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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돈보다 중요한 신뢰' 은행이 잠시 잊은 주요 자산

 

설소영 기자 | wwwssy@newsprime.co.kr | 2019.11.20 16:22:32

[프라임경제] 고객이 은행에 돈을 맡기는 행위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은행은 안전하게 고객 돈을 보관해 준다는 '신뢰'를 제공해 이익을 취한다. 만약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잃는다면, 더 이상의 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때문에 사실상 은행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은 돈이 아닌 신뢰다.

그런데 최근 은행 스스로 가장 중요한 자산인 '고객과의 신뢰'를 저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고위험 금융 상품 불완전 판매로 논란이 된 하나·우리은행 사례다.

이 은행들은 고객에게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 채 '해외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구입을 권했다. 이미 형성된 은행과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제안을 받아들인 고객들은 도리어 전 재산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14일 DLF를 포함한 고위험 금융투자상품 은행 판매를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고위험 사모펀드를 은행에서 판매하면서 투자자가 '안전 상품'으로 잘못 인식시킨 것이 이번 DLF 사태 본질적 문제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처럼 은행이 고객과의 신뢰를 저버린 상황에서 또 다시 고객을 배반한 사례는 얼마 전 발생했다.

지난 달 한 시중은행 지점에서 은행 간부 A씨가 지문을 바꾸는 방식으로 고객 B씨 대여금고에 든 돈을 빼돌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A씨는 고객 B씨 명의 대여금고에 자신 지문을 등록하는 수법으로, 4억원 가량 피해를 입힌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간부 A씨는 면직 처리됐으나, 이번 사건은 개인 일탈을 넘어 은행이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고객 돈을 취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은행은 우리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맡고 있다. 고객으로부터 돈을 받아 다시 필요한 이들에게 빌려줘 융통시키는 '자금의 흐름'을 관장하고 있다.

고객이 은행을 찾아 돈을 맡기거나 빌릴 때 모두 '신뢰'라는 보이지 않는 코드가 작동한다. 이는 규범만큼 강한 규제력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신뢰관계가 형성되면 상대 기대를 벗어나는 행위는 억제한다. 이 때문에 좀처럼 무너지지 않지만, 위의 사례들이 반복된다면 모래성처럼 한 순간에 사라져 버린다.

더 큰 문제는 한 번 무너진 신뢰는 이전과 같은 상황으로 회복하기에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제 아무리 노력하고, 다양한 정책들을 쏟아낸들 이미 한 번 없어진 신뢰는 회복시키기 어렵다. 이런 점을 단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상기했더라면, 어쩌면 DLF 사태나 대여금고 절도 사건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신뢰라는 것은 거울의 유리와 같아 한 번 금이 가면 회복에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고객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진심으로 대해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강조한 바 있다.

손 은행장 말처럼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소요하기 전에, 즉 신뢰가 더 깊은 바닥으로 추락하기 전에 은행들 스스로가 위기라는 경각심을 다시금 일깨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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