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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졌던 '범 현대가' 심상찮은 합종연횡

범 현대가, 아시아나 인수전 투자 가능성…추가제휴 향방 관심

장귀용 기자 | cgy2@newsprime.co.kr | 2019.12.06 18:16:05

소위 '왕자의 난'으로 불리는 그룹 분리 이후 각자 길을 걷던 범 현대가가 최근 전략적 제휴를 통해 공조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HDC그룹의 아시아나 인수전에 현대중공업 계열사들이 지분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IB(투자은행)쪽 소식이 전해지면서, 범(汎) 현대가가 전략적으로 제휴에 나서는 '합종연횡'을 구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IB업계에서는 지난 11월부터 HDC그룹-미래에셋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범 현대가에 속하는 △현대오일뱅크 △현대종합상사(이상 현대중공업그룹 계열) △현대백화점그룹 △KCC그룹 △현대해상화재보험 △한라그룹이 지분참여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공식적으로 지분투자는 검토하고 있지 않지만 사업제휴가 가능하다고 밝힌 한라그룹을 포함해서 범 현대가가 HDC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를 검토하는 이유는 범 현대가가 각자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사업들의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당장 현대오일뱅크는 항공유 공급에서 직접적으로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다. 이어 항공운송 등 물류산업에서 손잡을 여지가 많은 현대종합상사와 면세점사업과 기내식 제공 등에서 공조가 가능한 현대백화점그룹, 소재산업과 항공정비 등에서 제휴가 가능한 KCC그룹·한라그룹이 직간접적으로 서로 이득을 주고받을 수 있다.

여기에 현대자동차그룹에 속하는 현대카드의 마일리지 부분까지 더해진다면 그야말로 '현대'만 이용해도 국내외 모든 생활영유가 가능해지는 '현대라이프스타일'이 만들어 질 수 있는 것이다.

범 현대가의 이러한 공조는 앞서 현대자동차그룹에 속하는 현대건설이 수주전에 참여하고 있는 한남3구역에서 처음 엿보였다. 현대건설은 지난 10월16일 한남3구역 상가입점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현대백화점그룹과 손잡고 사업제휴를 추진하겠다며, 업무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렇게 범 현대가가 최근 '합종연횡'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소위 범 현대가가 겪었던 '왕자의 난' 이후, 2세 경영의 시대가 저물고 3세 경영이 궤도에 올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왕자의 난' 이후 뿔뿔이 흩어졌던 범 현대가가 3세 경영으로 넘어가면서 '그래도 남보다 낫다'는 인식 아래 공조의 시너지를 구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특히 '왕자의 난' 대상이었던 고 정몽헌 회장의 부인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이 현대엘리베이터를 제외하고는 큰 성과 없이 중견기업급으로 떨어져 '왕좌'의 의미가 퇴색했기 때문에 실익으로 이해관계가 넘어가는 분위기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렇듯 '합종연횡'에 나선 범 현대가지만 '완벽한 동맹'으로까지 나아갈지는 미지수다.

우선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직후 '모빌리티그룹'으로 나아갈 것을 목표로 제시한 부분은 '스마트 모빌리티 플랫폼'을 내건 현대자동차그룹과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 1996년부터 1999년 현대자동차 회장을 맡기도 했던 정몽규 회장은 부친인 고 정세영 명예회장이 현대자동차 재직시절 최초의 국산차 포니를 개발해 '포니정'이라는 별명까지 얻을 만큼 자동차 산업에 애착이 많았다.

당장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토잉카(Towing Car)로 불리는 항공기 견인차부터 향후에 개척가능한 분야가 열리게 됐고 '디벨로퍼'라는 기존 기업목표를 '모빌리티그룹'으로 변경한 만큼 공식적인 움직임을 기대하는 시각이 많다.

또 다른 해석도 존재한다. 정몽규 회장의 '모빌리티그룹'의 '모빌리티'는 항공에서의 모빌리티로 봐야하고, 자동차산업으로 확장한다고 하더라도 앞서 언급된 '토잉카' 등 항공관련 특장차 분야에 머무를 것으로 봐야한다는 해석이다.

그 외에 현대자동차그룹과 HDC가 통 크게 손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이미 각자의 길을 걸어가는 범 현대가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큰 대규모 인수전에서는 벌어진 사이여도 '혈연'은 작용하는 모양새다. 특히 '왕자의 난'에서 한 발 비켜서 있는 현대백화점그룹계열과 현대해상화재보험이 중간에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러한 범 현대가의 움직임에 재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고 있는 상황. 범 현대가의 '합종연횡'의 완성형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범 현대가의 전략적 제휴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왕국으로 불리던 옛 현대그룹의 위상을 뛰어 넘는 '연합왕국'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며 "이러한 전략적 제휴가 각 그룹과 기업의 가치에도 상승 시너지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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