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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도덕입국(道德立國)'으로도 무용한 '삭발투정' 버려야

'허례허식' 머리털밀기 아닌 정도(正道)를 '지도리' 삼는 태도 필요

장귀용 기자 | cgy2@newsprime.co.kr | 2019.09.18 17:11:25
[프라임경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에 때 아닌 삭발바람이 불고 있다. 숙연한 표정으로 머리를 잘라내며 눈물을 흘리는 정치인들의 모습은 흡사 1895년 단발령으로 상투가 잘린 선비들을 연상케 한다.

문제는 지금이 1895년이 아니고, 장발단속을 하던 1970년대도 아니라는데 있다. 흰머리를 가리기 위해 염색을 하고, 두발을 풍성하게 보이도록 파마를 하는 2019년에 일어나고 있는 단상이다.

유교 경전인 '효경(孝經)'에 나오는 "몸과 털과 살갗은 부모로부터 받은 것이니 감히 훼손하고 상하게 해서는 안 되니, 이것이 효의 시작이다(身體髮膚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의 숭고한 유교 도덕이 갑자기 21세기에 되살아난 게 아니라면, 손가락을 끊어 혈서를 쓰지 않는 이상 머리카락은 곧 자라기 마련인 그런 위상을 지닐 뿐이다.

머리카락을 잘라내며 눈물을 자아내는 정치인들의 모습은 '위대함'이나 '결기'가 아니라 '의아함'이 드는 게 국민 대다수의 마음이다.

고교생이 인턴 2주 만에 전문 의학개념을 이해해 1저자로 논문을 써냈다는 것에 대한 검증이나 총장명의 표창장 발급을 교수 개인 연구실에서 직인을 인쇄해 만들어냈다는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는 것이 삭발투쟁보다 도리어 더 도덕성과 연관돼 보인다.

그러나 '결기'에 찬 정치인들은 이러한 수고로움은 검찰에 넘기고 '신령한' 머리카락을 밀어내며 굳은 투쟁심을 내보이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투쟁이라기보다는 투정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쇼'다.

조국 법무부 장관과 그 가족·친척을 둘러싼 의혹들에 많은 국민이 실망감을 내비치고 있는 모습이다. 도덕을 부르짖으며 검찰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던 조 장관은 의혹이 이는 것만으로도 많은 청년 지지자들이 실망을 금치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에서 이탈한 지지자들이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다른 정당으로 지지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무당파를 형성하는 이유는 더불어민주당보다 기타 정당들에 있다. 

도덕과 법을 지키는 것은 눈을 가리고 공정과 정의의 저울에 만인이 평등하게 올라가도록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때 아닌 삭발로 시간을 보내는 모습에 2019년의 국민들이 전폭 지지를 보내기는 힘든 일이다.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에는 '도추(道樞)'라는 말이 나온다. '추(樞)'는 우리나라말로 '지도리'를 말하는데 여닫이문에서 문을 움직이도록 만들지만 그 스스로는 움직이지 않는 중심축을 말한다. 도추는 모든 도덕을 움직이는 핵심이지만 그 스스로는 치우치지 않는 기준인 셈이다.

정당의 이해타산에 따라 도덕의 잣대를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은 '도추'와는 거리가 있다. 진정 도덕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얻고 나라를 바로세우기 위해서는 정당에 치우치지 않는 정도(正道)를 '지도리' 삼아야한다.

머리카락에 눈물샘이 있지 않다. 1895년이 아닌 2019년의 시대정신으로 인물을 들어 쓰고 비판해야한다. 여야 정치인 모두 허례허식이 아닌 본질에 집중해야한다. 제도와 조직과 법도 결국 그것을 쓰는 사람의 태도가 본질이 된다는 것을 잊지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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