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남양, 몰래 쓴 '일 치프리아니'…'국제 망신' 시한폭탄

'일 치프리아니' 특허청 우려에도 사업 확장해

강경식·김다이 기자 | kks·kde@newsprime.co.kr | 2019.10.17 12:07:14
[프라임경제] 남양유업(003920)이 운영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일 치프리아니'가 특허청의 상표사용에 대한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확장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특허청은 2001년 남양유업이 신청한 '일치프리아니' 상표의 상표권 등록에 대해 치프리아니가문과 오인할 여지가 크다는 이유로 2003년 거절했다. ⓒ 특허청


이와 관련해 최근 '치프리아니 그룹'이 유럽과 미국에서 사용되는 상표에 대해 소송을 반복하고 있어 남양 역시 국제적인 분쟁에 휘말릴 수 있는 상황이다.

이탈리아인들의 음식에 대한 자부심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일례로 2015년 맥도날드가 미국에서 방영한 해피밀 광고에 대해 '원조 나폴리 피자 연합회'가 광고철회를 요청하고 소송까지 벌인 사건은 이탈리아인들의 요리 자부심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이탈리아에서도 대를 이어가며 베니스식 요리의 정통을 잇는 가문이 바로 '치프리아니'다. 2001년 남양유업은 '치프리아니' 가문의 이름을 따고 정관사 'il'을 넣어 '일 치프리아니(il Cipriani)'라는 이름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 직후인 2001년 11월 남양유업은 '일 치프리아니'라는 상호의 상표등록을 신청했으나 거절됐다. 특허청은 '이탈리아의 유명한 요리사인 '치프리아니의 가문'을 의미하므로 이를 서비스표로 사용할 경우 국제간의 공정하고 신용있는 거래질서 등을 침해할 염려가 있고, '치프리아니의 가문'이 제공하는 것으로 서비스품질의 오인 및 수요자 기만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남양유업도 특허청의 이같은 주장에 대한 반박을 포기하고 거절결정을 받아들였다. 단 남양유업은 무형자산인 상표권에 대해서만 특허청의 결정을 존중했을 뿐, 치프리아니의 이름을 사용한 사업은 되려 확장하기 시작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고객을 기만할 의도는 전혀 없다"며 "고객들이 낯선 이탈리아 식문화에 대해 더욱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당 상호명을 사용하고 있고 앞으로도 최상의 맛과 품질로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문제는 치프리아니의 입장이다. 우려스러운 사실은 미국과 유럽에서 'CIPRIANI' 상표를 보유하고 있는 치프리아니 그룹(Cipriani Group, Inc.)과 Hotel Cipriani, Hotel Cipriani Srl 및 영국의 'IL Cipriani'를 보유한 'COMPANHIA HOTEIS PALACE' 등 상표권 소유를 주장하는 기업들의 분쟁이 빈번한데 있다.

영국 아일랜드 법률정보연구소(British and Irish Legal Information Institute) 데이터베이스에 의하면, 치프리아니 상표와 관련한 138건의 법률 분쟁을 확인할 수 있다.

17일 현재 영국 아일랜드 법률정보연구소에서 치프리아니 상표와 관련한 소송내역만 138건에 달했다. ⓒ 영국 아일랜드 법률정보연구소(British and Irish Legal Information Institute. https://www.bailii.org/)


이 가운데 유럽 내 호텔, 레스토랑에 대한 상표권분쟁 판례 일부는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서도 확인됐다.  영국에서 발생했던 '호텔 치프리아니 에스알엘 & 아더스(원고) 대 치프리아니(그로브너 스트릿) 유한회사 & 아더스(피고)' 케이스는 남양유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치프리아니' 상표권 분쟁 판례. ⓒ 한국지식재산보호원


당시 영국법원(잉글랜드 & 웨일즈 고등법원(상법부))은 피고가 사용한 상표가 호텔과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사용됨에 따라 서비스와 상품의 출처에 대한 혼동을 야기 할 수 있다며 상표권 침해를 인정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마드리드의정서에 가입하고 있다. 즉 현재 상태가 지속될 경우 치프리아니가 분쟁을 개시하면 언제든 남양유업은 그간 사용한 상표에 대한 댓가를 치뤄야 하는 상황. 

더구나 앞서 치프리아니 가문을 의미한다는 이유로 상표권 등록을 거절했던 특허청의 판단이 남아있기 때문에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도용으로 인식될 공산도 크다.

이와 관련해 남양측은 "관련사안에 대해 분쟁사항이 발생치 않도록 내부적으로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남양측의 설명에 협의 대상이 누구인지에 대해 지목하지 않아 당분간 우려는 지속될 전망이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