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삼송자이더빌리지' 논란된 뒷산사당, 알고 보니 풍수명당 '문화재'

2019-11-04 11:20:55

- 왕실 원로 박대길 선생 묘, 왕가재실 품어…지자체 차원 관리필요

▲정종대왕의 빈궁이었던 숙의윤씨와 그 딸인 인천옹주를 모신 재실 '봉오재'에서 바라다 보이는 '삼송자이더빌리지' 현장 모습. 한 눈에 보기에도 명당임을 알 수 있는 산세가 인상깊다. = 장귀용 기자



[프라임경제] 최근 고양시 삼송지구의 '삼송자이더빌리지'의 일부 계약자들이 사업지 뒷산에 묘지가 있다며, 계약금 반환을 요구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본지에서 현장을 방문 취재한 결과, 해당 사당과 묘지는 향토문화재로 지정된 문화재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정작 문화재 관리방안은 세워지지 않아 해당 소관 지자체 고양시와 사업자 GS건설 등 관계 기관의 상생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삼송자이더빌리지' 건설현장 전경. 안쪽 단지를 산이 감싸고 있는 형태가 눈에 띈다. = 장귀용 기자



GS건설이 고양시 삼송지구에 지난 6월 분양한 '삼송자이더빌리지'는 블록형 단독주택을 내세우며 인기리에 마감됐지만, 최근 일부 계약자들이 사업지 뒷산에 사당과 묘지가 다수 있다며 계약취소와 계약금 반환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삼송자이더빌리지의 '뒷산묘지' 오명을 받은 고양시 오금동에 위치한 야산의 해당 묘지와 사당 등은 고양시 향토문화재로 지정된 문화재로 지정된 조선 중기 원로대신 박대길 선생과 그 아버지 박세영 선생의 묘소와 조선 정종대왕의 빈궁이었던 숙의윤씨를 모신 재실이다.

31일 찾은 사업지 현장 인근의 해당 묘소와 사당을 품은 산은 풍수지리를 모르는 사람이 봐도 한눈에 명당임을 알 수 있는 고풍스러운 곳이었다. 원래는 인근을 찾는 방문객이 찾기도 힘든 산 속에 위치한 문화재였던 것.

하지만 택지지구 밖에 위치한 탓에 지자체에서 별도의 계획을 세우지 않아 문화재와 재실이 '뒷산묘지'로 묘사되면서 계약취소 요청까지 일어나는 논란으로 비화된 것이다. 오히려 택지개발로 외부에 노출되면서 문화재의 관리적인 부분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많았다.

이렇듯 문화재가 택지개발로 외부에 노출된 것은 해당 토지가 택지지구의 밖에 위치해 지구지정 당시 지자체에서 관련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고양시 향토문화재 보호 조례 제20조는 '향토문화재의 현상을 변경하거나 또는 그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할 경우에는 문화재 보존문제를 사전에 검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지구가 지정된 2005년보다 늦은 2011년에 조례가 마련된 탓에 지구지정 당시 해당 문화재는 논의조차 하지 않았던 것.

또한, 묘지와 사당이 있는지 몰랐다는 일부 계약자들의 말과 달리, 31일 찾은 사업지 입구 부근에서 조선 중기 원로대신으로 존경받았던 박대립 선생과 그 부친 박세영 선생의 묘와 신도비가 있음을 알리는 표지판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사업지 인근에는 바로 근처에 박대립 선생과 그 부친인 박세영 선생의 묘소와 신도비가 있음을 알리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 장귀용 기자


박대립 선생은 퇴계 이황 선생의 문인으로 과거 급제 후 중종과 명종, 선조의 3대 임금을 모시면서 종1품에 해당하는 의정부 좌찬성까지 오른 범 영남학파에 속하는 대신이다. 

박대길 선생은 조선시대 삼짇날(음력 3월3일)과 중양절(음력 9월9일)에 최고 원로들을 모시고 개최한 연회인 기영회(耆英會)에 참석할 만큼 존경받는 중신이었다. 선생이 소재(蘇齋) 노수신 등 7명의 중신과 참석한 모습이 기록된 기영회도는 현재 보물 1328호로 지정돼 있다.

아버지 박세영 선생도 돈령부정을 지냈으며, 사후 숭정대부 좌찬성에 추증되었다. 박세영 선생의 묘는 고양시 향토문화재 제19호, 박대길 선생의 묘는 제20호로 1986년에 각각 지정됐다.

▲삼송자이더빌리지 건설 현장을 지나 접하게 되는 산길의 초입에는 이곳이 조선 중기 원로 중신이었던 박대립 선생의 묘와 신도비가 있는 문화재임을 알리는 설명문이 설치돼 있다. = 장귀용 기자



두 선생의 묘가 있는 함양 박씨 종중 선산은 풍수지리학적으로도 명당으로 꼽히는 곳으로 인근에는 정종대왕의 빈궁이었던 숙의윤씨와 그 딸인 인천옹주를 모신 재실 '봉오재(鳳梧齋)'와 숙의윤씨의 묘소도 위치해 있다. 삼송자이더빌리지 사업지가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봉오재는 숙의윤씨 소생의 수도군·임언군·석보군·장천군의 후손들이 건립한 곳으로 '봉오(鳳梧)'는 봉황이 내려앉는 신성한 오동나무를 말하며, 왕가의 신령스러운 기운이 서린다고 알려진 데서 유래했다.

이렇듯 유래와 현황이 뚜렷한 문화재가 택지개발이라는 변화를 만나 오히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는 속담처럼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도 담당 지자체인 고양시는 해당 문화재가 지구 밖에 있고 사유지이기 때문에 별다른 대책 마련에 나서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사업자인 GS건설은 병풍처럼 숲을 만들어 묘지가 보이지 않게 한다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조선 정종대왕의 빈궁인 숙의윤씨와 그 딸인 인천옹주를 기리기 위해 숙의윤씨 소생 왕자 4명의 후손들이 건립한 재실 '봉오재(鳳梧齋)'의 솟을대문. = 장귀용 기자



고양시 관계자는 "지구지정 당시에 택지에 포함된 공릉천의 역사를 밝히고 있는 덕명교비의 경우 공원계획을 수립했다"며 "하지만 지구 밖에 있는 해당 문화재의 경우, 사업진행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인근 문화재의 관리방안에 대한 검토를 규정한 향토문화재관련 조례가 제정되기 전이라 염두에 두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명승고적이 많고 유래 깊은 문화재가 많은 경주나 안동과 같은 도시에서는 도시를 개발할 때 해당 유적을 보존 관리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또 도시와 유적이 어우러질 수 있는 '테마파크조성' 등 문화재와 입주민이 어우러질 수 있는 상생 방안을 마련해왔다.

향토사학자를 비롯한 지역주민들은 이러한 타도시의 사례를 본받아 문화재와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마련에 지자체가 나서고 사업자가 지원하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풍수지리전문가이자 인문학자인 박재락 영남대학교 환경보건대학원 겸임교수는 "해당 터(사업지)는 동쪽 1㎞ 옥녀봉에서 학문의 기운이 내려오기 때문에, 관운과 승진이 따르고 창릉천과 바로 앞 오금천이 모두 궁(弓)자 형태로 감아 돌아 좋은 기운이 새나가지 않는다"며 "뒷산 역시 도봉산을 주산으로 노고산으로 거쳐서 내려오는 한북정맥(한강북쪽에 있는 정맥) 자락이며, 봉우리가 솥뚜껑모양을 뒤집어놓은 형태를 가져, 부와 재물이 들어오는 명당으로 양택(사람이 사는 땅)으로도 일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옹주 묘와 사당이 있고 학자집안에서 선산으로 삼은 것은 우리 전통 자연관과 토지관에서 해당 터가 자손번성에 길하다고 봤기 때문으로 해당 음택(묘소, 사당 등)을 잘 관리해야 양택에 사는 사람도 복을 받는다"며 "상생과 공존의 인문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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