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하기 쇼맨십? 삼성식 투자, 꼼꼼한 '망하는 시나리오'+오너십 융합

2019-10-10 13:40:52

- 최순실씨 사건 파기환송 국면 속 과감한 투자 연속…장기적 결과 지켜볼 기대감 높아

[프라임경제]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부터 2세대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그리고 현재의 선장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르기까지 불과 3세대째다. 그 기간 동안 삼성은 상회에서 반도체 등 첨단 제품까지 다수 쏟아내는 종합 그룹으로 성장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시기에 다수 그룹들이 쓰러지거나 타격을 입는 와중에서도 삼성은 위기를 넘기고 경쟁력을 키우며 독보적 위상을 얻었다. 이 같은 상황에 리더십 그리고 오너십의 작용과 효과라는 풀이가 나온다.  

물론 위기도 없지 않다. 이건희 회장 시대에도 논란이 없지 않았으나 특히 승계 문제를 놓고 이재용 부회장은 여러 잡음을 겪었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특검 수사까지 받았고, 논란 끝에 사건은 파기환송까지 돼 다시 재판 절차를 밟고 있다. 

근래 삼성전자 사내이사 자리를 내려놓는 수순을 그가 택할 것이라는 풀이가 여럿 나오는 것도 이 부회장 위기 상황과 리더십 상처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결정으로 해석된다.

▲10일 디스플레이 투자 선언 현장에 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문재인 대통령도 자리에 함께 했다. ⓒ 연합뉴스

그런 중에 삼성이 큰 투자 방침을 여럿 천명하고 있다. 반도체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시스템반도체 역량을 끌어올리는 한편, 이번에는 디스플레이에서도 미래 경쟁력 강화 및 초격차 전략 구사 의중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냉정한 평가도 일각에서는 대두된다. 삼성이 투자 그리고 일자리 창출 등으로 현재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일정한 반사 효과를 얻으려 하는 게 아니냐는 풀이인 셈이다.

오너 일가 구하기 쇼맨십 논란 속, 미래 먹거리 투자 리더십 결단

흥미롭게도, 삼성 오너 일가에 긍정적 판단을 하는 이들과 일종의 적대적 공존을 하는 다른 듯 닮은 꼴 논리라고 볼 수 있다. 삼성의 미래 항해 방향 판단에 오너십 발휘상 차질이 생기면 안 된다는 시각을 공통분모로 한다. 

하지만 삼성의 리더십이 곧 100% 오너십이냐는 질문에 '마냥 쉽게' Yes라고 답한 뒤 넘어갈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창업회장 시절, 전자 영역 진출은 물론 반도체 투자 등 대담한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고 이병철 회장은 반도체를 시작한 것은 물론, 오일 파동 등 글로벌 위기로 안갯속인 상황에서도 삼성전자 반도체 3번째 생산라인 착공을 결정했다. 

2세대 지도자인 이건희 회장 역시 과감한 건곤일척 기록을 남긴 바 있다. 2008년 4분기 충격적인 7400억원의 영업적자를 받아든 뒤 이듬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반도체 부분 역사를 새로 썼다.

그 과감한 투자로부터 약 15년 전인 1994년. 유학 후 귀국, 삼성에 합류한 진대제 박사(삼성에서 임원 역임 후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활동)가 삼성의 반도체 사업이 망하는 시나리오를 검토한 바 있다. 

당시 한국 반도체 산업은 나름의 성과와 성장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에 중요 요소를 의존하는 면도 컸는데, 이때 '인텔 메모리 영역 사업 재진입' 그리고 '일본 반도체 제조장비 한국수출 중단' 등 최악의 양대 시나리오가 면밀히 검토됐던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반도체 담당 임원들이 상당한 위기감을 갖고 분석과 대응 공부를 했고 그런 와중에 누적된 냉철한 자기 확신이 수뇌부로도 전달된 것. 따라서 나중에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위기에서는 자신감이라는 자산으로 치환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참고로, '관리의 삼성' 혹은 '천하의 이건희'라고 해서 매번 성공하는 것도 아닌 게, 삼성 오너 일가 역시 잘못된 판단이나 전략, 계산을 바탕으로 투자를 하면 틀린 결과를 얻어 들기도 한다. 이 회장은 자동차에서는 기초 투자 비용(내지 매몰 비용) 판단을 잘못해 결국 재미를 보지 못했다.

단순히 사업주의 집념이 빚어낸 결과가 아니라 미래 성장 방향을 면밀히 바탕에 깔되, 마지막  최소한의 불확실성에 오너십을 자산으로 한 리더십으로 사내 그리고 회사 밖의 반대와 질시를 무릅쓴 결정을 내리는 문화가 태동된 셈이다. 1세대와 2세대를 통해 오너십과 리더십이 융합되고 시너지를 낼 여지가 발생한 셈이다. 

3세대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부회장은 부친(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 지도 체제를 이끌면서 글로벌 경제 침체 와중에 선전했다는 평을 얻어 왔다. 다만 방어적으로 M&A나 덜어내기에 치중하는 게 아니냐는 소리도 초반엔 없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현장 방문을 여러 번 단행하면서 사업의 위기 요소와 돌파 방향 파악에 골몰해 왔다. 사진 중앙이 이 부회장. ⓒ 삼성그룹

그런 그가 반도체 발전 방안에 이어, 디스플레이에서까지 과단성 있는 장기 투자 전략을 구사하고 나섰다.

반도체에서는 메모리 반도체의 탄탄한 체력이 이미 구축된 점을 기반으로, 비메모리까지 발을 넓히겠다는 복안이다. 또, 중국의 추격으로 디스플레이가 힘든 상황이지만 오히려 추격이 불가능한 다른 아이템으로 간격을 벌리자는 초격차전략을 내세운 것이다. 

◆망하는 시나리오 공부하는 리더십+돌파구 찾고 책임지는 오너십

모두 주변의 강력한 적이 존재함을 확실히 분석하고, 이들이 가진 강점과 약점 그리고 자신의 장점과 단점 등을 모두 아우르는 유기적 판단 끝에 돌파구를 찾아내자고 구성원들과 투자자들을 독려한 셈이다.

오너십 폐단이나 오너의 신병구속 여부 등 선정적 이슈에만 매몰돼 삼성의 투자와 결정 등까지도 좁은 각도로 보는 대신, 오너십이 리더십에 어떤 방향에서 어느 정도 크기의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지 들여다 볼 필요가 이제 제기되고 있다. 

이른 바 망하는 시나리오에 대한 면밀한 학습과 적과 도전에 대한 삼성식 노하우, 그런 이해와 판단이 갖는 강점이 발전해 나가고 빚어낼 경영상 이점에 대해서도 파악이 요청된다. 

2030년 무렵이면 우리는 최순실씨 등 사건의 정리가 완비된 상황에서, 지금 단행되는 반도체와 디스레이 등에 대한 투자 결과를 볼 수 있게 된다. 리먼 위기 이후 끈질기게 우리를 괴롭히는 경제 침체를 삼성 등 플레이어가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큰 주제도 중요하지만, 이런 세부적인 각도의 이슈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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