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컷] 삼양그룹의 안테나는 어느 굴뚝 위에 있나요

2019-09-30 11:21:39

[프라임경제] 과거 조성된 아파트 단지들을 보면 대형 굴뚝이 단지 한켠에 남아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집집마다 보일러를 놓는 개별난방부터 단지에서 난방을 해서 난방과 온수를 공급해 주는 중앙난방, 일정한 범위의 지역에 일괄적으로 난방 및 온수를 공급하는 대규모 사업자가 있는 지역난방 등으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요.

마침 사진 중앙(가로등 부근)에 지나가는 사람과 견주어 보면, 중앙난방에 활용된 굴뚝의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 프라임경제

1990년대 초중반만 해도 중앙난방 형식은 대단히 편리한 방식으로 여겨졌으나, 아무래도 가가호호의 바람을 100% 수용할 수 없는 단점이 있는 데다 효율 면에서도 지역난방 대비 떨어진다고 해 현재는 사라지는 추세입니다.

중앙난방을 하다 지역난방으로 바뀐 경우에는 이제 굴뚝이 필요없게 됐지만 웬만한 빌딩 크기여서 저걸 허무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흔적으로 남아있거나 저렇게 다른 용도로 일부 활용하기도 합니다.

굴뚝 중간에 사람이 쉴 수 있는 발코니 같은 부분에, 잘 안 보이게 회색으로 칠해지기는 했습니다만, 철제 장비가 설치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확연히 발전한 이동통신의 기지국 등 통신 지원 기능으로 사용하는 것이지요. 높이도 상당하고 위치도 바람직한 경우라서 활용도가 나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굴뚝에서 통신탑으로 은근슬쩍 발전한 셈이지요. 아무튼 이제 저걸 통신탑으로 부를지, 굴뚝으로 여전히 방점을 찍을지는 보는 이들의 몫인 것 같습니다.

일본과의 관계 경색 국면이 오래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주에는 급기야 양국 경제인들이 서울에 모여 교류 정상화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해 눈길을 끈 바 있습니다. 

굳이 이 회의가 아니어도, 우리 측의 경제인들이 결성한 한일경제협회와 일본 쪽 재계 인사들로 구성된 일한경제협회는 서로 카운터파트 격으로 오랜 시간 협력과 우호를 다져왔는데요.  

이번 회의는 일본의 논리를 대변하는 데 그치지 않았냐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습니다. 역사적 맥락을 외면하고 경제적 관점에서만 문제 해소를 요구하는 일본 경제인들 이야기를 적당히 눌러주고, 큰 그림에서의 발전적 관계를 위한 토론과 결말이 충실하게 나왔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얘기지요. 특히나 한일경제협회는 지금 그 수장을 김윤 삼양그룹 회장이 맡고 있어서 오비이락 측면이 있습니다.

삼양그룹은 삼양사 등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화학소재 전문기업군입니다. 과거 방적 영역에서 큰 것을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만, 일제에 협력해 일군 성과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는 못합니다. 광복 이후에도 일본 기업의 지분 투자로 계열사들을 여럿 키웠다는 점에서 창업 초기 단계의 과거와 단절하려는 노력이 치열하지 못하다는 소리도 있습니다.

그러니 그 손자대에 해당하는 오너 일가가 엄중한 시국에 일본과의 경제 협력 재강화 필요성을 거론하는 자리에 참석하는 자체가 미묘하다는 소리가 나올 수 있는 것이지요.

삼양그룹이 척박한 토양에서 기업 역사를 쓰기 시작하고 또 성장한 것 전반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제는 그 규모와 종목 그리고 우리 경제 전반에서의 기여도 등을 모두 고려할 때 친일 방적기업의 후예로 간략히 저평가하기 안타까운 면이 더 큽니다. 하지만 이런 오너 일가의 처신 하나하나가 경우에 따라서는 회사와 제품들의 찬란한 오늘과 앞으로 뻗어갈 미래 대신, 그런 것들이 어떤 과거의 토대 위에 놓였는지로만 사람들의 시선을 자꾸 끌어내릴 수 있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지금 저 통신장비가 올라앉은 기둥은 굴뚝이었다는 점은 사족일까요, 혹은 이야기의 기둥 줄거리일까요? 오늘날 삼양그룹을 이끄는 김윤 회장의 의식과 비전은 선대의 잘못을 극복한 위에 있는 건지 혹은 편의에 의해 별 생각없이 덮어쓰기를 한 위에 있는 건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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