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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新예대율' 규제 직면 '발등 불' 껐다지만

CB발행‧예수금 확대 성공…거시적으로 수익성 악화 '딜레마'

김동운 기자 | kdw@newsprime.co.kr | 2019.10.11 16:17:50
[프라임경제]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억제를 위해 오는 2020년 새로운 예대율을 적용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시중은행들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코앞에 닥친 새로운 규제적용에 만반의 채비를 갖춘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금융권 한 켠에서는 새로운 예대율 규제는 피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이자수익 악화 등 부정적인 영향이 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다.     

◆가계부채 낮추고 기업대출 높여라 '新예대율' 규제

'예대율'은 총예금잔액에 대한 대출금잔액 비율을 말하며, 은행 자산구성 및 건전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현행법상 국내 시중은행들은 예대율을 100% 이하로 관리해야 하는데, 이를 넘기게 될 경우 대출 제한 등 금융당국으로부터 강력한 관리를 받게 된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를 줄이고, 기업대출 비중을 늘려 경기 활성화를 꾀하고자 '신 예대율' 규제를 오는 2020년에 적용할 방침이다. ⓒ 연합뉴스


현재 금융당국은 기존 예대율이 가계부채 관리에 있어 부족하다고 판단, 내년부터 예대율 산정 시 가계대출 가중치는 15%p 높이고, 기업대출 가중치는 15%p 내리는 방안이 담긴 '신 예대율'을 적용하기로 결정한 상황. 신 예대율 규제를 통해 가계대출을 줄이고, 기업대출을 활성화해 시장의 자금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 중 2분기 예대율을 가지고 신 예대율을 산정하게 될 경우 NH농협은행(현재 약 85%대)을 제외한 은행들은 대부분 100% 예대율을 초과하게 된다. 새로운 예대율을 적용했을 경우 가계대출 비율이 제일 큰 KB국민은행(은행장 허인)이 103.2%로 가장 높게 나왔으며, 우리‧KEB하나(101.2%) 신한(100.5%)은 순으로 뒤를 이었다. 

신 예대율 적용이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시중은행들은 예수금을 높이거나 대출금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주요 시중은행들은 가계대출을 줄이면서 동시에 기업대출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시중은행들은 가장 먼저 '커버드본드(CB)' 발행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커버드본드는 금융기관이 가지고 있는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만기 5년 이상 채권을 의미한다. 

◆CB발행‧저금리에도 예수금 몰려, 바람직 할까? 

커버드본드는 기초자산이 주택담보대출 채권 등 안전성이 높고 조달금리가 낮은 장점이 있다. 또한 금융당국이 커버드본드 발행자에게 채권 잔액 1%를 예수금으로 인정해주는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어 신 예대율을 낮출 수 있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장점에 힘입어 시중은행들은 커버드본드 발행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14일 국내 은행 최초로 5000억원 규모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에 성공한데 이어, 6차례에 거쳐 총 2조600억원 규모의 커버드본드를 발행했다. 여기에 국민은행은 연말까지 2조6000원까지 커버드본드 발행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커버드본드 발행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은행은 KB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올해 말까지 약 2조6000억 규모 커버드본드 발행을 목표로 두고 있다. ⓒ 연합뉴스


SC제일은행(은행장 박종복)도 국민은행에 이어 지난 6월 5000억원 규모의 만기 5년물 커버드본드를 발행했다. 이어 신한은행(은행장 진옥동)도 지난 10일 2000억 규모 커버드본드를 발행하는데 성공하며 커버드본드 발행 열기에 동참했다, 여기에 하나은행(은행장 지성규)과 우리은행(은행장 손태승)도 커버드본드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연 1%대에 불과한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인해 은행 정기예금 및 요구불예금 등에 돈이 몰리며, 시중은행들이 신 예대율 상한을 맞추는데 기여하고 있는 형국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정기예금 잔액은 9월말 기준 653조915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대비 약 1조9000억원 가량 증가한 수치다. 올해 정기예금에 몰린 전체 자금은 약 55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MMDA(정기예금 및 저축성예금)을 제외한 기타 요구불예금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들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9월 약 420조원으로 지난해대비 21조원 가량 상승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DLF사태 뿐 아니라 부동산 규제 강화 및 글로벌 시장경기 불안정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발생해 시중은행에 예금이 몰리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당장 예대율 관리 측면에서는 도움이 되긴 하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자금 유동성‧이자수익 악화, 화폐유통속도 역대 최저치

저금리 기조에서 은행에 예금이 몰리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보기 힘들다는 평가다.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투자 목적으로 시중에 나온 자금들은 대체로 높은 수익을 제공하는 펀드나 주식‧부동산 시장에 자금이 몰리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DLF 사태를 비롯해 부동산 규제 등 시중에 돈이 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시중에 통화가 돌지 않는 '돈맥경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3일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화폐유통속도를 참고하면 2분기 화폐유통속도는 0.69로 역대 최저수치를 기록했다"며 "시중에 풀린 자금이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예금 등의 형태로 잠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국내 경기 활력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으며, 화폐유통속도 저하가 계속된다면 장기적인 경기침체, 즉 디플레이션을 나타내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최근 경쟁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커버드본드 발행도 은행에게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커버드본드는 예대율 확보 및 안정적인 자금 확보를 가능하게 만들지만 △투자금을 끌기 위한 타 은행대비 높은 금리 책정 △신규 시스템 구축 및 인력 확보 등 발행에 드는 부대비용 등으로 지출이 계속해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까지는 커버드본드 발행 비용이 예수금을 유치하기 위한 예금 금리 인상비용보다 낮기 때문에 커버드본드 발행은 계속될 것이라 분석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도 내년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커버드본드 발행이 진행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부동산 규제 등으로 신규 가계대출이 증가하기 힘든 상황에서 신 예대율 규제가 얼마나 큰 효과를 가질지 의문을 제기하는 가운데, 오히려 가계대출 축소로 인해 서민 대상 대출이 축소되며 '금융소외자'가 나올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은행 관계자는 "신 예대율이 적용된다면 당분간 가계대출을 늘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심지어 저축은행에도 동일한 규제가 적용될 예정인데, 가계대출 감소에 따라 저소득층과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가지 않게 (금융당국이)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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