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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OECD 36개국 중 국가경쟁력 10위인데 노동시장 27위

노동시장 경직 정책 속도조절…불필요한 노사 갈등 최소화 등 해법 절실

김이래 기자 | kir2@newsprime.co.kr | 2019.12.05 09:51:23

[프라임경제] 세계경제포럼(WEF)의 2019년 국가경쟁력 평가를 조사한 결과 한국의 전반적인 국가경쟁력은 OECD 36개국 중 10위지만, 노동시장 순위는 27위에 그쳐 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동시장 평가를 구성하는 두 개의 축인 '유연성'과 '능력주의' 중 '유연성' 항목이 OECD 34위로 꼴찌 수준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가 경쟁력 및 노동자 순위 변동. ⓒ 한국경제연구원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판단하는 세부 항목은 △노사협력 △정리해고 비용 △고용‧해고 관행 △임금 결정의 유연성 △적극적 노동정책 △근로자 권리 △외국인 고용의 용이성 △내부 노동 이동성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최하위로 나온 이유로 주52시간제 근무제 시행과 최저임금상승,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017년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상시 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를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노동 유연화보다는 고용안정화에 집중했다는 해석이다.

한편, 2019년 노동시장 종합순위는 △싱가포르(1위) △스위스(2위) △덴마크(3위) △미국(4위) △뉴질랜드(5위) 등이 상위권, △한국은 141개국 중 51위로 나타났다.

◆한국 노동시장 수준 OECD 27위, 국가경쟁력 10위 못 미쳐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이 세계경제포럼에서 매년 발표하는 국가 경쟁력 보고서(The Global Competitiveness Report)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국가경쟁력 종합순위는 2018년 15위(전체 140개국)에서 2019년 13위(141개국)로 2계단 올랐으나, 노동시장 순위는 48위에서 51위로 3계단 하락했다.

이는 OECD국가들과 비교하면 종합순위는 36개국 중 10위에 해당하지만, 노동시장은 27위로 하위 2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한경연은 최근 노동 우호적인 정책들이 급격히 추진되면서 노동시장 경직성을 심화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OECD국가 WEF 노동시장 평가항목 중 유연성 부문. ⓒ 한국경제연구원

◆노동 유연성 141개국 중 97위, OECD 36개국 중 34위로 하위권

WEF 노동시장 평가는 크게 유연성과 능력주의 및 보상으로 구성된다. 그중 유연성은 노동시장이 얼마나 유연한지와 관련된 8개세부항목의 평균치인데, 한국은 OECD평균(63.4점)보다 낮은 54.1점을 받았다.

이는 WEF 조사대상 141개국 중 97위, OECD 36개국 중에서는 34위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한국보다 노동 유연성이 낮은 OECD국가는 터키(99위), 그리스(133위) 뿐이었다. 전체 141개국 중 한국과 노동 유연성이 비슷한 곳은 파키스탄(96위), 이집트(98위) 등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이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은 세부항목 중 특히 △노사협력(130위) △정리해고 비용(116위) △해고‧고용 관행(102위)에서 순위가 100위를 넘어간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OECD 국가와 비교하면 노사협력은 36개국 중 36위로 나타났으며, 정리해고 비용은 33위로 최하위권, 고용 ‧ 해고 관행은 25위로 하위권이었다.

한경연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 세 가지 항목의 순위가 지속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노동시장을 경직시키는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사협력은 2008년을 기점으로 순위가 떨어진 후 현재까지 120∼140위 사이의 하위권을 기록하고 있고, 정리해고 비용도 줄곧 100위권 밖으로 나타났다.

해고 및 고용 관행은 최근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순위가 100위 안으로 상승했으나, 2019년에 전년 대비 15계단 하락하면서 다시 102위로 하락하였다.

유연성 세부항목 중 임금과 관련된 '임금 결정의 유연성'은 2009년 이후로 순위가 하락세를 보이다가 2019년에는 전년(63위)에 비해 21계단 떨어지면서 최근 11년간 최저치인 84위를 기록했다.

◆프랑스 마크롱정부, 노동개혁으로 노동시장 53위→51위

프랑스는 노동시장 순위가 ’18년 53위로 한국(48위)보다 낮았으나, ’19년에는 50위로 오르면서 한국(51위)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고 규제를 완화하고 근로조건에 대한 개별기업의 재량권을 확장하는 등 노동개혁을 통해 유연성을 제고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마크롱 정부의 노동개혁 주요내용. ⓒ 한국경제연구원

마크롱 정부는 경영상 해고의 판단요건을 완화하고 부당해고 제소기간을 축소했으며, 전통적으로 강력했던 산별 노조의 협상권한을 축소했다.

그 결과 노동 유연성 세부항목 중 '고용 및 해고 관행'이 마크롱 정부가 취임한 2017년 133위에서 2019년 90위로 큰 폭(43계단) 상승했고, '노사협력' 순위도 마크롱 취임(2017년, 109위) 이후 17계단 상승한 92위를 기록했다.

'고용 및 해고 관행', '노사협력'이 100위권 안으로 들어오면서 노동시장 경쟁력이 상승한 프랑스와 달리, 한국은 '고용 및 해고 관행' 순위가 하락하고 '노사협력'은 하위권에 머물러 ’19년 100위권 밖을 기록하면서 노동시장 순위도 하락했다.

이번 분석 결과에 대해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WEF뿐만 아니라 IMD, 프레이저 연구 등 다른 국제평가기관에서도 한국의 노동시장을 비효율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 공통된 평가"라면서 "국내외 불확실한 경기여건으로 1%대 저성장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노동경직성이 일자리 절벽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추 실장은 "프랑스의 노동개혁을 참고하여 노동시장을 경직시키는 정책의 속도조절과 성숙한 노사관계, 해고 완화 등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근본적인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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