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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윤정의 잡크래프팅] (2) QA – 고객경험 디자이너

 

지윤정 대표 | topia@willtopia.co.kr | 2019.10.18 17:46:33

[프라임경제] 공공 콜센터에 걸려왔던 '520번 버스 언제 와요?'와 같은 문의는 이제 예전만큼 많지 않다.  도내 버스앱을 다운 받으면 버스가 어디를 달리고 있는지 시시각각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에서도 기존에는 상담사가 전화를 받아 처리했던 업무들, 이를테면 보험금 청구 방법, 구비서류 등을 로봇이 채팅을 통해 알려준다. 이러다 콜센터 업무가 다 자동화되고 콜센터는 없어지걸까?

직업은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다. 가치가 없어지거나 전달하는 방식이 달라지면 직업은 해체되거나 대체된다. 자동화 기술로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직종은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다. 도서관 사서나 톨게이트 직원이 그런 경우다.

반면 가치와 전달 방식 모두 변하지 않는 직종도 있다. 조직경영자나 간호사와 같은 직업은 자동화할 수 없다. 가치도 그대로고 전달방식도 대체하기 어려운 지속 가능한 일자리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대체되지는 않지만 해체되고 새롭게 재정의해야 하는 직종이다.

대학교수나 예술가와 같이 기술과 역량은 아직 가치가 있지만 전달하는 방식이 급격히 변한 직업이 있다. 굳이 대학에 가지 않더라도 인터넷으로 언제 어디서나 지식을 소비할 수 있는 세상이다. 대학교수라는 직업은 본질만 빼고 해체되고 재조립되어야 한다.

콜센터도 마찬가지다. 기술로 자동화할 수 있는 단순확인 서비스는 대체될 것이다. 기술로 단순 처리할 수 없는 상담의 가치를 재설계해야 하고 전달방식 또한 재조립하지 않으면 사라질 직업이 되고 만다. 전화만이 아니라 채널 매니저로서 전달방식을 확장하고 처리만이 아니라 맞춤 컨설팅이라는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

상담사가 이런 역할을 해내려면 상담품질을 관리하는 QA는 어떻게 잡크래프팅을 해야 할까? 

여기에 그 세가지를 제언한다. 상담품질 전문가는 세가지 책무가 있다.

첫째 고객경험을 모니터링하고 개선하는 책무이다.

QA는 조직에서 유일하게 밖의 고객의 관점을 견지하는 내부인이다. 모두가 단기적 매출, 효율, 성과에 연연할 때 장기적으로 고객에게 미칠 파급효과를 부르짖는 사람이다. QA가 상담사 급여 반영을 위해 인당 콜 평가를 맞추느라 급급하면 안된다. 그것은 평가를 위한 평가다.

상담사가 한달에 받는 콜에 비해 턱도 없는 샘플링으로 상담사를 순위매기고 급여를 깍는 것은 내부고객인 상담사의 불만만 조장하는 일이다. 고객여정을 모니터링하고 고객경험을 분석해야 한다.

가입문의, 이용문의, 해지문의, 컴플레인 등 상담 유형별로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하는지를 모니터링해야 하고, 장콜은 왜 평균콜보다 통화시간이 긴지, 단콜은 왜 짧게 끝나는지, 재인입콜은 주로 어떤 경우인지 분석해야 한다.

고객입장에서 우리의 서비스를 객관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고객이 말해주지 않는 섬세한 경험을 샅샅히 찾아내야 한다. 옴니채널 시대가 되면서 고객은 이제 전화만 하지 않는다. 앱을 보다가 어느 시점에 채팅을 하고 어떤 경로로 상담사를 접촉하는지, 매장과 홈페이지는 어떻게 경험하는지 컨택센터로 집결되는 상담내용을 통해 고객경험을 모니터링하는 사람이다.

두번째로 빈번한 업무를 기술화 자동화하는 책무이다.

챗봇이나 기술은 상담사를 대체하는게 아니라 상담사를 지원해야 한다. 상담사가 본래의 맞춤 컨설팅을 할 수 있도록 디지털 기술이 '테스트 앤 런(Test & Learn)'해야 한다. 상담사가 수시로 검색하는 KMS(지식관리 시스템)를 업데이트 하고 챗봇에게 넘겨야 할 자동화 업무는 무엇인지 모니터링 해야 한다.

기술이 딥러닝 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정교화, 정제화하는 일을 해야 한다. 사람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지만 기술은 그렇지 않다. 오정보를 넣으면 그거대로 응대한다. 매월 고객문의를 분석하고 기술이 도와줄 수 있는 영역을 기술이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봇트레이닝을 하는 것이 바로 상담품질관리자의 일이다.

마지막으로 상담사를 임파워하고 코칭하는 책무이다.

예전에 QA는 상담사가 오상담 하지 않도록 지식을 가르쳐주고 업무지식 테스트를 했다. QA 점수가 낮은 상담사를 코칭룸으로 불러 주의를 주고 친절한 음성을 훈련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상담사의 역할이 단순 친절이 아니라 고객경험을 헤아리고 창조하는 일로 바뀌었다. 이제는 지식과 스킬만으로는 안된다. 진정성과 몰입이 필요하다.

 고객맞춤 컨설팅은 사려깊은 감수성, 자부심을 동반한 업무몰입, 매번 첫번째 고객처럼 대하는 생동감이 있어야 가능하다 만들어지고 연출한 친절이 아니라 우러나온 사랑이어야 한다. 기계로 자동화할 수 없는 사람만의 능력이 사랑이다. 상담사가 응대하는 고객 한명 한명을 사랑으로 섬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코칭하고 카운셀링해야 한다.

미소훈련이 아니라 왜 내가 어떤 고객에게 유독 분노하는지, 어떤 시간대가 되면 늘어지는지, 어떤 문의가 오면 짜증이 나는지, 어떤 유형의 고객에게 당황하는지를 심리상담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 콜을 갖고 고객상담의 패턴을 밝혀 상담사가 스스로 몰랐던 자신의 마음의 맹점을 보도록 도와야 한다. 표준스크립트를 달달 외우게 했던 수갑을 풀어주고 마음을 담아 훨훨 날도록 문을 열어줘야 한다.

아직 기술들은 기업과 고객 사이 그 언저리에 있다. 아직 고객과 콜센터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멋들어진 기술은 넘쳐나지만 사람의 습관과 마음은 쉽게 안 움직인다. 기술을 구현하려도 데이터와 문화가 쌓여야 한다.

아직 우리에게 시간이 있다. 콜센터 직업이 대체형으로 사라지기 전에 발전적 해체를 할 시간이 있다. 그 중심에 QA가 있다. QA의 잡크래프팅이 컨택센터의 지혜로움과 현명함을 실현하는 시발점이다.



윌토피아 지윤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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