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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사로잡기 급급' 국내 LCC, 책임감은 뒷전?

오픈마켓 광고 시 총액표시제 위반…수하물 파손사고도 해마다 증가

권예림 기자 | kyr@newsprime.co.kr | 2019.10.16 09:15:16
[프라임경제] 최근 국내 저비용항공사(이하 LCC)들의 신규 취항 소식이 쏟아지고 있다. 불매운동으로 수요가 뜸해진 일본노선을 감축하고 중국 및 동남아 등의 중장거리 노선을 확대함으로써 3분기 대규모 영업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나아가 여전히 수요가 공급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LCC들은 특가이벤트 제공 및 기내서비스 확대 등으로 경쟁력을 높이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어서울은 지난 10일 LCC 최초로 기내에서 인기 영화 등의 영상물을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제주항공은 웹툰 작가인 김풍과 함께 개발한 기내식 메뉴를 선보였다. 또 에어부산은 영남 외 지역에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무주·영동·금산 관광협의회와 업무협약을, 진에어는 젯스타그룹에 이어 델타항공과 인터라인 협정을 맺었다. 

문제는 소비자 마음을 잡는데 만 급급한 국내 LCC들이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특가항공권 꼼수는 물론, 항공서비스 품질 저해 등으로 소비자불만이 쏟아지고 있는 것. 

한국소비자원의 LCC 피해구제 접수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2016~2018년)간 LCC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1156건.

업계는 이처럼 소비자들의 민원이 매년 300~400건 발생하는 이유로 당연히 제공해야할 정보를 알리지 않는 등 잘못된 정보로 발생한 비용에 대한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9월17일 한국소비자원에서 발표한 국내 저비용항공사 온라인광고 실태 자료. ⓒ 한국소비자원


대표적으로 LCC들이 오픈마켓을 통해 온라인으로 항공권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항공운임 총액을 정확히 표기하지 않았거나, 위탁수하물 비용도 명확하게 고지하지 않는 등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한국소비자원에서는 오픈마켓 4개 사이트(G마켓·옥션·11번가·인터파크)에서 LCC의 항공권 광고를 분석, 조사대상 광고 60개 중 절반에 가까운 26개(43.3%) 광고가 총액 표시제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또 오픈마켓 첫 화면에 표시한 운임보다 결제 단계에서 높은 운임을 제시하거나(24개), 유류할증료 변동 가능성을 고지하지 않는 경우(19개)도 많았다. 

즉, 실제 금액보다 적은 금액으로 고지하거나, 유류할증료가 포함돼 있다고만 할 뿐 정확한 요금을 고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 국토교통부가 2014년부터 규정한 총액표시제에 따르면 항공권을 판매할 때는 소비자들이 상품을 비교·선택할 때 지불해야 할 총금액을 표기해야 한다.

이와 함께 조사대상 광고 60개 중 19개(31.7%) 광고가 위탁수하물 비용 관련해서도 안내가 없거나 불분명하게 안내했다. 15개는 위탁수하물 비용을 안내하지 않았고, 4개는 일반적인 위탁수하물 규정만 고지할 뿐 판매 항공권에 적용되는 위탁수하물 비용을 알리지 않았다. 

다수의 업계 관계자는 "LCC들의 특가항공권 판매는 고객니즈가 확실하지 않은 신규 노선에서 주로 판매 이뤄지고 있는 만큼, 항공사 입장에서는 가격이 낮아 보이는 효과로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총액 표시제에 따른 필수 고지 항목은 아닌 위탁수하물 비용을 제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약을 취소할 경우 환불수수료는 거의 고객이 부담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 힘든 불공정 약관 등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라고 덧붙였다. 

또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항공사들은 과장된 광고를 지양해야 하고, 소비자들도 항공권구입 시 항공요금 외에도 유류할증료와 공항사용료 등이 모두 포함된 금액인지에 대한 정보를 면밀히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 항공사를 이용하는 승객들의 수하물 파손사고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현재 많은 수하물 파손사고는 수하물 처리를 담당하는 작업자들의 부주의한 운반 또는 적재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임종성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광주을)이 국토교통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2016년 1월~2019년 6월 사이 8개 국적항공사 여객기 수하물 파손사고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적사들의 수하물 파손사고는 △2016년 3만2358건 △2017년 3만4576건 △2018년 3만8473건 △올해 6월까지 2만2790건으로 모두 12만8197건이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의 수하물처리시스템 모습. ⓒ 연합뉴스


특히 LCC들은 수하물 파손사고 증가율이 심각했다. LCC 항공사별 수하물 파손사고 증가율(2016년 대비 2018년 수치)은 에어서울이 710%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티웨이항공 274.93% △이스타항공 130.34% △에어부산 80.81% △진에어 44.3% △제주항공 43.95% 순이다.

에어서울이 2015년 4월에 설립된 탓에 노선 수가 다른 LCC에 비해 훨씬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해 파손 수치로 볼 경우에는 162개(2018년)로 제일 낮았으며, △이스타항공(463개) △진에어(1990개) △제주항공(2535개) △티웨이항공(2692개) △에어부산(4336개)이 뒤를 이었다. 

임종성 의원은 "모든 항공사에게는 승객뿐 아니라 그들의 수하물까지 안전하게 운송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수하물 운송에 책임이 있는 각 항공사와 수하물 처리 시스템을 운영하는 공항공사 모두가 수하물 파손 사고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교 교수는 "실제 매년 LCC들의 노선수가 10% 전후로 증가하기 때문에 승객수와 함께 수하물 손상 사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항공사 측에서도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 예상하기 때문에 신경을 써야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허희영 교수는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처럼 정착된 공항들은 수하물처리 시스템이 잘 돼 있지만, LCC들은 주로 지방공항에서 취항한다"며 "지방공항들은 아직 수하물 핸들링 시스템이 선진화 돼 있지 않아 사건사고가 더 자주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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