 전문영역의 지식, 한 부처를 이끄는 역량 등을 속성배양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던 전례처럼 큰 실익이 기대된다는 총평도 있었다.

김영춘 의원은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어묵산업 발전 등 크고 작은 이슈를 모두 챙기며 열의를 보여 호평을 받았다. 사진 오른쪽이 김영춘 의원. ⓒ 부산어묵전략식품사업단

이런 전망과 풀이처럼 실제로 그는 제몫 이상을 해냈다는 평이다. 각종 현안을 두루 살피고 크게 보며 부처를 이끌었고, 좀 더 디테일하게는 어묵산업혁신성장 등 연고지인 부산 지역 현안이자 수산 관련 이슈 모두에 대해서까지 '장관이 몸소 챙기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스킨십 2% 아쉬움, 결국 정근 출마 논란 불러왔나?

따라서 총선 지역 사령탑 문제는 김 의원이 짊어져야 할 숙제이자, 그의 역량으로서는 충분하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다만, 문제가 없지 않다는 게 걸린다. 지금 그의 지명도가 전체적인 정치 이력과 정치권에서의 비중 평가에 비해서 조금 밀리지 않냐는 걱정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때문에 자기 정치를 키우면서 지역 총선판을 모두 챙겨야 하는 이중 전선애 처하게 되는 부담이 있다. 이는 이른바 김영춘식 정치에 대한 근원적 물음이기도 하다. 따뜻한 온기, 스킨십이 충분한 체온의 정치 이미지가 약간 약하다는 그의 상황을 이번에야말로 극복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부산 총선 전반을 좌우하면서 자기 지역구까지 아우르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자칫 지역 총선은 한껏 띄우는 데 성공하고 동네 선거는 실패하는 개인적 아픔을 겪을 여지도 있다.

이런 지역구 자체를 못 챙긴다는 볼멘 소리 이상의 비판론도 지역에서 감지되는 것도 또다른 문제다. 근래 부산진갑에 자유한국당 예비후보로 정근 그린닥터스 이사장이 등록한 상황을 이 지역구 현직 의원인 김 의원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김영춘 책임론'을 이야기하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는 것.

정 예비후보는 의사(안과분야 박사 전공) 출신으로 과거 총선 때 무소속 출마까지 강행, 만만치 않은 득표력을 보인 바 있다. 그가 이번에 한국당 예비후보로 등록은 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 당시에는 오거돈 현 시장 캠프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재차 한국당 간판으로 총선에 나서겠다며 부산진갑에 예비후보 등록을 한 것을 가볍게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한국당은 18~19대 의원을 지낸 '경제통' 나성린 전 한양대 교수 이후 이 구역을 대표하는 강력한 인물이 없는 모호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민주당 소속인 오거돈 현 시장을 돕기도 했으며 무소속 출마라는 평지풍파를 일으키기도 했던 인사가 굳이 다시 한국당 공천으로 나서겠다는 바람몰이에 나선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역 민주당 의원이 한 번 붙어볼 만한 정도로 평가되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불거진다. 김 의원으로서는 모욕적일 수 있는 지점이다.

독재 맞섰던 용기로 정치 2막 돌파구 찾아낼지 눈길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역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프라임경제

이번에 어렵지만 이들 문제를 모두 처리해 내면 그는 비로소 듀얼 코어를 갖춘 정치인이자 소탈하고 인간미 있는 부산 민주당의 맏형으로 공인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유능함에 인간적 매력 모두를 갖춘 인물로 거듭났다는 평은 다음에 올 지방선거에서 시장직을 움켜쥐느냐에 큰 영향을 미칠 요소이자,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탐낼 '트로피' 그 자체일 것이다.

마치 군부 독재 시절 새로운 민주 정치를 그릴 때처럼 망망대해 같은 도화지가 김영춘 정치 2막 앞에 주어졌다. 이번에도 그가 잘 스케치를 해내면, 우리는 거물급 의원 김영춘 이상으로 훌쩍 몸을 불린 '차기 부산시장감 혹은 대선주자감 김영춘'을 얻을 수도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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