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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오리온 '기능성 물' 오인 바로잡아야"

제주용암수 국내 판매 두고 제주도와 갈등, 정부와도 잡음

김다이 기자 | kde@newsprime.co.kr | 2019.12.03 10:01:09

[프라임경제] 오리온(001800)이 지난 1일 출시한 '제주용암수'가 일부 언론을 비롯한 다양한 채널에서 '기능성 물'로 소개되고 있어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를 둘러싸고 의혹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오리온 측이 제품 출시에 앞서 제주용암수를 기능성 물로 소개한 정황이 속속 드러남에 따라 계획된 오인 유도의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 홍보실을 동원한 대기업의 바이럴마케팅에 대한 사정기관의 개입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오리온 제주용암수. = 김다이 기자

지난달 26일 발표된 오리온 보도자료에 따르면 제주용암수는 혼합음료다. 현행 법으로 구분되는 '마시는 물' 카테고리는 '먹는샘물' '먹는염지하수' '먹는해양심층수' 등 크게 세가지로 구분된다.

그러나 오리온 제주용암수의 경우 물이 아닌 식품으로 분류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제품인허가 정보를 보면 '무색무취의 미네랄을 함유한 음용 가능한 액상(물)음료'로 신고돼 있다.

오리온에 따르면 지난 1일 출시된 오리온 제주용암수는 '프리미엄 미네랄 워터'로 국내 시판 중인 일반 생수 대비 칼슘은 13배, 칼륨 7배, 마그네슘은 2배가 많으며, pH 8.1~8.9로 약알칼리성 음료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해당 제품은 현무암층을 통해 자연 여과된 용암수를 원수로 수취한다. 용암수는 해수(바닷물)로 7중 필터를 이용해 여과과정을 거치고 탈염과정, 미네랄 추출 및 칼슘과 마그네슘 분리 과정을 지난다. 이후 칼슘과 마그네슘을 먹기 좋은 농도로 물과 혼합하고, 마지막으로 알칼리화를 진행하면 '오리온 제주용암수'가 완성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칼슘, 칼륨, 마그네슘 등이 함유된 제주용암수는 하루 2리터 음용할 경우 칼슘은 성인의 하루 필요치를 섭취할 수 있다.

이처럼 미네랄은 우리 몸에 이로운 영향을 가져다 준다. 그러나 문제는 미네랄의 기능성과 별개로 제주용암수가 혼합음료에 해당하며, 미네랄의 효과를 제주용얌수에 기능성으로 표시해도 되는지 여부다.

이미 오리온은 올 초부터 먹는물 사업을 예고해왔다. 당시 오리온 측이 베포한 여러 자료를 보면 해당 제품이 '기능성 물'이라는 점이 강조됐고, 최근 25개 이상의 매체에서 오리온의 제주용암수가 '기능성 물' 내지는 '기능성 음료'라는 표현으로 보도된 기사만 30건이 넘는다.

반면 출시된 제품을 정부 규제를 준용해 홍보하기 위해서는 '기능성 00'표현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능성 음료'는 식품공전에서 정한 규격, 기준, 효능을 입증해야만 이러한 명칭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리온 제주용암수는 식품정보 유형에서 '혼합음료'로 분류된다. = 김다이 기자

2011년 환경부가 발표한 '먹는샘물 특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먹는샘물을 개발하려고 계획했던 많은 업체들이 먹는물관리법에 의한 까다로운 환경영향조사로 인해 먹는샘물 개발을 포기하고 허가 절차가 쉬운 혼합음료로 허가 받아 먹는물관리법과 식품기준 및 규격(식품공전)사이에서 영업 활동을 하고 있다.

즉, 일부 업체가 환경영향조사를 피하기 위해 혼합음료를 제조해, 먹는샘물 내지는 기능수로 오인하도록 유도해 판매하는 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환경부도 인지한 상태다. 소비자가 이를 구분할 수 있도록 환경부는 음료의 성격을 포장에 표시하도록 규제했다. 제주용암수도 먹는샘물이 아닌 혼합음료에 해당한다.

또한 기능성 표기 여부와 관련해 식약처는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것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에 대해 규제하고 있다. 기능성 물로 표현됐던 앞선 보도들과 달리 오리온의 제주용암수는 동물실험 등이 포함돼 효능을 인정받지 않은 일반식품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자세한 내용은 사이버조사단에 의뢰해봐야 하지만, 식품에 '기능성'을 부여했다는 것 자체가 제품에 이러한 문구가 적혀있지 않더라도 과대·과장 광고로 볼 수 있다"며 "소비자들은 판매자가 제공한 것 외의 곳에서 정보를 얻고 구매하기 때문에 '기능성 물'이라는 내용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홍보한 것은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오리온 측은 홍보 과정에서 '기능성 물' 사용을 인정했지만, 이 단어는 초기 사업단계에서 홍보했을뿐 제품이나 광고에 표기한 적은 없기 때문에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기능성 물'이라는 말은 사업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방향성을 잡아가면서 이해를 돕기 위해 했던 것"이라며 "지금은 '프리미엄 미네랄 워터'라고 설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사업초기 음료 사업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미네랄이 풍부한 물이라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 이러한 말을 사용한 것이었고 제품이 확정된 다음에는 자료에 '기능성 물'이라고 하지 않았다"고 발뺌했다.

실제 제주용암수의 광고문구나 설명서에는 이러한 단어가 들어가 있지 않다. 그러나 기능성 물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내용도 포함되지 않았다. 결국 이미 오리온이 사전에 배포한 보도자료로 인해 제주용암수는 기능성 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 오인을 불러온 오리온의 책임소재가 명확하다는 사실과 함께, 출시된 제품에 대해서도 정정과정이 없었다는 사실 또한 인정될 공산이 크다.

식약처 관계자는 "오리온 측에 시판 전이라도 허위·과장광고를 해선 안된다는 부분에 대해서 주의 조치 했다"며 "아직 시중에 풀리기 전지만 시판 이후에도 동일한 내용으로 홍보가 이뤄진다면 법적인 처분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오리온은 제주도 측과 '오리온 제주용암수'의 국내 판매 문제를 두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 물정책과에 따르면 용암해수단지에 입주계약을 맺고 들어온 오리온이 2017년 4월 사업 계획 초기에는 동남아와 중국 등 해외진출만 하겠다고 지속 언급해왔지만, 최근 말을 바꿔 국내 진출을 하게 됐다.

제주도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이야기 된 부분이고,수출에 맞춰 용암해수 취수량도 2만톤까지 늘려줬다. 이에 관련해서는 문서로 오리온에 두차례 언급한 바 있다"며 "공장 준공 하루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오리온에서 우리에게 명확하게 이야기 해줬으면 좋겠다. 구체적 대화가 이뤄지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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