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바보야, 모병제 보다 경제가 먼저야"

2019-11-11 11:02:27

[프라임경제] 최근 여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원장 양정철)이 '모병제'카드를 꺼내들면서 내년 총선을 앞 둔 정치권이 갑논을박으로 요동치고 있다.

모병제 카드는 청년 지지층의 이탈을 막고 '조국 사태' 이후 지지율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여당 입장의 정치공학적 측면에서 손해 볼 것 없는 이슈인 셈이다. 

민주연구원은 모병제 전환 근거로 인구절벽, 청년 일자리 창출, 사회갈등 해소, 정예강군 실현을 꼽았다. 표면적으로 보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우리 사회에서 병역 문제는 세대, 성별, 교육, 경제 등 아주 복잡한 사회적 속성이 녹아 있는 '뜨거운 감자' 같은 존재다.

우선, 이들 네 가지 사안에 대해 하나하나 살펴보자.

첫째, '인구절벽'에 대한 부분은 대한민국 미래를 가장 어둡게 하는 요인 중 하나로 징병제와 모병제를 이야기 할 때 첫 손에 꼽히는 문제다. 역대 정부에서 부터 출산율 확대를 위한 다양한 정책과 천문학적인 재원을 쏟아 부었지만 결국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국방을 위한 최소한의 마지노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부터 징병제와 모병제의 문제가 시작된다. 인구절벽의 문제는 국방은 물론 사회 전체가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특히,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 부동산 안정화, 공교육 강화 등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둘째, '청년일자리 창출'은 이번 사안에 대해 민주당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최악의 논거라고 볼 수 있다. 필자는 민주당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월급 300만원' 수준의 일자리 창출, 즉 청년 일자리 문제를 모병제 전환의 논거로 끌어 들인 것은 패착이라고 보고 있다.

모병제 전환을 일자리 문제로 연관짓는 것은 단순 미봉책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문제 해결의 방법이 잘못됐다.

청년일자리는 정부의 적극적인 경제 활성화 정책을 통해 공공영역이 아닌 민간영역에서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 정상이다. 만약 경제가 잘 돌아가고 일자리가 넘쳐 난다면 누가 자원해 군대를 가겠는가.

여당이 주장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모병제 군대 유지를 위해 국가 경제는 계속 나락으로 떨어져야 한다는 게 맞는 논리인지 반문하고 싶다.

그리고 모병제를 통한 단기적인 인력 수급 뒤 지속적인 지원자가 없을 경우 대안이 없다는 것 또한 이번 보고서의 심각한 오류다.

▲민주연구원(원장 양정철)은 지난 7일, 모병제 전환이 필요하다는 정책 자료를 내 놓으면서 정치권에서 찬반 양론이 일고 있다. ⓒ 연합뉴스

셋째, '사회갈등 해소'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민주연구원은 사회갈등의 사례로 군가산점 역차별, 병역기피, 남녀간 갈등, 군 인권학대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만지는 격'이다.

사례로 제시한 내용들은 군 입대 연령층 전후한 세대들의 '현실' 문제로 이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정책들이 추진돼 과거 보다 나아진 면도 존재한다. 하지만 모병제의 경우 더 많은 '사회갈등'이 기다리고 있다.

모병제가 이뤄진다면 사실상 군인은 2등 내지 3등 시민으로 전락할 것은 명약관화인 셈이다. 그리고 '부모가 재력이 없어서 자식이 군대에 간다' 등의 극심한 세대 갈등 또한 야기될 수 있다.

최근 '조국 사태'와 '김성태 자녀 취업 특혜' 등 일련의 사건을 보면 모병제는 부의 되물림에 따른 사회양극화 프레임이 더욱 공고화 되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마지막 '정예강군 실현'의 사례로 민주연구원은 2003년 이라크전을 꼽으면서 '18만 對 100만', 노동집약 전쟁이 아닌 '무기집약 통합전'이라고 강조했다. 필자는 이 대목에서 양정철 원장의 민주연구원 수준에 실소를 금치 못했다.

우스개 소리로 '미국은 외계인과 싸워도 이길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세계 최강 전력을 갖추고 있는 나라로 당시 2003년 이라크전은 미국의 첨단 무기 화력쇼를 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절대적 우위를 점하는 전쟁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이번 보고서에는 세계 각국이 모병제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지역별 구분을 해 놓았다. 모병제와 징병제는 단순 특정 국가의 선택이 아니라 그 나라의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국방정책은 세계적 추세가 아니라 주변국 상황과 군편제, 무기체계, 경제 상황 등 다양한 요소로 인해 결정된다. 아시아 지역 특히 대한민국은 주변 열강 사이에 현재까지 독자적인 전력을 유지해 왔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지정학적 위치에 있다. 전세계에서 가장 긴박하고 첨예한 대립이 있는 지역이라는 말이다.

정예강군 실현을 위해서는 무기 체계 변화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더욱 중요하다. 우리 군의 허리를 맡고 있는 부사관과 초급 장교에 대한 현실적인 처우와 예우의 변화 없이 병역 시스템을 선거 전략으로 취급한 여당의 시각을 문제삼아야 할 것이다.

전문 능력을 배양하는 부사관 양성과 그에 따른 인적 구성 다변화와 옥상옥 구조의 지휘체계 개편 그리고 현실적인 보상 체계 등이 점진적으로 이뤄진 뒤 모병제 전환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한낱 정치 주변부의 '아니면 말고' 식 무책임한 책동에 맡길수 없다. 국민들이 더욱 두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이종엽 프라임경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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