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프로듀스 조작 사태' 집 나간 방송윤리 찾습니다

2019-11-18 11:11:04

[프라임경제] # 케이크 전문점에 들어갔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케이크'라고 적힌 음식 자리에 생크림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빵이 없이 생크림만 잔뜩 짜인 접시를 보고, 과연 '케이크'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일반 상식선에서는 그 물체는 케이크가 아니다. 그냥 생크림일뿐이다. 

최근 방송가에서 불거진 '프로듀스X101 투표 조작 사건'은 케이크라고 소개하면서 정작 중요한 빵을 빼버린 황당한 사건이다. 

'투표'라는 민주적 시스템을 도입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공정성이 사라지다니, 이 무슨 코미디인가. 공정성을 잃은 상황에서부터 프로그램 정체성은 사라진 셈이다. 

꿈이 간절했던 소년들을 농락하고, 체스 말에 불과했던 대중을 '국민 프로듀서'라고 기만한 이번 사건을 단순히 한 방송국 문제라고 종결지을 순 없다. 방송사의 도덕적 해이를 나타내는 단편 사례일 뿐.

최근 뉴미디어 발달로 방송 범위는 보다 확장되고 있다. 전파를 통해 다수 공중에게 동시에 전달하는 콘텐츠만을 방송이라 불렀던 과거와 달리, 이젠 유튜브 콘텐츠도 방송으로 여긴다. 

확장된 방송 개념 탓에 콘텐츠도 다양해졌고, 시청자들 입맛 역시 까다로워졌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기존 방송사들은 변화 흐름에 발맞춰 콘텐츠에 변화를 주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콘텐츠 질을 높이기보단 화제성과 자극성에만 초점을 맞춰 시청률을 보장받으려 한다는 사실이다.

사실 이전부터 Mnet K-팝(pop) 스타나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 등 오디션 프로그램은 자극적인 일명 '악마의 편집'으로 회차 방영 때마다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다만 이런 질타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시청률에서는 기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성공적인 선례에 후속으로 나온 경쟁 방송국 서바이벌 경연프로그램도 자극성과 화제성에만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이뿐만 아니다. 지극히 투명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는 뉴스 프로그램도 '화제성'에 눈이 멀어 사건 본질보다는 화제가 될 만한 자극적인 사건만을 보도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매번 성폭행 사건이 터질 때마다 피해자에 대해 불필요할 정도로 상세히 보도되는 것 역시 자극성에만 초점을 맞춰 사건 본질을 흐리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자극적 콘텐츠가 사람들 관심을 유도할 순 있다. 하지만 시청률 견인에만 정신이 팔려 '방송 기본 윤리'마저 저버리는 것은 방송인으로 자성해야 할 부분이다.

방송사 주수익인 광고 수입과 직결되는 시청률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방송 특유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최소한의 윤리는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콘텐츠 전국시대'가 도래하면서 방송국 개별 콘텐츠 영향력이 전보단 줄었으나, 여전히 방송은 방송이다. 

한번 생각해보자. 어떤 달변가가 앞에 '노니'가 몸에 좋다고 아무리 떠들어봤자 잘해봤자 5명 중 1명꼴로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방송에서는 '노니 효능'을 잠깐 언급만 해도 다음날이면 노니를 완판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그렇기에 방송은 엄격한 방송법에 따라야 하며,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윤리 규범이 존재하는 것이다.

대중 입맛이 까다로워진 것은 더 질 높은 콘텐츠를 원하는 것이지, 자극적이고 화제가 될 만한 콘텐츠를 원한다는 뜻은 아니다. 자극적인 요소에 목매지 않아도 질 좋은 콘텐츠는 자연스레 시청률도 따라가기 마련이다. 대표 사례가 JTBC에서 방영한 '슈퍼밴드'를 꼽을 수 있다. 

올 초 방영한 서바이벌 경연프로그램 '슈퍼밴드'는 최고 시청률 3.7%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성과를 거둔 바 있다. 

해당 프로그램 역시 완벽하진 않지만, 경쟁에만 집중한 다른 경연프로그램 포맷에서 탈피 '음악'이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은 콘텐츠를 한층 풍부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또 이는 대중 관심을 끌기에도 적절했다.

이런 점에서 이번 '프로듀스X101 투표 조작 사건'은 집 나간 방송 윤리가 부른 대참사다. 언론개혁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언론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방송 윤리의식 제고가 필요하다. 

"신뢰를 잃은 방송사여, 어서 나가 가출한 방송 윤리부터 찾길 바란다."


박상아 청년기자

*해당 칼럼은 사단법인 '청년과미래' 활동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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