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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왜 하필 교도관이야?

 

백승은 기자 | bse@newsprime.co.kr | 2019.10.29 13:53:49
[프라임경제] 몇 년 전 방영됐던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구치소와 교도소에서의 생활을 담아 화제가 됐다. 수감자들 사이에서 사용하는 '법자' '소지' '깔'이라는 생소한 은어와 원예반에서 목공반까지 이르는 노역 장소, 자격증 교육, 종교 행사와 물품 밀반입 등 좀처럼 접할 수 없었던 담장 속 세계를 그렸다.

수감자들의 모습도 제각각이다. 일반 죄수는 회색 명찰을 달고 있는 반면 마약 사범은 파란 명찰을, 살인과 같은 강력 범죄를 저지른 죄수는 노란 명찰을 달고 있다. 말 그대로 '내일이 없는' 사형수는 잘 알려져 있듯 빨간 명찰이다.

이들은 함께 지내며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간다. 함께 방을 쓰며 방장을 정하는 것, 화폐 대신 '단하나 교통카드'를 은밀히 내밀며 담배를 구매하는 것은 옥중생활의 오랜 관례다. 줄곧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다 출소 후에도 가깝게 지내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리고 그들과 매일 함께하는 존재가 있다. 교도관이다. 이름 대신 수감번호로 호명하며 수용자들이 걷는 모든 길에 앞장선다. 난동 부리는 사람을 말리다 크게 다치기도, 몸이 아프다고 호소했다 꾀병임이 들통나 헛걸음을 하기도 한다. 때론 진심으로 그들의 앞날을 응원할 때도, 다시 형을 살지 않길 간절히 기도할 때도 있다.

'저는 30년째 교도소에 수용 중입니다'로 시작하는 이 책은 저자 장선숙 교도관이 30년이란 시간 동안 담장 안에서 죄수들과 동거동락했던 교도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혹자는 범죄를 저지른 파렴치한들을 재워 주고 먹여 준다는 사실에 분노할 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들에게 저자는 '그동안 잘못된 것 자체도 모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모른 채 살았던 그들에게 자신을 돌아보고, 가족과 피해자와 사회를 돌아볼 수 있는 성찰과 반성의 시간을 주는 것은 어떨까요?'라 묻는다.

어느 집중인성교육 시간의 일이다. 스스로를 음식으로 표현해 보는 시간에 어떤 40대 절도 전과자는 '케이크'라고 했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생일날 가족들과 케이크를 먹어본 적이 없어, 꼭 한 번이라도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며 나눠먹고 싶어 그렇게 지었다. 

그런 수용자에게 장 교도관은 떡케이크를 준비해 준다. '잠깐 느껴본 행복일지라도 뜻밖의 선물로 마음을 데우고, 그래서 그 온기가 언젠가는 일어날 힘이 되고, 또 누군가에게 온기를 전달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다.

ⓒ 예미

전체 수용자 중 10% 남짓한 여성 수용자 교정을 담당하며 장 교도관은 종종 '엄마'라 불린다. 수용자들은 교도관을 가장 어둡고 절박한 곳에서 자신을 보호해줄 사람이라 생각한다. 희망을 잃은 이들에게 빛과 온기를 내어 주고, 한 생명을 거두기 위해 교도관들은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장 교도관은 '하필이면 교도관'이 아니라 '교도관이길 참 잘했다'라는 마음으로 '출소'하는 게 목표다. 예미에서 펴냈고, 가격은 1만5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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