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기절정' 래미안 라클래시…여실히 드러난 '정책무용'

2019-09-24 14:23:52

- 억제책 무의미한 강남권 부동산 제로베이스 접근 필요

[프라임경제] 강남구 삼성동에 분양되는 래미안 라클래시가 화제다. 3.3㎡ 평균분양가가 4750만원이지만 송파구 문정동 래미안갤러리에 지난 20일부터 마련된 견본주택 방문자들은 가격에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예고한 10월이 눈앞으로 성큼 다가왔지만, 최근 분양한 고가단지들은 이를 비웃기라도 한 듯 높은 경쟁률과 청약가점을 기록하며 성공축포를 터트리고 있다.

래미안 라클래시도 분양관계자가 "청약 가점은 60점을 넘길 것 같다"는 소극적 자평에 대부분 시장 전문가들이 70점대까지 당첨가점이 올라갈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어, 분양가상한제는 먼 미래의 일처럼 들리는 것 같다.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되면 분양가가 낮아질 텐데 방문객들이 거침없이 청약을 넣는 현상의 저변에는 '강남권'과 '고가단지'가 가지는 특유의 고유성이 자리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건이 되는 한 서울로, 또 강남으로 거주지를 옮기고 싶어 한다는 사실은 구태여 전문가를 찾을 필요 없이 전 국민이 아는 사실이다. 

즉 수요가 언제든 존재한다는 말이다. 반면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땅은 한정돼있기 때문에 공급은 언제나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위례신도시가 성공을 거두고, 송파를 넘어 강동구까지 떠오르고 있는 현상은 이러한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공급은 적고 수요는 많다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아주 기초적인 경제적 상식에 속한다. 이러한 현상은 분양가상한제로 분양가를 억누르는 단순한 전략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시장에 반해 가격을 억제했던 프랑스 정치가 로베스 피에르의 '최고가격제'는 결국 상인들로 하여금 공급을 더 줄이도록 만들고, 고가의 암거래 시장만 키웠다. 부동산 상한제도 거론이 시작되자마자 속칭 '분양상담사'들을 중심으로 불법전매를 준비하는 그룹이 속속들이 집결하고 있는 형국이다.

강남의 부동산 소유자들은 특수한 상황이 생기지 않는 이상 가격하락기에 매물을 내놓지 않는 것이 법칙처럼 공유되고 있다. 실제로 부동산가격이 하락하면 매물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통상 매물이 쏟아져 나와 가격이 하락하게 되는 통상적인 시장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부동산 시장이 대표적 '불완전경쟁 시장'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이 물리세계는 한 공간에 하나의 부동산 밖에 없으므로 각 부동산 매물은 개별성을 가지게 되고, 정확한 시세라는 것이 없이 사고파는 사람들이 합의한 가격에 거래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그러니 시세를 잡겠다는 정부의 접근법 자체부터 잘못된 것이다.

정확한 시세는 아니지만 참고가격이라 할 수 있는 주변 가격이 견고히 버티는 이상 부동산가격정책은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낮은 가격에 안 팔겠다는 소유자에게 가격인하를 강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강남과 고가단지의 가격형성은 결국 교육·교통·경제·문화 인프라의 불균형에서 나온다. 타 지역을 강남처럼 개발해서 수요를 분산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지역상향평준의 관점을 가지고 제로베이스에서 부동산정책을 새롭게 짜는 것이 핵심이다.

그릇이 평평해지면 물은 따라서 평평해진다. 물을 억지로 밀어서 옮기려 한들 낮은 곳으로 흐르듯 시장의 판도 자체를 바꾸지 않고 가격만 바라봐서는 끝없는 '시시포스의 굴레'일 뿐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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