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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가동 이후 첫 격변…정부, 개도국 지위 포기 대응은?

트럼프 압박에 저울질 끝 '언젠가 결국 닥칠 일' 결단…'공익형 직불제' 부각될 듯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9.10.25 09:40:35

[프라임경제] 정부가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고 세계 무역시스템에 대응하기로 선언했다. 정부는 25일 오전 회의를 통해 이 같은 결론지었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가동 이후에도 개도국 대우를 받으며 누려온 방어막이 사라지는 셈이다. 이제 자유무역의 거센 바람에 완전히 노출, 우리의 국력으로 대응하는 첫 시험대에 선다는 의미가 있다.   

이 같은 개도국 지위 포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 따른 것이지만, 결국 언젠가는 닥칠 일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로 WTO 가입 이후 가장 큰 도전에 직면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농업 정책에 큰 변화도 요구된다. 사진은 수확 중인 들판의 모습. ⓒ 프라임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경제적 발전도가 높은 국가가 WTO 내 개도국 지위를 이용해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점을 질타한 바 있다. 정부는 미국의 무역 보복을 진지하게 고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WTO가 이 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하면 미국 차원에서라도 해당 국가에 대한 개도국 대우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바 있기 때문.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결국 WTO 내의 일부 국가가 누려온 불합리성을 제거하는 아이러니가 연출된 셈이다. 자국 우선주의는 대개 보호무역과 연결되는데, 한국 등을 완전한 자유무역 상황으로 끌어낸 셈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주요20개국(G20) 회원국 △세계은행 고소득 국가(1인당 GNI 1만2056달러 이상) △세계 상품교역의 0.5% 이상의 4가지 조건 중 하나에 해당하면 개도국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은 이 4가지 기준에 모두 해당된다.

사실상 시간 문제였던 지위 포기를 택했지만, 당장 주력 산업에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다만 문제는 이제 농업 분야다. WTO 체제에 참여하면서도 우리는 개도국 지위를 명분삼아 쌀 관세율이나 정부 보조금 지원 등에서 선진국보다 유리한 선택지를 누려왔다.

하지만 이제 이런 방식에 차질이 불가피한 만큼 다른 대응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민단체들의 의견처럼 △전체 국가 예산의 4~5%로 농업 예산 증액 △취약 계층 농수산물 쿠폰 지급으로 수요 확대 △1조원 농어촌상생협력기금 부족분 정부 출연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문제는 예산이 뒷받침되느냐다. 현재 경기 침체로 정부의 지출 증대 명분은 선 상황. 하지만 전체 경제 여력에 비해 정부의 부채 규모가 이미 너무 크다는 점에서 무한정 확장 재정을 짤 때가 아니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결국 정부가 농민단체 의견을 수렴하고 다양한 요구사항 중 가장 '가성비'가 높은 정책들을 선택적으로 고려하는 판단과정을 세밀히 진행해야 할 필요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정부가 유력하게 검토하는 방안은 공익형 직불금제도 정도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조속한 도입을 위해 추진력을 이끌어 내는 게 필요하기 때문에 특히 내년 총선 정국에 말려들지 않을 만한 중립적 정책을 구성, 정계에 제시하여야 한다는 무거운 숙제가 부여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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