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다시 대법원 갈 '유승준 비자와 절차 존중'의 교훈

2019-11-16 12:55:34

[프라임경제] 유승준씨의 사증(비자) 발급 거부처분 취소소송 판결이 끊임없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7월 대법원은 입국 금지 조치(사증 거부)가 부당했다는 취지로 파기환송한 바 있고, 이 취지에 따라 15일에는 서울고등법원이 유씨의 손을 들어주는 파기환송심 판결을 내놨다.  

언론에서는 매 사건 처리 단계별로 이 사건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과거의 팬들은 그가 재외동포 비자를 받아 입국할 길이 가까워 오는지 여부에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를 비판하는 쪽에서는 병역 기피자의 입국 허용 문제가 미칠 부작용에 대해 성토하며 사건을 지켜보는 중이다. 

특히 근래에는 그가 가수로 유명세를 떨쳤다는 점 때문에 '영리활동 재개 가능성' 등도 갑론을박의 화제가 되는 양상이다.

일단 대법원의 판단이 나온 바 있고, 이번에 파기환송심이 끝났지만 모든 게 마무리된 건 아니다. 정부에서는 즉각 재상고 의사를 밝혀 대법원 관문으로 다시 사건이 갈 것은 기정사실화됐다. 최종 승소를 해도 또다른 다툼이 될 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유씨가 다시 비자 신청을 내더라도, 이를 심사할 우리 해외공관에서 '다른 사유'를 들어 비자 발급을 거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길고 복잡한 대결 끝에 행정 당국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것이라는 '냉소적 시각'을 내놓는 이들도 적지 않다.

모두 나름대로 일리가 있고 의미가 있지만 다만 여기서 우리는 재량의 중요성과 재량 행사시 준수할 의무, 더 나아가 절차 존중 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애초 이 사건의 핵심 줄거리라면, 유씨의 병역 문제 그리고 이제라도 그런 문제점을 안은 그의 입국을 허용할 것인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체적 문제 외에도 절차를 운영함에 있어서도 정의가 요구된다는 점은 상대적으로 덜 조명돼 왔다. 문제는 그런 절차적 쟁점이 사건화되고, 또 위에서 짚었듯 앞으로도 그 절차 문제가 대법원 문턱을 두 차례나 밟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는 '큰 힘'이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일단 판결을 받더라도 또다른 신청과 거부, 이유 설명 등으로 반복될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 봐야 한다.

대법원의 지난 번 판단 그리고 이번 파기환송심이 유씨에게 유리하게 전개된 이유는 'LA총영사관이 유씨 아버지에게 전화로 처분 사실만 통보했고, 구체적인 이유를 적은 처분서를 작성해 주지 않은 것'이라고 요약가능하다. 사실상 '13년 7개월 전 법무부가 내린 입국금지 결정만 고려한 채 비자 심사에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은 처리 패턴'을 문제 삼은 것이다.

평생 한국에 돌아오지 못할 이유가 있는지 여부도 중요하지만, 이런 점이 존재해도 절차를 진행하고 결과를 내놓을 때 밟아야 할 절차가 있다. 또 그걸 진행하는 과정에 개별 공무원과 기관이 가진 재량이 있다면 이것을 임의로 포기하는(편하고 간단히 결론짓는) 것도 문제가 된다.

결국 유씨가 다시 '어쨌든 무한 뺑뺑이'를 돌다 입국 거절로 마무리 지을 것이라는 냉소적 시각은 결과론적으로는 맞을지 몰라도, 위와 같은 각도에서 반성을 요구받는다. 긴 절차와 불확실성을 견뎌야 하는 고통은 유씨만 갖는 게 아니다.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여겨질 뿐이지, 소송에 임해야 하는 번잡스러움과 손실은 처분 행정기관에게도 부담이 된다. 그건 또 그런 행정 처리를 용인해 온 국민(유권자인 국민)들이 다시 나누어 부담(납세자인 국민)해야 한다.

온당한 처리 방향과 가치를 위한 것이라 해도 절차 단추를 잘못 꿰면 안 된다는 요청은 앞으로 가면 갈수록 강해지지, 느슨해지지 않을 것이다. 선진국의 행정법 체계는 이미 다 그런 과정을 밟았고 우리도 이제 그걸 따라가고 확인하는 중이다.

편하게 결론만 내놓으면 된다거나, 결과가 옳으니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접근 방식을 아직도 우리는 행정과 정치의 각 영역에서 다양하게 본다. 

이제라도 정확하게 모든 점을 챙기면서 가야 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어지간한 사건들은 심리불속행 문제로 대법원을 가보지도 못하는 나라에서, 일개 아이돌 출신 중년 남성 문제가 대법원 문턱을 재차 밟는다는 점에서 우리가 얻을 교훈은 병역 의무의 신성함 단 하나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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