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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리그에 정치권 추인, 집단지도체제 들어설까…KT 새 CEO선출제, 개선방안은?

'직접 낙하산' 아닌 사외이사 통한 '세련된 개입'에 만족 가능성, 집단지성으로 차단 필요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9.09.20 13:59:45

[프라임경제] KT의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출 방식을 놓고 새노조 등의 불만이 높다. KT는 지난해 정관 변경으로 CEO를 뽑는 방식을 손질한 바 있어 이 같은 문제 제기가 타당한 것인지 지나친 기우인지,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겉으로 보기에는 가장 선진적인 방식이자, 그간 주인없는 기업 KT를 괴롭혀 온 외풍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최상의 안이라는 평가가 일각에선 나온다.

KT는 기존 CEO추천위원회의 명칭을 '회장후보심사위원회'로 바꿨다. 지배구조위원회가 회장 후보를 추천하면 회장후보심사위원회가 심사하게 되는 구조다.

아울러 후보자에게 '기업경영경험'을 요구한다고 명시했다. 이른 바 정치권이 비적격자를 낙하산 인사로 보내는 것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할 수 있다.

정치권은 물론, 현재 KT를 이끌고 있는 황창규 회장도 채용절차에 개입하는 일명 차기구도에 입김을 미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주요 길목을 틀어쥐고 있는 인사들의 역할 즉 공평성 시비다.

우선 김인회 사장이 심사위원회에 참여하므로, 여전히 그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 사장은 삼성 출신으로, 황 회장 측근으로 분류된다. 포스트 황창규 체제 구축에서 그가 황 회장의 의중을 반영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새노조 등에서 제기하는 이유다.

다른 문제도 있다. 사외이사들의 면면 때문. KT는 황 회장 체제에서 많은 친정부 인사들을 영입해 시선을 끈 바 있다. 이강철 전 청와대비서실 시민사회수석과 김대유 전 청와대비서실 경제정책수석 등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경력을 쌓은 친노 인사이자, 현재 친문으로도 분류가 가능하다는 평을 듣는다.

사외이사의 폭을 또다른 진보 정부 인사로 더 넓혀보면, 유희열 전 과학기술부 차관도 DJ 시절 고위직을 지낸 인사라 이 전 수석이나 김 전 수석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사외이사에서 정치적 이력을 가진 인물을 전혀 배제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 현재의 수장과 호흡을 맞춘 인물이 선출 과정에 전혀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하는 것도 기술적으로 어려운 과제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KT처럼 차기 CEO의 선출 방식을 바꾼 경우라면 이야기가 다를 수 있다.

현재의 헤게모니를 잡고 있는 내부 인사들이 회장후보군을 계속 구성하고, 정치권 출신 사외이사들의 참여로 (정권에서) 이를 추인해 주는 분담에 만족한다는 새 절충안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는 것. 

일종의 집단지도체제를 정치권에서 계속 추인받으면서 내부 카르텔이 공고해질 여지가 생긴다는 우려다. 이런 틀이 이어지면, 정치권에서도 매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자기 사람을 직접 CEO로 내려보내는 것은 포기하더라도 임기 내에 상당한 몫을 보장받는 것이 돼 큰 불만없이 만족할 수 있다는 풀이도 나온다.

결국 이론적으로 문제가 없어 보이는 틀이라 해도, 추가적인 손질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 적어도 이번 선출만큼은 이 모델 운영에 별개의 수정을 가해야 한다는 얘기다.

일단 새노조의 주장대로 △김인회 사장의 심사위원회 배제 △CEO 후보에 추천된 내부 임원들이 최선을 다해 회장직에 도전하되, 최종적으로 회장에 선임되지 못할 때 스스로 물러나는 책임 경영 문화를 이사회가 만들어줄 것 등이 '새 판 짜기'의 실질적 수단이 될 수 있다.

다만 이 아이디어에 추가로 정치적 중립성 문제를 고려할 필요가 여전히 남는다.

이 부분은 지난 7월 KT의 전현직 임원들로 구성된 K-비즈니스 연구포럼에서는 내놓은 집단지성에 의한 판단으로 오해를 불식하면 적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포럼은 당시 'KT 바로 세우기 제언'이라는 문서를 KT 이사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여기에는 KT 직원과 주주, 노조 및 고객까지 참여하는 200명 규모의 인선자문단을 구성해 후보자별 경영전략 및 비전을 면밀히 심사하는 구상이 들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완벽한 정치적 중립은 큰 몸집의 기업 특히 오너가 없는 기업의 경우, 이상에 가까울 수 있다. 특히 KT는 정치 자금 쪼개기 후원 논란으로 수사를 받는 등 더욱이 이 같은 유혹에 의연하지 못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평이다.

결국 사외이사 구성에 집권 정당과 직간접적 연이 닿은 인사들이 배제되는(이들 스스로 자리를 스스로 마다하는) 관례가 굳어지기 전까지는, 다양한 면면과 외부적 영향 형성이 불가능한 규모의 큰 수로 자문단이나 감시단 등이 유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절차 진행 국면에서 KT 사측에서도 자문단 구성 가능성을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지는데, 십분 고려할 문제라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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