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의 과감한 투자 정신 살려 이재용도 '디스플레이 13조 투자' 선언

2019-10-10 12:51:20

- 약한 고리 보강 적극성…차세대 먹거리 감각적 투자 '반도체 신화' 흡사

[프라임경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또 한 차례 공격적인 투자로 시장에 메시지를 던졌다. 10일 삼성디스플레이는 2025년까지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13조1000억원을 신규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대규모 투자에 나선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업은 개별 분야의 순항이 아니라 삼성그룹 전반의 차세대 동력원 정책으로도 평가되는 요소다. 여기에 정부 당국도 관련 예산을 대폭 늘리며 물밑에서 지원하기로 하는 등 다양한 관전 포인트가 등장해 더욱 관심을 끌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현장에 참석해 자리를 빛내준 데 이어, 산업통상자원부가 10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아산2캠퍼스에서 삼성디스플레이·충청남도 등과 상생협력 협약을 체결하는 등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나섰다.

◆물 들어왔을 때 노젓는…전자 어닝서프라이즈 와중 투자 함의는?

이번 투자는 삼성그룹의 미래 고민에서 단행됐다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 유력하다. 특히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사내이사 자리를 내려놓기로 사실상 결정된 상황에서, 전문경영인과 이사회에 디테일을 맡기지만 미래 전략이라는 큰 그림을 이 부회장이 챙기는 새 구도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이번 상황을 반영해 조망해 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앞서 반도체 발전을 위한 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기존에 경쟁력이 다소 약했던 시스템반도체에 적극 투자를 하기로 한 바도 있다. 그래서 약한 고리에 적극적인 공세를 단행하는 데 치중하는 점이 그의 장기가 될지 주목된다. 그만큼 공격적인 투자가 우선 눈에 띈다는 얘기다.

대형 디스플레이를 포기할 수 없다는 점에서 '디스플레이의 미래'로 평가받는 QD-디스플레이 개발에 집중한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인다. 하지만 연구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큰 돈을 쏟아붓는 것은 쉬운 결정은 아니다.

다시 삼성의 이번 디스플레이 투자와 현 상황 및 여러 배경 그리고 개선 노림수를 함께 살펴 보자.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10일 디스플레이 투자 발표 국면에 모습을 함께 드러냈다. ⓒ 연합뉴스

그룹 주력사인 삼성전자가 실적 호조를 근래 기록한 점은 일정한 안도감을 주지만, 그와 함께 도전 의지를 재확인시켜 주는 상황이자, 요구사항을 담고 있는 요소다. 삼성전자의 이번 3분기 실적(잠정)을 보면, 삼성전자는 4분기 만에 60조대 매출을 회복하는 등 매출과 이익 면에서 한숨 돌리는 양상을 보였다.

아이엠(IM) 부문의 경우 지난 8월 출시된 갤럭시노트10의 양호한 판매 등으로 3분기 영업이익이 2조원 초·중반대까지 올라온 것으로 추정되고, QLED TV 등 소비자 가전(CE) 부문의 실적도 양호하다.

반도체가 다소 부진한 점은 기정사실이다. 그래도 회복 기대감이 있는 터라 앞서의 반도체 미래 구상을 밀고 나가는 방향성에는 차질이 없을 전망이다. 옳은 선견지명이었다는 것.

여기에 TV 등의 호조는 어떻게 볼 것인가? 지금까지는 괜찮고 펀더멘털도 우수하다. 이렇게만 보면 지금 디스프레이 대규모 투자에 물음표를 찍을 수 있다. '왜, 굳이?'라는 질문이다. 하지만 전자에서 지금과 같은 전략 및 상황에 만족하지 않겠다고 시동을 걸 나름의 이유는 충분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그동안 대형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LCD를 고집해왔지만 중국 업체의 생산 능력 증가로 공급 과잉이 지속되며 수익성이 줄었다는 평을 듣는다. 이미 LCD 패널의 경우 중국 업체의 기술력 추격을 허용해서다.

물론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스마트폰과 태플릿PC 등에 사용되는 중소형 OLED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큰 두각을 나타낸다. 이것만 쥐고 있어도 사실 문제는 없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LG디스플레이의 강세가 부각돼 있었다.

전자 분야 즉 TV도 마찬가지다. 현재처럼 QLED 시장에서의 소비자 반응을 즐기면 된다는 안분자족 논리도 없지 않다. 하지만 현재 삼성전자가 판매하는 QLED TV는 LED 백라이트에 퀀텀닷 입자를 바른 뒤, LCD 패널과 결합하는 형태로 QLED의 기술적 정의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근래 소강상태로 들어섰으나, LG전자가 8K TV 전쟁에서 자사의 OLED가 삼성 측 제품보다 우수한 본질적 제품이라고 싸움을 걸었던 데에도 이런 배경이 존재했다.

이번 투자는 QD-디스플레이 기술에서의 압도적 우위를 장악하겠다는 것으로, 향후 디스플레이 전반을 향한 집념을 바탕에 깐 것이다. 여기서 우위를 장악하면 그야말로 퀀텀닷 입자가 스스로 빛을 내는 QLED로 가는 최종 승부수 역시 삼성 손에 잡힐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현장 시찰에 부쩍 열을 올린다는 호평이 나오고 있다. 사진 중앙이 이 부회장. ⓒ 삼성그룹

◆위험 국면마다 강력한 도전 전례 따른 것

삼성이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목말라 하고, 또 과감하면서도 장기간 투자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은 과거부터 찾아볼 수 있는 점이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은 그룹의 기틀을 놓은 지도자이기도 하지만, 전자 영역 진출은 물론 반도체 투자 등 결정을 내린 인물이기도 하다. 그의 결단이 없었다면 삼성은 물산 등으로 사업 주요 기둥을 구축하고 지금과는 다른 발전 모델로 운영됐을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를 시작한 것은 물론, 오일 파동 등 글로벌 위기로 안갯속인 상황에서도 이 창업회장은 1986년 삼성전자 반도체 3번째 생산라인 착공을 결정했다. D램 시장 불황 중에 나온 과단성 있는 결단이라 업계는 물론 기업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알려진다. 하지만 이 결정은 1988년 D램 시장이 대호황기를 맞으며 재평가를 받는다.

2세대 지도자인 이건희 회장 역시 과감한 건곤일척 기록을 남긴 바 있다. 2008년 4분기 충격적인 7400억원의 영업적자를 받아든 뒤 이듬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반도체 부분 역사를 새로 썼다.

이 부회장은 부친(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 지도 체제를 이끌면서 글로벌 경제 침체 와중에 선전했다는 평을 얻어 왔다. 이제 삼성의 도전 신화가 반도체 영역에서만 국한되지 않고 전자 등 전반에서도 가능하다는 점이 3세대인 이 부회장 시대에서도 확인됐다.

이 부회장이 편한 M&A 등에만 치중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꺾는 효과는 물론, 장기적 관점에서의 리더십 확인에서도 이번 대규모 투자는 의미가 크다. 

약한 고리나 필요없는 요소 덜어내기에만 치중한다는 평을 얻게 되면 리더십 성장에 한계가 생기는데, 디스플레이 보강을 이번에 결정하면서 그런 우려를 극복했다는 풀이가 뒤따른다. 앞서 반도체 2030 구상과 이번 디스플레이 투자 단행이 유기적으로 작용하면서 내는 시너지 효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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