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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연관계 기준으로 친생추정 규정 적용범위 정할 수 없다"

대법원, 1983년 전원합의체 판례 유지

박성현 기자 | psh@newprime.co.kr | 2019.10.23 17:39:53
[프라임경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다른 사람의 정자로 인공수정해 낳은 자녀라도 남편의 친자식으로 봐야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고 23일 발표했다. 

또 혼외관계로 낳은 자녀 역시 혼인 중 임신·출산이 이뤄졌다면 남편의 친 자식으로 추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는데 이는 △부부가 같이 살지 않은 경우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없다는 사정이 외관상 명백한 경우 친자식으로 추정할 수 없다는 예외를 인정한 1983년 전원합의체 판례를 유지한 것이다.

다수의견을 낸 김명수 대법원장 등 9명은 "아내가 혼인 중 남편의 동의를 받아 제3자의 정자를 받아 인공수정으로 자녀를 낳은 경우 민법상 남편의 친자식으로 추정하는 게 타당하다"면서 인공수정 자녀를 둘러싼 가족관계도 헌법에 의해 다른 자녀와 차별해선 안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인공수정 자녀 출생과 이를 둘러싼 실제 가족관계 모습을 봐도 친생추정 규정 적용이 타당하다"며 "남편의 동의가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는 주된 근거로 이후 동의 번복·친생 부인 소송을 제기하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아내가 혼인 중 임신·출산한 자녀라면 유전자 검사 등으로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고 밝혀져도 여전히 남편 자녀로 추정된다"고 판단했다.

친생추정 규정은 아내가 혼인 중 임신한 자녀를 남편 자녀로 규정했을 뿐, 혈연관계 유무를 기준으로 적용여부를 달리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됐다.

그러면서 "혈연관계 유무를 기준으로 친생자 관계를 정하면 친자관계 관련 소송이 제기되는 경우 친자감정 등 부부간 비밀스러운 부분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법상 혼인 중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친자식으로 추정되고 이를 부인할 유일한 방법은 제척기간(2년) 안에 친생부인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지만 대법원은 1983년 이후 부부가 동거하지 않아 남편 자녀를 임신할 수 없는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만 친생추정 예외를 인정했는데 당시 유전자 확인하는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증명 곤란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 고려된 것이다.

이 사건은 A씨 부부가 A씨의 무정자증으로 인해 1993년 타인의 정자를 받아 시험관 시술로 첫아이를 낳고 1997년 둘째 아이가 생기자 A씨는 무정자증이 나은 것으로 착각해 친자식으로 출생신고했다.

하지만 2013년 부부갈등으로 협의이혼 중 둘째가 친자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두 자녀를 상대로 친생자 관계가 없음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1심에선 A씨가 낸 소송이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각하됐고 2심에선 1심 판단을 유지하되, 첫째 아이는 인공수정에 동의했으니 친자식으로 추정되고 둘째는 유전자형이 배치돼 친자식으로 추정되지 않는다고 보는 법리를 내놨다.

그러나 둘째는 혈연상 친자식은 아니지만 유효한 입양관계(법정혈족)가 인정돼 소송이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원심의 이유 설명에 부적절한 부분이 있지만 결국 남편의 소송이 부적법하다는 판단엔 잘못이 없다"며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하면서 "인공수정 자녀의 신분관계도 다른 친자와 마찬가지로 조속히 확정해 법적 안정을 확보하고 혈연관계만을 기준으로 친생추정 규정 적용범위를 정할 순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판결 의의를 설명했다.

△권순일 △노정희 △김상환 대법관은 "자녀가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음이 증명되고 사회적 친자관계가 형성되지 않거나 파탄된 경우엔 예외가 인정돼야 한다"는 별개의견을 냈고 반대 의견을 낸 민유숙 대법관은 둘째 자녀에 대해 "비동거뿐 아니라 외관상 명백한 '다른 사정'이 있는 경우 친생추정 예외가 인정돼야 한다"고 파기환송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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