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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진 자들의 '분양가상한제' 전장, 서민자리는 없다

서민층 위한 실제적 주거대책 추가 힘써야

장귀용 기자 | cgy2@newsprime.co.kr | 2019.10.24 15:38:10
[프라임경제] 분양가 상한제 민간택지 아파트 확대가 마지막 관문인 국무회의를 22일 통과했다. 이로써 내달 초면 첫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를 포함한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청약시장 당첨자 중 무주택자 비율이 74%에서 최근에는 90% 이상으로 늘었다는 것이 그 근거다.

하지만 그 무주택자들이 과연 서민인지는 따져 봐야할 부분이 많다. 당장 서울 내에서 아파트 분양과 매매는 서민들에게 멀고도 먼 이야기다.

2019년 9월 기준으로 강남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6억원에 육박하고 있고, 서울 전체로 보더라도 평균 매매가 8억원을 넘는다. 17주 연속 상승세인 매매가와 덩달아 전세가도 14주 연속 상승세다.

분양가를 제한하면서 물량이 줄어들고 청약가점은 높아지면서, 청약가점을 유지하기 위해 전세에 머무르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덩달아 전세보증금사고도 늘어나면서 전세보증보험에 대한 관심도도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는 현상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 자명한 수다. 분양가가 낮아지기 때문에 분양 기회가 늘어난다는 정부의 입장은 서울권내에서 청약을 한 번도 넣어보지 못한 사람인가하는 의문마저 들게 한다.

강남의 16억원에 달하는 아파트 시세와 서울권내 8억원이라는 금액은 서민에게는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이를 낮춰서 14억원이나 6억원으로 제한한들 40%의 LTV(주택담보대출비율)을 고려하면 최소 억대의 현금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서울의 물량이 줄어들고 가격이 올라가니 인근 수도권 도시들도 덩달아 천정부지로 가격이 올라가는 기현상을 보고도 정부에서 가격 제한 정책이 주거대책이라고 믿는 것은 어리석음의 극치다.

서울, 특히 강남으로 수요가 몰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교육과 교통인프라가 타의추종을 불허하고 이에 따른 경제활동이 집중되기 때문임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미국 뉴욕 맨하튼의 분양가를 제한한다고 밀집한 회사와 인구가 외곽으로 얼마나 빠져 나가겠는지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우리나라의 건설기술력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왔고, 최근 침체되는 산업계와 다르게 금융업계는 날로 성장세다. 금융조달능력과 관리능력이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몰리는 수요는 공급을 늘려서 가격을 조정하는 것이 경제학의 기본인 수요공급법칙에도 부합하는 사실이다. 누구나 여력만 된다면 서울로, 강남으로 가려고 하는 현실 속에서 덩달아 복잡해지는 인근지역의 상황에서 인근지역이 가질 수 있는 고요함이라는 매력마저도 상실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가격을 제한해 발생되는 이득은 현금조달능력이 있는 부자들이고, 건설사들은 부담을 떠넘기면 그만인 분양가 상한제 전장(戰場)에서 '진짜 서민'은 갈 곳 없이 전세와 월세를 전전하게 되는 것이다.

행복주택과 청년임대주택을 포함한 공공임대주택과 각종 주거복지차원에서 공급되는 주택들이 그나마 서민들을 돕고 있지만 대부분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는 생활이 불편할 만큼 좁은 곳이 많고 교통편이나 교육인프라 등도 미비한 곳이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자들의 전쟁터일 뿐인 서울과 강남의 청약시장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인력낭비며 부작용만 낳을 뿐, 서민들에게는 와닿지 않는 이야기다.

오히려 소득을 고려해 서민들에게 LTV비율을 좀 더 높여주고, 청약가점에서도 배려를 해준다거나 최근 청년들의 또 다른 장벽이 되고 있는 학자금대출상환을 국가에서 도와줄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장기적 서민층이 자립할 수 있는 길로 보인다.

때려잡자는 식의 규제정책보다 층계를 낮추고 계층 이동을 유연하게 만들어서 시장 스스로 자리를 잡아가게끔 하는 종합적인 정책과 함께 서민들의 주거대책 마련이 시급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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