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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례 입학 새내기株 '모 아니면 도'…불발탄 될까

기술평가 신뢰도·위기 대응력 미흡 '투자자 외면'…주관사 '수익 적신호'

염재인 기자 | yji2@newsprime.co.kr | 2019.11.22 17:44:18
[프라임경제]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앞세워 특례 상장한 다수 기업들이 공모가를 밑도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이들 기업을 추천해 상장시킨 주관사들의 손익 계산도 덩달아 바빠지고 있는 상황.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아직 내실이 부족한 기업들에 대한 진입 장벽이 너무 낮다는 비판과 함께 기술평가 등 적정 평가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기술과 성장 가능성을 무기로 '특례'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가 맥을 못 추는 상황에서 특례상장제도의 평가 눈높이가 낮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국내 한 바이오업체의 연구 모습. ⓒ 연합뉴스



◆'특례 상장' 화려한 시작…결과는 '낙제점'

특례 상장에 불을 지핀 계기는 성장성 특례상장 1호인 셀리버리다. 셀리버리(268600)는 지난해 11월 초 상장 첫날 종가 기준 2만8700원을 기록한 이래 올해 6만7000원까지 주가가 오르면서 무려 133.44% 성장세를 보여주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성장성 특례상장 셀리버리의 성공적인 코스닥 입성은 올해 상반기 바닥을 찍고 반등세를 보였던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 새로운 선례를 제공했으며, 이들이 각각의 성장성을 무기로 '특례 상장'에 도전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지난 9월 라닉스(317120) 상장을 시작으로 한껏 부풀어 올랐던 성장성특례상장에 대한 기대감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라닉스는 상장 첫날인 지난 9월18일 종가 기준으로 공모가 6000원 대비 34.83% 증가한 8090원을 기록하며 순항을 예고했지만, 지난 21일 공모가 수준인 6700원까지 내려앉았다. 

올리패스도 상장 첫날 공모가 2만원 대비 24% 상승한 2만4800원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21일 1만8950원까지 미끄러지면서 공모가보다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최근 성장성특례를 이용해 상장한 라파스(214260) 역시 공모가 2만원 대비 무려 20.75% 떨어진 1만5850원을 기록했다. 

테슬라 요건 상장(이익 미실현 기업) 1호 기업인 카페24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2월 초 상장한 카페24는 상장 첫날 공모가 5만7000원으로 시작해 한때 주가가 20만4000원까지 치솟았지만, 현재 주가는 21일 기준 5만500원으로 공모가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다수 업계 전문가들은 특례 상장 기업들의 주가가 대체로 공모가를 밑도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많은 기업들이 특례 제도를 통해 상장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 풋백옵션 떠안은 주관사 "나 떨고 있니?"

이들 기업들이 활용한 제도는 성장성 특례상장과 테슬라 상장이다. 두 가지 제도 모두 주관사의 추천에 의해 상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성장성 특례상장'은 기업공개(IPO)를 주관하는 증권사가 성장성이 있다고 추천하는 기업에 대해 상장 요건을 완화해주는 제도다. 성장성특례상장을 희망하는 기업은 자기자본 10억원 이상만 확보하면 되며, 외부기관으로부터 기술성평가를 받을 필요도 없다. 

테슬라 상장은 상장 요건에 미달되더라도 상장주관사가 추천하는 기업에 한해서 상장 기회를 주는 특례상장제도다. 

지난 2017년 처음 도입된 테슬라 상장은 시가총액(공모가*발행주식 총수) 500억원 이상을 갖추고, 성장성을 인정받는다면 적자 기업도 상장할 수 있다. 실적이 부진해도 상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향후에도 적자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위험이 있다. 

성장성 특례 제도와 테슬라 제도의 경우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를 위한 풋백옵션(환매청구권)을 적용하고 있다. 

풋백옵션이란 상장 기업 주가가 상장 이후 부진할 경우 주관사가 공모가의 90% 가격에 공모주 투자자의 주식을 다시 사주는 것을 말한다. 성장성 특례상장과 테슬라 상장의 풋백옵션 기간은 각각 6개월과 3개월이다. 

만약 추천한 기업 주가가 폿백옵션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악화돼 옵션 행사가 대거 나올 경우 주관사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러한 위험 부담에도 불구하고 주관사들이 특례 상장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높은 수수료율을 꼽을 수 있다. 

셀리버리로 대박을 터트린 DB금융투자의 경우 셀리버리 인수대가는 확정공모가액 2만5000원 기준으로 산정한 모집총액 285억원과 상장주선인 의무인수 금액 8억5500만원을 합한 금액의 6%였다. 

역시 DB금융투자가 주관한 라파스의 수수료율은 5%였으며, 이 밖에 올리패스의 상장주선인인 미래에셋대우와 키움증권의 수수료율도 5%에 해당됐다. 이는 지난해 업계 평균 수수료율 2.5%의 두 배 수준이라는 점에서 주관사들이 리스크를 감수하는 이유로 설명될 수 있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특례 상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약·바이오 업계가 올해 임상 실패 등 바닥을 치면서 투자자들이 신중해진 경향이 있다"며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들도 보다 공모가 산정 시 보다 보수적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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