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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금빛' 수놓으며 불모지에 '피겨 강국'…'포스트 김연아' 없나?

'피겨 여왕' 등극하며 2009년 싹쓸이…2009-2010 그랑프리 파이널 '역전 우승'

박기훈 기자 | pkh@newsprime.co.kr | 2019.12.05 09:57:54
[프라임경제] 우리나라는 1998년 서울 올림픽을 시작으로 2002년 한일월드컵, 2011년 대구 육상 세계선수권 대회,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등 4대 스포츠대회 '그랜드슬램' 개최를 달성하며 명실공히 스포츠 강국임을 세계적으로 입증했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추운 날씨면 생각나는 동계올림픽의 경우,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세계인을 부러움을 한 몸에 사기도 하는데요. 동계올림픽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피겨 스케이팅' 역시 김연아로 인해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기도 했습니다.

'피겨 여왕' 김연아는 5년 전 은퇴했지만, 아직도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에게 '우상'으로 불리고 있죠. 피겨 불모지였던 우리나라가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기적이 탄생할 거라곤 아무도 생각지 못했었기 때문인데요.

지난 2009년 12월5일 열린 '2009 ISU 그랑프리 파이널' 프리스케이팅에서 안도 미키에 역전해 우승한 피겨퀸 김연아가 시상대에 올라서 우승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김연아는 어린 시절부터 각종 대회를 휩쓸면서 돌풍을 일으키며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피겨역사를 새로 써왔습니다. 세계선수권 6회 우승, 2009년 4대륙 피겨 스케이팅 선수권 대회 우승, ISU 그랑프리 파이널 3회 우승 등 사상 최초로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선수이기도 하죠.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9년 12월5일에 열렸던 '2009-2010 ISU 그랑프리 피겨 스케이팅 파이널(이하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도 여자 싱글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었습니다. 

이날 일본 도쿄 요요기 제1체육관에서 치러진 대회 여자 프리스케이팅에서 123.22점을 얻은 김연아는 전날 쇼트프로그램(65.64점) 점수를 합쳐 총점 188.86점으로 일본의 안도 미키(일본.185.94점)를 2.92점 차로 제치고 종합 1위에 올랐죠.

특히 이 대회의 우승은 여러모로 의미가 남달랐었는데요. 

우선 적진 일본에서 역전우승을 일궈낸 점입니다. 전날인 4일 석연찮은 다운그레이드 판정을 받았던 김연아는 초반에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안정을 되찾았고 쇼트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시즌 최고점을 기록하며 1위로 올라섰던 안도 미키는 점프에서 세 차례나 실수를 범하고 2위로 밀리게 됐죠.

또한 바로 전해 치러졌던 '2008-2009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일본의 아사다 마오에 내줬던 금메달을 되찾으면서, 2006-2007 시즌 시니어 무대 데뷔 이후 통산 세 번째 우승이라는 쾌거를 기록하게 됐죠.

지난 2009년 12월5일 열린 '2009 ISU 그랑프리 파이널' 프리스케이팅 경기에서 김연아가 스파이럴 연기를 펼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뿐만 아니라 2009년 김연아가 출전한 모든 경기에서 우승을 거두는 '전설'의 마침표를 찍게 된 경기이기도 합니다. 

2009년 2월 4대륙선수권 우승을 시작으로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신채점제 도입 이후 여자 싱글에서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여겨지던 200점을 사상 처음 뛰어넘으며(207.71점) 첫 우승을 차지했는데요. 2009-2010 시즌 첫 그랑프리 대회에서 210.03점을 획득, 여자 싱글 사상 처음으로 210점대를 넘겨버렸죠. 

이후 김연아는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쇼트 프로그램 78.50점, 프리 스케이팅 150.06점, 총점 228.56으로 세계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계속적인 신화를 써내려가기에 이르렀는데요.

'그랜드 슬램'이라고 불리는 4개 대회를 정복하고 세계신기록을 11차례 갈아치우는 등 한국 피겨계를 넘어 세계 정상에 자리에 오른 김연아로 인해 피겨는 비인기 종목에서 이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다보니 지원도 많아졌고, 이로 인해 '포스트 김연아'를 꿈꾸는 피겨 꿈나무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는데요. 또한 실력에 두각을 나타내며 각종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도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프리스케이팅 경기가 열린 퍼시픽 콜리시움에서 김연아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활짝 웃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그러나 중도 은퇴를 선언하거나,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음에도 세계대회에서 메달권 진입해 실패하는 등 안타까운 모습들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에 스포츠계는 물론 일반인들까지도 김연아의 명맥을 이어갈 유망주가 언제쯤 나올지 기다리며 조바심을 내기도 합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유망주로는 유영(15)과 이해인(14)이 거론되고 있는데요. 공교롭게도 두 선수 모두 '제 2의 김연아'로 불리며 경쟁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유영은 지난 10월말 캐나다에서 벌어진 2019 그랑프리 2차 대회에서 217.47점의 높은 점수를 기록하며 동메달을 거머쥔 경험이 있습니다. 217.47점은 김연아가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때 금메달을 따면서 기록한 228.56점에 이어 한국 선수 역대 2위에 해당하는 높은 점수죠.

지난 11월 중국에서 열린 그랑프리 4차 대회에서는 트리플 악셀을 시도하다가 넘어지는 실수로 인해 4위(191.81점)를 기록했지만, 트리플 악셀을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성공시키고 있다는 점도 크게 주목받고 있는데요.

2016년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역대 최연소(11세)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세간에 이름을 알린 유영은 트리플 악셀을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성공시키고 있는 인재이기도 합니다.

이해인은 지난 9월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 2019-2020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6차 대회에서 우승하며 3차 대회에 이어 2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주가가 급등했죠. 그도 그럴 것이, 한국 선수가 주니어 그랑프리 2개 대회에서 연속으로 우승을 차지한 건 2005년 김연아 이후 14년 만이었기 때문인데요.

전문가들로부터 '김연아의 현역시절과 많이 닮았다',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해인은 오늘(5일)부터 오는 8일까지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리는 2019 국제빙상경기연맹 그랑프리 파이널에 출전하기도 합니다. 이 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할 수 있을 지도 초미의 관심사죠.  

메달을 따야만 좋은 성적은 아닐 것입니다. 그럼에도 매년 "피겨 여왕의 명맥이 끊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은 매년 나오고 있는데요. 혹자는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피겨 강국'이었는지 모르겠다. 선수들에게 격려의 말 한마디도 더해라"고 일침을 놓기도 합니다.

김연아가 세계를 놀라게 했던 그 시절의 영광과 향수만을 그리며 조급해하기보다 '어떤 유망주들이 나오고 누가 더 좋은 성적을 낼까'를 지켜보는 재미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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