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정착중 기업 불안감 '여전'... "유연근로제 보완 필요"

2019-11-14 09:24:23

- 대한상의, 집중근로·돌발상황·연구개발 등에서 애로 겪어

[프라임경제] 대·중견기업 종업원 300인 이상에 대해 '주52시간 근로제'가 시행중이지만, 기업들의 불안감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들은 집중근로, 돌발상황, 제품 연구개발 측면에서 어려움을 호소했다. 경제계는 주52시간제가 중소기업으로 확대되기에 앞서, 유연근로제도를 보완하는 등 안전장치를 확충해달라고 목소리를 냈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는 주52시간 근로제를 시행하고 있는 300인 이상 기업 200여개(대기업 66개, 중견기업 145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의 근로시간 단축 및 유연근로 실태' 조사결과를 12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 결과, 주52시간 근로제 적용기업 10곳 중 9곳(91.5%)은 "주52시간 근로제에 적응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다만, 주52시간제에 적응하고 있다는 기업들도 근로시간이 빠듯하다(22%), 근로시간 유연성이 없다(38%)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대한상의는 "근무체계 효율화 등을 바탕으로 주52시간 근무제도가 정착돼가는 추세지만, 돌발 상황이 발생한다거나 빠듯한 근로시간으로 자칫 경쟁력을 잃을까 불안한 대·중견기업들이 많았다"면서 "내년부터는 주52시간 근로제가 인력·자원 여유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에도 적용되는 만큼 안전장치를 사전에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집중근로·돌발상황·연구개발 등에서 애로 겪어   

대한상의는 주52시간 제도를 적용중인 300인 이상 기업들의 애로사례를 조사한 결과 △집중근로 △돌발상황 △신제품‧기술 개발 등 3가지로 분류된다고 언급했다.

첫 번째가 '집중근로' 문제다. 특정시기에 근무가 집중되는 문제는 건설업계나 호텔업계 등 집중근무가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 지속되는 분야에서 특히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A호텔 인사담당자는 "호텔업계는 행사가 몰리는 연말연시를 전후해 4개월 정도 집중근로가 불가피하다"며 "연말은 다가오는데 대책이 없어 고민이 크다"고 토로했다. 

두 번째는 '돌발상황'. 과거에는 수시로 발생하는 생산라인 고장, 긴급A/S 등 돌발 상황을 대응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수월했지만 주52시간 근로제 시행 이후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기업들은 담당자의 근로시간이 주52시간을 초과한 경우에 발생한 긴박한 상황에는 뾰족한 대응책이 없는 실정이다.

지역 중견기업 B사는 "제품 생산으로 한창 바쁜 시기에 생산라인이 고장나면 답이 없다"며 "주52시간을 어기면서라도 급히 고쳐야 할지, 아니면 손실 감수하며 가동을 멈춰야할지 고민에 빠진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신제품‧기술 개발'이다. 성과지향형(연구·기술) 직무의 경우, 제품 출시 주기는 갈수록 짧아지는 가운데 주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제품기획과 기술개발이 위축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일본, 프랑스 등은 성과지향형 직무의 경우 근로시간 법 적용을 제외하는 'White Collar Exemption(근로시간 면제제도)'제도를 운영하는 중이다.

전자업계 대기업 C사는 "제품 수명주기가 긴 기존산업의 경우 단기간에 집중적인 연구개발의 필요성이 적지만, 기술변화 빠른 ICT 기업은 3개월 정도의 집중 연구개발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상의 "유연근로제 보완 필요"...탄력근로제, 선택근로제등 개선 요청  

대한상의는 "유연근로제는 주52시간 근로제의 애로사항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라면서 "도입과정의 어려움과 활용상의 제한 때문에 기업들이 활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국회와 정부에 제도보완을 촉구했다.

유연근로제란 기업과 근로자가 필요에 맞게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제도로 현행 근로기준법상 탄력근로제, 선택근로제, 재량근로제, 인가연장근로제 등이 있다.

먼저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 확대를 요청했다. 탄력근로제는 일이 몰릴 때 집중적으로 일하고, 일이 없으면 근로시간을 줄이는 제도로 1주당 평균 근로시간을 52시간(기본 40시간+연장 12시간)에 맞추면 된다.

아울러 대한상의는 "일정기간에 집중적으로 일해야 하는 업종의 경우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보다 늘려달라는 요구가 많다"며 단위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탄력근로제 개선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반드시 처리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선택근로제'와 '재량근로제'의 보완도 요청했다. 선택근로제는 근로자가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하여 근무하는 제도다. 상의 조사결과 선택근로제의 도입·활용상 어려움을 물었더니 현행 1개월인 짧은 단위기간(56.2%)과 노사합의 필요(42.2%)가 애로사항으로 지적됐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는 "선택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1개월에서 6개월로 늘여 달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하는 한편 "근무시간 조정은 개인의 선택이므로 노조 합의보다는 개인 또는 부서단위 합의가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상의는 재량근로제의 원활한 운영을 제약하는 '구체적인 지시금지'조항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량근로제는 업무의 특성상 근로시간, 근로방법 등을 근로자의 재량에 위임하는 제도다.

연구개발, 디자인, 기자, PD 등 분야에 허용되어 있으며 해당 근로자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가 금지된다. 상의 조사결과, 기업들은 '재량근로제도 도입과 운영상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업무지시 금지(50%), 대상업무 제한(43.8%)을 꼽았다.

박재근 대한상의 산업조사본부장은 "유연근로제 확대에 대한 오남용 우려가 있지만 그렇다고 기업에게 꼭 필요한 제도까지 원천봉쇄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남용은 기업의 자정 노력과 정부의 근로감독을 통해 해결하고, 근로시간의 유연한 활용을 위한 제도의 문은 반드시 열어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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