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주영 국회 부의장이 삭발 대열에 동참해 눈길을 끕니다. 앞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조국 법무부 장관 퇴진 운동의 일환으로 삭발한 바 있긴 하지만, 이 부의장의 행보를 놓고 단순한 운동 동참 이상의 의미를 읽을 수 있다는 풀이가 나오는데요.
이 부의장은 예전부터 선수에 비해 너무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 아니냐는 평을 들었던 인물입니다. 자신만의 색깔이나 정파를 만들고 앞에 서는 두드러진 움직임, '튀는' 행보와 거리가 멀다는 소리로도 바꿔 읽을 수 있는데요.
그런 한편 그는 당 정책통으로서 경쟁력을 가진다는 소리도 들어왔습니다. 그는 자유한국당의 여러 전신 정당에서 정책 문제에 깊이 관여해 온 이력을 갖고 있지요. 지난 2011년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2012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바 있고, 지난 2013년에는 여의도연구원장을 역임했습니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책의 중요도가 어느 때보다 높을 수밖에 없는 때 그가 든든히 뒤를 받쳐줬던 셈입니다.
다만 원내대표나 당대표 등 화려한 자리에는 큰 인연이 없었지요.
한편, 그의 진면목, 정치 거물로서의 모습을 잘 드러낸 상황은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내면서였다는 평이 있습니다. 장관 교체 후 얼마 되지 않아 '세월호 사건'이 터지면서 해양수산부는 큰 부담을 안게 됐는데요. 아직 업무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초기 부임 국면에서 그는 팽목항 현장으로 내려가 긴 시간 유가족들과 함께 부대끼며 사태를 수습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당시 국회 일각에서 주무부처에서 책임을 지라는 소리가 나왔다 유야무야된 데에는 그런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지요. 즉 부임 이후 얼마 되지 않아서 책임을 묻지 않은 게 아니고, 그의 경질 목소리가 나왔는데 오히려 유가족들이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는 일화가 전설처럼 전해져 옵니다. 그 정도로, 그는 당시 정부 고위 인사로서 그리고 정치인으로서 얼굴 이상의 역할을 해냈다는 후문입니다.
그런 그가 정치 전반에 소신을 드러낸다는 징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근래 '보수의새길ABC'이라는 사회운동단체가 수면 위로 떠오를 때 초대 상임공동대표를 맡아 무게감을 실어준 바 있습니다. 이후 '조국 사태'가 사회 전반을 시끄럽게 하자 결국 할 말을 하러 나선 게 이번 삭발이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뜬금없는 원로의 외출로 이번 삭발 동참을 볼 게 아니고, 정중동 행보를 이어오는 그의 또다른 기지개로 표현하는 게 오히려 정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주영 정치 행보 2막'이 꽃피는 본격적 상황의 징표로 볼 수 있지 않냐는 해석이 무리는 아닌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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