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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F 사태' 불완전판매 20% "내부 지적에도 강행"

리스크 절차도 거치지 않아 "전 과정에서 투자자 이익 반영 미흡"

김동운 기자 | kdw@newsprime.co.kr | 2019.10.01 16:45:26
[프라임경제] 은행들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가 '원금손실 가능성이 높다'라는 내부 지적에도 불구, 판매를 강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에게 전달받은 DLF 상품을 내부 검증 없이 판매해 수수료 약 5% 가량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원장 윤석헌, 이하 금감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주요 해외금리 연계 DLF 관련 중간 검사결과' 보고서를 1일 발표했다. 

금감원은 8월부터 DLF 상품을 판매한 우리은행(은행장 손태승)과 KEB하나은행(은행장 지성규) 2곳 시중은행을 비롯해 △DLS를 발행한 증권사 3곳 △DLF를 운용한 자산운용사 2곳을 상대로, 상품 설계부터 제조·운용 등 전 과정에 걸친 광범위한 합동조사를 2차에 걸쳐 실시한 바 있다.

금융회사들은 DLF 판매로 수수료 총 5% 가량을 소비자들로부터 수취했다. ⓒ 금융감독원


이번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DLF(독일 국채 금리, 영·미 CMS 금리) 잔액이 투자자 중도환매(932억원) 및 만기도래(295억원)로 1227억원 감소했다. 이로 인한 현재 잔액(이하 9월25일 기준)은 6723억원으로 집계됐다.

금감원은 DLF 잔액(6723억원)이 현재 금리수준을 유지할 경우, 무려 5784억원이 손실구간에 진입해 약 3513억원에 달하는 추가 손실도 예상했다. 예상손실률이 52.3%에 달하는 수치다. 

금융감독원은 DLF 예상 손실률을 52.3%, 액수로는 3513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 금융감독원


논란이 불거진 DLF는 기초자산(독일 국채 및 영국·미국 CMS)으로 삼은 금리가 만기까지 설정했던 배리어 이상을 유지하면 연 최대 4.0% 수익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다만 만기 도래시 기준 이하일 경우 정해진 배수(200배~333배) 만큼 원금을 잃으며, 원금 전액 손실도 우려할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이다.

원승연 금감원 부위원장은 브리핑에서 "검사 결과 DLF 설계와 제조, 판매 전 과정에서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사들이 투자자 보호보다 이익을 중시해 리스크 관리 소홀 및 불완전 판매 등 문제점들이 다수 발견됐다"며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설계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 엉망진창'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DLF 상품들은 발행 초기부터 리스크 분석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는 등 여러 문제가 포착됐다. 

우선 DLS 상품을 발행한 증권사들은 백투백헤지(리스크 감소) 계약 체결 사유 등으로 '가격 적정성'을 별도 검증하지 않았다. 심지어 내부 리스크 관리부서 측 '금리하락이 심상치 않아 원금손실이 가능하다'라는 의견도 무시하며 판매를 강행했다. 

발행조건에 맞춰 DLF를 설정, 운용보수를 수취하는 자산운용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들 운용사들은 수익률 모의실험(이하 백테스트)을 단순히 과거 금리 추이 기준으로 계산, '해당 상품이 안전하다'라는 입장으로 판매 창구(은행)에게 전달했다.

A은행 사내 상품게시판 공개 자료. ⓒ 금융감독원

실제 독일국채 DLF를 설정한 자산운용사는 독일 현재 상황을 반영하지 않고, 이전 고금리(2018년 평균 2.8%) 기준 백테스트 결과(원금손실률 0%)를 '상품제안서'에 기재했다. 이와 달리 금리가 낮아진 현재 변동폭을 반영한 결과는 '요약 상품제안서'에만 적어놓았다.

DLF 최종 판매자인 은행들은 이런 운용사 백테스트 결과만 믿고, 내부 검증 없이 고객들에게 안내·판매하면서 상품의 위험성이 전달되지 않았다. 

판매 직원들은 연수과정에서 들은 '만기상환률 100%와 원금손실확률 0%'를 고객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데 그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또 판매직원 90여명들은 준법감시인 사전심의를 거치지 않고, 3만여건(잠정치) 가량 투자 광고 메시지도 전달하는 법규 위반 의심 사례까지 나타났다. 

◆내부 사전 심의 1%…무리한 판매 유도 '지적' 

상품 설계 및 전달 뿐만 아니라 판매 과정에서도 여러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사실 국내 시중은행들은 DLF 상품 판매시 '내부 상품(선정)위원회' 심의·승인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2017년 5월부터 올해 6월까지 설정한 DLF(380건) 가운데 단 2건만이 상품선정위원회를 거쳤을 뿐이다. 하나은행도 2016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설정한 DLF(753건) 중 상품위원회에 올라간 사례는 불과 6건이다. 

이는 DLF 심의율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해당 은행들은 절차에 맞는 내부 통제를 거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판매를 단행했다는 의미다. 

DLF 판매 과정 도식. ⓒ 금융감독원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와 대해 "DLF 상품이 내부 상품(선정)위원회를 거쳐야 하지만, 기초자산이 동일한 DLF 상품 모든 회차를 거칠 필요는 없지 않느냐"라고 아쉬워했다. 

아울러 이들 은행들은 해외 국채금리가 하락세를 거듭하자 상품구조만 조금씩 바꾸면서 DLF 상품 판매를 이어갔다. 약정수익률을 비슷하게 유지하는 대신, 손실배수를 최대 333배(초기 200배)까지 확대하거나 손실구간 베리어를 높이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또 DLF를 가입한 기존 고객들에게 손실가능성을 통보하지 않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런 무리한 상품 판매 방식 근본 원인을 '은행들 DLF 판매 정책'으로 분석했다. 

DLF를 판매하지 않은 다른 시중은행들은 영업점 성과지표 중 비이자수익에 별도 배점을 부여하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낮은 배점 부여했다. 

하지만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비이자수익 배점을 상대적으로 높게 설정, 소비자보호 배점을 낮게 부여했다. 특히 PB센터 비이자수익 배점(20% 이상)의 경우 경쟁은행대비 무려 2~7배나 높게 잡아 무리한 DLF 판매를 유도했다는 것이다.

◆금감원 "시일 내 추가조사" 금융 피해자 "은행 고발"

금감원은 이번 중간검사에서 DLF 잔존계좌 판매서류(우리 2006건·하나 1948건)를 전수 점검한 결과, 불완전판매 의심사례가 20%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 결과에서 언급된 불완전판매 의심사례는 서류상 하자가 있는 경우에 한했다"라며 "향후 분쟁조정 등을 통해 서류상 형식적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불완전판매로 판별될 수 있는 사례가 추가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 결과를 토대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을 상대로 추가 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후 확인된 위규 사항 등은 법리검토 등을 통해 제재절차를 진행하며, 재발 방지 차원에서 엄정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DLF 관련)금융회사 불완전판매 수준과 투자자 자기책임원칙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손해배상여부 및 배상비율을 결정할 방침"이라며 "분쟁조정 신청건에 대한 민원 현장조사 및 검사결과 등을 토대로 법률검토를 거쳐 조속한 시일 내에 분쟁조정위원회에 부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파악된 소비자보호 취약요인 및 제도적 미비점 등에 대한 개선방안을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과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첨언했다.

우리은행 DLF 손실 고객들이 우리은행 본사 앞에서 항의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 김동운 기자



한편, 이번 조사결과와는 별개로 DLF 상품 피해자들은 우리은행 및 하나은행을 상대로 법적 분쟁 절차에 돌입한 상황이다. 

금융소비자보호원(이하 금소원)은 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을 통해 우리·하나은행장과 담당 임원, PB들을 대상으로 △사기 △사문서위조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윤석헌 금감원장 및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도 형사 고발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우리은행·하나은행 DLS 피해자들도 이날 오전 우리은행 및 금감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불완전판매 절차 '전수조사'를 촉구하며 집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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