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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인터넷은행 흥행 '빨간불'…금융당국 '발 동동'

유력한 참가기업 아직 없어…당국 "오픈 북 시험 진행하겠다"

김동운 기자 | kdw@newsprime.co.kr | 2019.09.27 14:22:48
[프라임경제] 3분기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이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유력 ICT 기업들이 특별한 의사를 보이지 않아 제3인터넷은행 흥행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 3분기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 기한은 10월15일까지로, 약 3주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27일 기준)까지 3분기 인터넷은행 설립 출사표를 던진 컨소시엄은 '소소스마트뱅크(이하 소소뱅크) 한 곳에 불과하다. 2분기 심사에서 떨어진 키움 및 토스 컨소시엄은 여전히 확실한 의사표현을 하지 않고 있다.

◆토스‧키움 재참가 '미정' 네이버 '불참 선언'

우선 가장 유력했던 후보군인 토스(대표 이승건)는 인터넷은행 설립 재 참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승건 토스 대표는 지난 18일 금융위원장이 참석한 '핀테크 스케일업 현장간담회'에서 "증권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금융당국이 불가능한 안들을 제시했다"며 "(증권업 진출을) 내부적으로 중단을 검토하고 있으며, 또 같은 이슈가 인터넷전문은행에도 적용되고 있어 해당 분야 진출마저 포기할 수 있다"라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2분기 인터넷은행 설립 문턱을 넘지 못한 키움·토스 두 업체가 3분기 인터넷은행 신청 기한을 앞두고 참가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 각사



사실 토스는 지난 5월 제 3인터넷은행 예비심사 최종단계에서 '안정성 부족' 이유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이후 '증권업 설립' 예비인가도 신청했으나, 이마저도 자본금 조달 이슈로 허가가 나지 않으면서 증권업 인가 및 인터넷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다만 토스 관계자는 "현재까진 인터넷은행 설립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확실히 결정된 사항은 없다"라며 "참가 여부도 아직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토스와 함께 '재참가 여부' 이목을 집중했던 키움증권도 별다른 제스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키움 컨소시엄은 5월 인터넷은행 최종심사 탈락 이후 추가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와해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인터넷은행과 관련해 와해된 건 아니다"라며 "다만 이후 3분기 인터넷은행 인가 참가 여부는 결정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토스와 키움 이외에도 인터넷은행 사업 참가 기대를 받던 네이버(대표 한성숙)의 경우 '불참'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한성숙 대표는 지난 20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신청 계획은 없다"라며 금융권 관계자들 기대를 일축했다.

이처럼 주요 ICT 기업 등 유력 주자들이 모두 이탈한 가운데, 현재 3분기 인터넷은행 참가 의사를 밝힌 곳은 소기업‧소상공인연합회 필두의 '소소뱅크'뿐.

하지만 소소뱅크마저도 자본금 조달부터 주주구성 및 운영방침까지 실제 심사과정에서 필요한 요건들이 부족한 만큼 금융업계에서는 성공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최소 1조원 이상 필요하다"라며 "과연 소소뱅크가 이 기준점을 만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실질적으로 3분기 인터넷은행 심사에 뛰어든 업체는 아직 없다고 봐도 이상하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금융위 '적극적 구애' 금융권 "매력 떨어져"

인터넷은행 인가 심사를 주관하는 금융위원회(위원장 은성수, 이하 금융위)는 30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예비인가 신청 후보들을 대상으로 '사전 종합 컨설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참가 희망기업들의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이를 위해 △법상 인가요건 △인가요건 관련 보완 필요사항 △상세 인가 절차 등 심사에 필요한 정보들을 제공한다. 얼마 전 취임한 은성수 신임 금융위원장도 제3인터넷은행 설립을 적극 돕겠다는 방침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인터넷은행 설립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금융권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 연합뉴스


은성수 위원장은 2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P2P금융 법제화에 대한 정책토론회'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의지가 높은 만큼 적극적으로 하겠다"며 "(추진 의지에 대한) 진정성을 믿어 달라"고 이야기했다.

은 위원장은 26일 참석한 '모험자본 활성화를 위한 자본시장 간담회'에서도 "(2분기 예비심사가) '클로즈드 북' 테스트라면, 이번엔 오픈 북"이라며 "(참가 업체들과) 적극 대화하면서 최선의 답을 끌어낼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인터넷은행 설립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 설립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장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2분기 심사에서 준비를 많이 했던 토스 및 키움 모두 떨어진 상황에서 과연 기준점을 충족할 수 있겠냐는 회의감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자격요견 등을 완화하면서 문을 더 크게 개방했다고 하지만, 대주주 자격요건이나 사업영역 제한 등 기업들이 원하는 부분은 여전히 규제로 막혀 있다"며 "케이뱅크가 현재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본다면 이해가 더 쉬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주요주주 KT가 대주주에 올라서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금 확충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대주주 자격요건 문제가 불거져 결국 유상증자에 실패한 바 있다. 

이 결과 케이뱅크는 6월 기준 국내 BIS 자기자본비율(10.62%)이 시중은행 최하위를 기록했으며, 영업에도 차질을 빚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인터넷전문은행 진입에 따른 매력도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들을 일반 시중은행과 별반 차이가 없는 방식으로 운영하게 만들고 있다"며 "심사에서는 '혁신성'을 중요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고 했는데, 현행 은행법 및 각종 규제를 보면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외국 인터넷은행들을 살펴보면,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라며 "단순히 여수신 업무와 중금리대출 확대를 목표로 인터넷은행 설립을 유도하는 것처럼 보여 국내 ICT업체들이 인터넷은행 참가 의지가 없어지는 건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이 연구위원은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가 필요하다면, 2분기 토스 및 키움 컨소시엄을 합격시킨 후 인가과정에서 변화를 유도했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글로벌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내 자본시장이 여러 측면에서 불안한 상황"이라며 " 때문에 기업들을 설득하기 위해선 업체들을 만나 진솔한 이야기와 그들이 원하는 규제를 푸는 과감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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