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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 반도체 공장 찾은 중국 총리, 삼성으로선 '기분 나쁘지 않은 관심'

반도체 신성장 분야 주목 비슷한 처지…대국굴기 등 국제역학 미묘함 감안해도 윈윈 고려할 의미 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9.10.15 10:58:20

[프라임경제] 리커창 중국 총리가 중국 시안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전격적으로 시찰한 점을 놓고 다양한 해석과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정보망은 리 총리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으며 "중국의 대외 개방의 문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발언했다고 밝혔다.

14일 이뤄진 리 총리의 방문은 국가 수뇌부 인사의 시찰이라는 점에서 경제적으로 큰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예우 차원에서 삼성쪽에서는 황득규 중국 삼성 사장이 맞이하고 안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시안의 삼성 반도체 공장을 찾은 리커창 중국 총리. 리 총리가 화면을 살펴보고 있다. ⓒ 중국정보망

◆반도체 굴기에 참여 신호? 한한령 이후 양국 관계 개선? 

이번 시찰을 놓고 중국 당국이 미국과의 경제적 긴장 관계에서 주변국 챙기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풀이가 우선 나온다. 중국의 성장과 팽창은 대국굴기와 일대일로라는 키워드로 요약해 설명할 수 있다.

그간 실력을 충분히 길러온 중국은 점차 국제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는 방향으로 자신감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G2 중 하나의 축으로 미국과 대등하다는 자긍심을 굳이 숨기지 않기 시작한 것.

시진핑 주석이 임기 제한을 사실상 없애는 식으로 장기집권에 성공하고 각종 경제적 적신호를 상당 부분 성공적으로 제어하면서 이런 태도 전환은 더 속도가 붙어왔다. '세계의 공장' 노릇을 그만 하고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나라이자 글로벌 경제에서 힘을 가진 강국으로 위상 제고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체적인 성장 동력 확보와 내부 시장을 통한 발전으로 시선이 옮겨간 것도 유념해 볼 대목이다. 두터운 중산층을 바탕으로 내수만으로도 탄탄한 경제 시스템을 노리는 것이다. 이른바 샤오캉 구상이다.

내부적으로 튼튼하고 경쟁력이 강한 선진 경제를 만드는 동시에 아울러 팽창을 하는 것, 이것은 중국의 경쟁력과 발전을 전제로 한 주변국의 경제권 복속을 의미한다는 일대일로 방식으로 귀결된다.

하지만 미국의 견제와 압박으로 이런 전략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시찰에서 리 총리가 말했듯, 아직은 다른 나라들의 참여와 도움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내기로 전술상 일보 후퇴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리 총리는 시찰 현장에서 "중국 시장은 넓고 산업이 중저에서 고부가가치 분야로 나아가고 있으며 거대한 사업 기회가 놓여 있다"고 각국에 러브콜을 보내고, "지식재산권을 엄격히 보호하며 중국에 등록한 모든 기업을 동등하게 대우할 것"이라고도 약속했다.

◆삼성, 중국이 내민 손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눈길

삼성전자는 이번 메시지를 어떻게 받을지 주목된다. 리 총리는 특정 회사를 방문하는 외에도 당일 직접 이름을 언급하는 식으로 삼성에 대한 애정을 크게 과시했다. 리 총리는 "우리는 삼성을 포함한 각국의 하이테크 기업들이 계속해서 중국에 투자를 확대하는 것을 환영한다"고도 이날 역설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과거 시안 공장 방문 당시 사진. ⓒ 연합뉴스

삼성의 그룹 기틀이 되는 전자 분야에서 중국이 갖는 의미는 복잡하다. 중국은 이제 단순한 생산 기지나 시장만이 아니라 주요 생산품을 내놓는 추격자 내지 경쟁자 즉 엄연히 무시하기 어려운 비중을 갖춘 플레이어다.

LCD 영역에서 중국의 과감한 투자와 참여로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전략 자체가 변화하게 된 게 좋은 예다. 삼성전자만 하더라도 중국 내 휴대전화 공장의 문을 근래 닫는 것으로 가닥을 잡을 정도로 중국 내 산업 상황은 거의 모든 세부 섹션에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 삼성이나 LG 등 유력 기업집단들이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 당국이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이후 중국과의 관계가 얼어붙은 일명 한한령 구도를 깨는 데 이번 기회를 활용할 것이냐, 혹은 대국굴기와 미국과의 전통적 우호 관계와 경제적 연결 사이에 어떻게 줄타기를 할 것이냐도 중요하지만, 개별 기업으로서도 그 이상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할 과제를 받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업체들은 9월 들어 삼성전자가 미래 사업으로 지목한 '차세대 반도체'에 연달아 도전장을 내놓기도 했다. 화웨이의 5G 통합칩 '기린 990 5G'와 알리바바의 AI칩 '한광 800' 등이 잇따라 공개된 것.

한광 같은 경우엔 특히 AI에 특화된 제품이자, 고성능 신경망처리장치(NPU)이라는 점에서 삼성으로서도 마냥 느긋하게 바라보기 어렵다.

NPU는 삼성전자 특히 시스템 LSI 사업부가 박차를 가할 영역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4월 '반도체비전 2030'을 선언한 삼성전자의 사정을 고려하면 더 의미가 있다. 메모리 반도체의 위상을 비메모리 반도체 영역에서까지 뻗어나가겠다는 게 삼성의 복안이다.

서로 시장 초기 단계의 차세대 기술 발전에 목말라 하면서 주도권 전쟁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과 중국의 공통된 고민이 여기에서 출발한다. 메모리 반도체에서 삼성이 확고히 앞선 초격차 전략 구사 가능자이지만, 다른 영역에서는 계속해서 공격적인 기술 개발을 이어가야 할 도반의 의미가 강하다고 중국으로서는 보고 대응과 협력을 구사할 수 있다.

삼성으로서도 반도체 발전 전략에서 이런 관심이 나쁘지만은 않을 이유다. 치열한 반도체 영역 특히 비메모리 영역에서 오월동주 내지 선의의 경쟁 자체를 마다하기 어려운 터에 도움이 되는 상황 전개로 드라이브 주도를 해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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