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삼성 vs LG, 8K 장기전 불가피…경쟁업체 어부지리 우려는?

생태계 구축 전면전의 일부 측면…대책없는 치킨게임보다는 적정성에서의 수위 조절 가능성 부각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9.09.18 09:14:39

[프라임경제] 삼성전자와 LG전자 간의 8K 논쟁이 붙붙은 가운데, 장기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가짜 8K 논란으로 진행되는가 싶었으나, 양측이 단순히 개념 전쟁이 아니라 품질과 자존심 전쟁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

8K TV는 현존하는 최고 화질 TV로, 대표적 전자기업인 두 업체로서는 차세대 먹거리인 것은 차치하고라도 시장 선도라는 상징성 면에서도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8K는 가로·세로 화소수가 7680x4320에 달한다. 8K에서 'K'는 1000단위를 나타내는 Kilo의 약자다. 즉 가로 화소수가 약 8000개라는 의미에서 이 같이 부르고 있다.

LCD(액정표시장치)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같은 디스플레이 구현 방식이 기존에 사람들의 화두였다면, 이 같은 지칭은 화면을 구성하는 '명암 점' 즉 화소수(픽셀수)와 해상도(육안으로 어느 정도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화질을 나타내겠다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LCD와 OLED 등 모든 패널에서 8K냐가 관심을 모을 수 있는 것이고, 이는 바꾸어 말하면 어느 구현 방식을 따르든 간에 4K를 넘어선 8K를 잘 하느냐의 물음을 소비자들에게 받게 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이 영역에서 가짜 논쟁이 촉발되면 당연히 상황은 커지는 게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국제 규격' 모르쇠하고 있다? 화소수 아니라 선명도 지적

먼저 포문을 연 LG전자의 문제 제기를 유의해 볼 필요가 있다. LG 측 주장은 삼성전자의 '화질 선명도'를 지적하고 있다.

LG전자는 17일 기술 설명회를 자청해, 삼성전자의 8K TV 화질 선명도를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앞서 LG전자는 독일에서 열렸던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도 이 문제를 꺼낸 적이 있다.

남호준 LG전자 TV연구소장은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는 화소수는 물론, 화질 선명도 50% 이상을 해상도를 판단하는 측정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전제한다. 그는 설명회에서 "삼성 8K 제품은 화소수가 약 3300만개로 8K 조건을 충족시켰지만, CM은 약 12%로 국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8K TV라고 말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ICDM은 디스플레이 관련 성능측정과 방법 등에 대한 국제 기준을 제공하는 곳이다. 유수의 전자 기업들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LG 측은 "2016년 ICDM 총회에서 CM을 통한 해상도 측정법이 어떠한 디스플레이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강조한다.

LG전자 측 주장대로 CM의 중요성을 삼성이 충족하지 못한다면, 실제 구동에서 소비자에게 어떤 문제를 일으킬까? LG의 비교 시연에서는 CM 값이 떨어지는 삼성 8K TV가 LG제품에 비해 컬러감이나 선명도가 떨어지는 모습이 부각됐다.

LG전자가 8K 경쟁에서의 선명도 문제를 비교 시연하고 있다. ⓒ LG전자

요약하자면, 8K TV 논쟁에서 문제는 화소수가 아닌 화질 선명도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상당 기간 직접적인 논쟁을 피해 온 삼성전자도 결국 반박에 나선 상황이다. 그런데 반박의 포인트가 흥미롭다. 이미 8K에 필요한 물리적 화소 수가 확보된 상황에서 CM값은 무의미해졌다는 게 삼성 측 반박의 요지다.

선명도 면에서 오히려 우수? 삼성 반박에 '장군멍군'

화질을 평가하는 기준은 수백가지여서 LG전자 주장처럼 한 가지 잣대를 댈 수 없다는 것이 삼성의 항변이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는 "8K 화질은 CM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짚고 나섰다. 그는 "밝기와 컬러볼륨 등 다른 광학적인 요소와 화질 처리 기술 등 시스템적인 부분이 최적으로 조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삼성 측은 "기준 정립을 위한 관련 업체 간 협의가 활성화돼야 한다"고까지 한 걸음 더 나아간 상황이다.

삼성의 반박 공세 역시 화질이 얼마나 선명한지의 비교에 치중됐다. 삼성전자가 IFA에서 시연한 8K 스트리밍 영상을 틀자 자사 제품은 곧바로 개들이 뛰노는 영상이 나왔다. 반면 옆에 놓인 OLED 제품은 불러오기를 시도하다 결국 화면 절반이 녹색으로 표시되는 등 재생에 실패했다.

작은 크기의 물체 재생을 극적으로 부각하기 위해, 활자 가독성도 도구로 사용됐다. 활자 가독성 면에서도 LG의 올레드TV는 신문기사 글자를 제대로 표현 못해 뭉개진 것으로 나타났고, QLED 제품이 보여준 글씨는 또렷했다(조작설을 우려한 삼성은 현장에서 8K 카메라로 신문지를 찍어 띄웠다).

삼성에서는 오히려 LG 측 제품의 선명도가 뒤떨어진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LG 제품이 특정 영상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는 재생 실패를 부각하기도 했다. ⓒ 연합뉴스

생태계 이슈 바탕, 경쟁업체 어부지리 차단 관건

결국 당장은 해결날 수 있는 논쟁이 아니고, 진위 공방으로 치닫는 이슈가 아니라 개념 전쟁으로 흐를 것이라는 전망이 그래서 나온다. 소비자의 선택 문제로 회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서 세력 형성으로 갈 수 있다는 예상이 뒤따른다. 자연스럽게 장기적 측면에서 한쪽 주장이 옳다는 대신 '대세 판정'으로 흐르거나 혹은 두 회사가 각자 홍보 포인트로 팽팽한 대결을 유지하는 등의 구도가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따라서 생태계 구축 전쟁이라는 측면에서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어느 면에서든, 이 문제의 빠른 해소가 어려울 수 있다는 첨언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삼성은 8K 영역에서의 교류 활성화를 주장하고 있다. 삼성은 더 많은 업체가 자신들이 주도하는 8K 협회에 참여하길 바란다는 상황이다. 반면, LG는 이런 소리에 호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게 기본 태도다. 이런 상황이니 8K 선명도 전쟁에서의 시각차가 좁혀지길 전망하는 것 더욱이 단시간 내에 그런 게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미약한 꿈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다만, 이번 8K 가짜 논쟁은 결국 개념에서 상대방을 전혀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요체가 아니라, 어느 포인트에서 보다 더 기술적 우위를 추구하느냐의 다툼이라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열린 결말도 조심스럽게 예상할 수는 있다. 오히려 전혀 다른 전개를 보일 일말의 여지가 열려 있는 것이다. 이 다툼이 일본 등 경쟁국들의 이익 특히 중국의 어부지리로 흐를 경우 수면 아래로 가라앉거나 과감히 폐기될 수도 있는 점이기 때문에, 결과론적으로 기술 발전이라는 선의의 경쟁과 국익에 도움이 되는 논란이라는 가이드라인 안에서 진행되는 선에서 과열만 막으면 된다는 조언도 나온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