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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리커창 '볼펜심 한탄'과 하만 소송

너무나도 사소한 기본 짚는 미국식 문화, 탄탄한 글로벌 삼성 양분 될 것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9.10.15 11:33:00

[프라임경제] 미국의 전장전문기업 하만이 삼성에 인수됐다는 뉴스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당시 인수합병을 위해 투입된 금액이 컸기 때문이죠. 한국 기업이 관련된 M&A 최대 규모인 10조원을 풀어 잡았다는 점에서 큰 뉴스가 됐었고요. 아울러 전자 기업을 먹여 살릴 미래성장동력 중 하나로 전장이 꼽히는 중에 이재용 부회장 등이 적극적으로 결단을 내렸다는 신호로도 받여들여 졌었습니다. 

이 하만이 다시금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는데요. 일부 주주들이 미국 현지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해당 주주들은 하만이 삼성전자에 인수되기 전 주주들에게 배포한 경영실적 전망 보고서에서 회사 미래가치를 평가절하하는 등의 방식으로 흡수합병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당시 인수합병 과정에 관여한 투자은행이 삼성전자와 특수관계라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짚고 나섰습니다. 잠재적 이익상충의 빌미를 잡은 셈이지요.

물론 미국 사정에서 주주들이 집단소송이 나서는 게 이례적인 것도 아니고, 하만의 경우 특히 2017년 인수합병 당시 일각에서 이에 반대하는 의사 표시를 한 적도 있어 주주들이 100% 호의적이거나 호락호락하진 않다는 점이 우리나라에도 인지됐던 바 있습니다. 

그래서 소액주주들의 이번 지적이 대단히 큰 법적 이슈가 된다든지 허를 찌르는 법률 드라마가 펼쳐질 여지는 거의 없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행여라도 삼성의 하만 인수 자체를 뒤집을 만한 사안은 결코 아니라는 얘기죠.

다만 여기서 생각해 볼 문제는, 몇몇 기본적 부분에서 호루라기를 불고 나설 수 있는 미국식 주주 문화라고 하겠습니다. 삼성의 허만 인수전 그림 전체가 몇 가지 작은 문제로 대단히 잘못됐다고 도매금 비판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비약하려는 건 결코 아닙니다. 

다만, 이런 나사못 박는 것도 제대로 마무리 못하면서 그런 큰 M&A 배를 띄웠느냐는 질책이 먹히는 게 미국 사회이고, 또 그런 미국식 경영이 글로벌 스탠다드로 각국에서 숭상과 학습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점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이미 성장을 했고 앞으로도 국내에서만 안주할 것은 결코 아닌 만큼 이런 기본에 대한 불만을 눈여겨 볼 필요는 더 높아진다고 하겠습니다. 

중국 이야기를 잠깐 하겠습니다. 리커창 총리가 2015년 12월 "우주선도 만드는 중국이 볼펜심을 어찌 만들지 못하는가"라고 한탄한 일화가 일명 '제조 2025'이라는 중국의 전략적 산업 고도화에 시발점이 됐다는 설이 있습니다.

볼펜도 못 만들면서 우주선을 쏜다는 불균형이 주는 씁쓸함. 그리고 그런 우울한 기분 못지 않게 어쩌면 리 총리는 그렇게 쏜 우주선이 100% 제대로 기능을 다할 수 있을지 일말의 불안함을 느꼈고 그 점에서 기본을 독려한 것은 아니었을까요? 

하만 일부 주주들의 트집잡기는 그 자체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는 뉴스였다 하더라도, 그들의 행보 저변에 깔린 기본을 중시하는 태도는 아무튼 삼성은 물론 우리나라 경제 참여자 모두가 쓴 약으로 소중히 흡수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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