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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탐구] '판교 해결사' 박수영의 원천은 '산복도로 독고다이'

국정농단 맞서다 억울하게 밀려난 '보수'…노무현 매력 예찬하면서도 문재인 비판 '복합적 캐릭터'

서경수·임혜현 기자 | sks@·tea@newsprime.co.kr | 2019.11.21 18:16:40

[프라임경제] 부산 남구는 현재 선거구제 개편으로 전국적으로도 가장 '핫한' 곳이다. 어떤 시나리오로 선거구 개편안이 통과되든 사실상 남과 을이 하나로 합쳐지는 건 기정사실화된 상황이기 때문. 이에 따라 현역인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이나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물론, 갑과 을 어느 쪽을 기반으로 하는 예비 출마자들까지 복잡하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박수영 전 경기도 행정1부지사. ⓒ 프라임경제

그래서 이런 가운데 사실 '가장 계산없이 선거 준비에 나섰다'는 평은 '참신하다'는 칭찬만으로 100% 연결되기 어려운 묘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 그 논란의 인물인 박수영 전 경기도 행정1부지사는 '문현동의 아들이니까'라며 출마의 변을 내놓는다.

서병수계니 황교안 직계니 하는 여러 하마평이 오르내리는 잠재적 경쟁자들의 구도에서 고향 프리미엄 하나만으로 돌파가 가능할까?

그는 인사와 혁신, 그리고 실물경제 등을 두루 꿴 관료 출신이다. 행정과 정책 전문가로 오래 일해도 여러 영역을 모두 경험하거나 잘하기는 어렵다. 그는 우선 인사통으로 행정안전부 인사기획관 등 요직을 거친 다음, '전공'을 경제로 바꿔 경기도 투자실장과 기조실장을 거쳐 부지사까지 올랐다.

판교테크노밸리가 공회전하던 상황에서 그는 돌파구로 '지분변경 허용'을 꺼내든다. 이는 분양 당시 필지단위를 크게 해 이후 상황 변화에 대처하기 어려웠던 기업 컨소시엄들의 애로사항을 제대로 긁어주는 정책이었다. 하지만 이는 다시 특혜 논란으로 변질될 수 있었다. 보통 이런 경우라면 공무원들은 카드를 접게 마련. 하지만 그는 감사원 감사 등 모든 최악의 상황에도 떳떳하게 대처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지분변경 허용 추진의 길을 뚫었다.

국정농단에 고생해도 보수 지향 '81만 공무원 증원, 말도 안 돼'

'기업 관계자들 만나지 말고 커피 한 잔도 얻어 먹지 말라'는 사심없는 정책 추진으로 경기도는 실리콘밸리 부럽지 않은 글로벌 IT 요람을 갖고 싶다는 꿈을 실현시킬 수 있었다.

그의 이런 뚝심은 이후 한류월드 땅을 되찾아 올 때도 발휘됐다. 기약없이 긴 소송을 택하는 대신 면밀히 정책적 검토를 한 다음 결단을 내린 사례다.

이런 그의 뚝심과 실력은 김문수 전 지사나 남경필 전 지사 등이 그를 놔 주지 않는 바탕이 됐다. 대개 부지사들은 1년에서 1년 반 정도 일하고 나면 중앙부처로 복귀하는 것이 통례다. 그러나 도지사들이 그의 이동을 원치 않아, 결국 4년 반이라는 상당히 긴 기간을 함께 일하는 기록을 세웠다.

다만 그런 그의 뚝심은 '국정농단사태'와 연결되면서 결국 공직을 떠나는 결과를 만들기도 했다. K컬처밸리 용지를 무상으로 특정 대기업에 주라고 압박하는 정권 실세에게 맞서다 결국 "그러면 사표를 내라"는 신호를 당시 청와대로부터 받은 것.

개인적으로는 관운의 끝이었지만, 그가 이렇게 결기있게 반항한 덕에 경기도에서는 이 무상 토지 제공이라는 독배를 받지 않아도 됐고, 공직자들이 대거 연루돼 구설수나 처벌을 받는 상황을 예방할 수 있었다.

이쯤 되면 보수 진영에 등을 돌려 정치적 실리(예를 들어 반대 진영의 스타 영입 케이스로 정치를 하는 경우)를 챙길 법도 하지만 그는 손사레를 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하고 존경하는 것도 사실. 그럼에도 일부 진보 세력에게 실망을 금할 수 없어 쓴소리를 하는 데 인색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그의 화려한 관운 중에서도 가장 이색적이고 눈길을 끄는 대목이 바로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인사수석 선임행정관'일을 한 대목이다.

박 전 부지사는 당시 상황을 묻는 질문에 "문 대통령은 민정수석 하다 비서실장 가시고, 이호철 민정수석 때였을 것"이라고 시점을 설명하고 인사 업무에 대해서는 "장차관 인사추천회의 멤버가 몇 안 된다. 비서실장, 인사수석, 민정수석, 경제수석,  총무비서관이 들어가고, 그 배석이 인사비서관 선임행정관이니까, 그렇게 작은 회의체다. 일주일에 한 번 모이니까 깊은 사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가 겪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적재적소가 아닌 적소적재까지 내다보고 강조한 분"이자 "진보라기 보다는 합리적 중도였던 분"이다.

박 전 부지사는 "노 전 대통령은 적재적소는 먼저 사람을 잘 알고 있고, 사람을 어떤 자리가 났을 때 그 자리에 넣는 것. 잘못하면 정실인사가 된다. 반면 나랏일 전체를 먼저 보고 그 다음에 이걸 누구를 택해야 생각하는 게 적소적재다. 적소적재가 되면, 가까운 사람을 넣지 않아도 되고 심지어 외국인도 넣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대단히 감명깊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아울러 "노 전 대통령은 합리적 중도였던 분"이라고 평가하고 "특히 그의 마지막 책에서 좌파원리주의에 대해서도 경고를 하셨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그쪽 사람들에게 당신들의 멘토인 노 전 대통령 책도 안 읽어보냐 비판도 여러 경로로 했다. 심지어 그 책도 사서 돌리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공무원 81만명 증원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향후 국회에 들어갈 경우 이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리며 정부와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이 높다.

개인적으로는, 정치권에 들어간 인사들이 너무 오래 '고인 물'이 되는 상황을 깨야 한다는 생각으로 관련 법안 마련을 하고 싶어 한다. 즉, 국회의원도 지방자치단체장처럼 3연임 후 한 차례는 쉬어야 다시 같은 자리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입안된다면 대단한 충격파를 몰고 올 수 있는 아이디어다.

그가 이렇게 어려운 길을 마다않는 상황은 어린 시절의 영향, 그리고 대학에 들어가서 만난 은사 때문이 아니겠냐는 풀이가 제기된다. 

박수영 전 경기도 행정1부지사는 공직 생활 당시 여러 어려운 고비를 돌파했다. 이 경험을 전수하기 위해 다양한 책을 쓰기도 했다. 사진은 회의 중 생각에 잠긴 모습. ⓒ 다움북스

◆요샛말로 흙수저, 그럼에도 '대한민국으로부터 받은 걸 먼저 생각하라' 가슴에

그는 요샛말로 교육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부모님이 모두 '선생님'이라 해도 과거엔 박봉이라 지금 같은 안정적 상화은 아니었다. 그는 문현동에서 태어났고, 그 이후에도 '소박한 부산 토박이'로 자란 것으로 알려진다. 어릴 적 기억 속에 남아있는 첫 집도 좌천동 산복도로 근방이었다고 한다. 

왜 이렇게 높은 데 있나 싶은 집이었지만 바꿔 말하면 도시를 모두 내려다 보며 호연지기를 기른 시기였다. 부산동고를 나와 서울대 법대에 들어간 그가 법조인(검사나 판사를 해 권력을 누리다 나중에 돈 많이 버는 변호사로 변신하는) 코스 대신 행정관료의 길로 들어선 것도 그런 소박한 심성 때문은 아니었을까.

마침 당시 학교에 막 부임한 고 박세일 교수는 당시 제자들에게 "서울대 법대에 오기까지 대한민국에게 얼마나 많은 혜택을 너희들이 받았는지부터 생각해라. 법조인의 길만 생각하지 말고, 관료로 많이 진출해 그 빚을 갚으라"고 조언했다.

그의 조언을 받아들여 공직에 나갔던 박 전 부지사와 일부 동기생들은 초임 관료 시절 무척이나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차차 일매듭이 잡히면서, 각 부처에서 나름대로 모두 'ㅇㅇ통' 혹은 'XX통' 등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는 것. 혼자 열심히 하면 무엇이든 된다는 철학은 그렇게 굳어져 그의 관운 전체를 관통하게 된다.

심지어 그가 좋아하는 운동도 탁구와 볼링이다. 날카롭게 상대방 몸으로 파고들도록 공을 날리는 탁구의 묘미, 핀 하나하나가 어떻게 연쇄로 넘어질지 가늠해 보면 스트라이크를 날릴 수 있는 볼링의 호쾌함을 아는 그가 총선에 당선된다면, 부산 남구에서 어떤 '한 방'을 날릴까? 일각에서는, 테크노밸리 전문가인 그가 손을 댄다면 '부산판 해양 전문 테크노밸리 구축'도 꿈만은 아닐 것이라고 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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