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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농업소득 주도 성장에 길이 있다"

 

김병국 前 농협중앙회 이사 | press@newsprime.co.kr | 2019.10.21 18:16:53

[프라임경제] '잘사는 농민, 살고 싶은 농촌, 활력이 넘치는 농업', 모든 농업인들이 담고자 하는 소망일 뿐만 아니라, 필자가 평생 농업 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다. 

그러나 농업 현실로 돌아오면, 농촌인구 감소, 고령화 진전 등으로 농촌 소멸위기 지역이 증가하고 있으며,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 변화로 도·농간 소득격차 문제는 그저 담론 수준의 현안으로 치부되는 정도다.

특히, 농가의 소득구조를 보면, 본업인 농업활동을 통한 소득은 줄고, 겸업 등 농업 이외의 소득으로 그 공백을 메우는 상황이 고착화되고 있다. 농업소득이 주도하는 농가소득 증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얼마 전 발표된 농가소득 통계를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긴 기억이 있다. 우선, 2018년 농가소득은 4206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10% 수준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하니 마음이 절로 넉넉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지난 해 쌀값 안정이나 가축질병 감소 등이 2018년 농가소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사료된다. 그러나 농업에서 나오는 본질적 소득이 아닌 농외소득과 이전소득을 제외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순수한 농업소득은 1292만원으로 농가소득의 31%에 불과할 정도로 여전히 소득기여도가 낮은 편이다. 이는 기업의 영업외 이익이 지속 가능 경영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는 이치와 같다. 도·농의 접점인 일선 농협에서 농업에 대한 열정과 간절함으로 평생 농민조합원의 길을 걸어온 필자에게도 농업소득은 항상 아쉬움으로 남는다.

먼저, 우리 농업이 농업소득이 주도하는 성장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 '농산물시장 개방'의 파고를 슬기롭게 넘어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값싼 수입 농산물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면서 농산물 교역이 활성화될수록 오히려 적자가 늘어나는 교역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우리 농산물은 가격경쟁력을 잃어 수입이 수출보다 4배 큰 비정상적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앞으로도 미·중 무역분쟁, 한·일 경제전쟁 등 농업을 둘러싼 교역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농업소득을 복원하는 길이 녹록치 않아 보인다. 

농가소득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수출농업을 통해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는 역발상이 필요하며, 민간 주체가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지역의 농촌 역량을 결집해 양질의 농산물로 전략 수출품목을 개발하고, 민·관협력을 통해 해외 판로를 개척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현지의 농산물 수요와 소비 패턴에 최적화된 수출농업 생태계가 마련된다면, 수출이 농가소득원으로 자리매김하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또한, 농가의 비용구조는 종자산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국내 종자산업이 와해되면서 우리 농산물의 종자마저 외국기업이 공급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해 있다.

특히, 감귤, 사과, 배 등의 품목은 일본 의존도가 높아 우리 농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종자산업 국산화'를 앞당겨 종자주권을 수호하고, 농업인의 소득 기반을 견고하게 다질 필요가 있다. 민간 주체가 주도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토종 종자기업을 육성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민·관 협업구조가 정착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물론, 종자산업 국산화의 혜택은 농업경영비 절감을 통해 농가소득으로 돌아갈 것이다. 
 
한편, 농업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스마트농업으로의 패러다임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는 농업인구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영세 농업인들은 스마트농업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전통 농업에 의존하는 소규모 영농으로 인해 생산성 향상을 통해 소득을 올리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영세 농업인들을 결집해 스마트농업(축산, 양계, 원예 등)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한다면, 농업소득 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수의 영세 농업인에게 파고들 수 있는 스마트농업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농업소득에 있어 금융의 역할은 백번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GDP의 2% 수준으로 쪼그라든 농산업이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협동조합금융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일례로, 농업 선진국인 네덜란드는 농업수출이 전체의 2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수출 강국인데, 이는 글로벌 협동조합은행인 '라보뱅크'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라보금융을 축으로 역내 농업 벨류체인을 육성하고, 농업인에 특화된 스마트농업금융 제공해 전통 농업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농업금융 점유율 85%, 전후방산업을 포함한 벨류체인 점유율 40%' 등 농업에서 라보뱅크가 차지하는 위상을 가늠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정체성이 모호한 농협은행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농업 현장으로 돌아오면, 지역 농축협은 농업인을 위한 소득기반을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가깝게는 농업경제 사업의 질을 높여 농업소득을 올리고, 신용사업의 잉여가 배당으로 환원되는 선순환경제를 만들어낼 의무가 있다.

나아가서는 협동조합의 보편적 가치가 농업·농촌에 머물지 않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농축협이 지역금융의 축이 돼 6차산업 관련 토종기업들을 적극 발굴하고 지원해야 한다. 지역산업이 성장해야 지역 일자리가 늘어 농산물 수요 기반이 견고해 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농업이 요구하는 변화의 본질은 농업소득이 주가 되는 농업의 모습이며, 이는 농협이 '잘사는 농민, 살고 싶은 농촌'으로 가는 교두보가 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김병국 前 농협중앙회 이사·서충주농협조합장(5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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