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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미·중 무역협상 타결 국면, '뒤끝있는 스냅백' 주목해야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9.12.13 09:24:49

[프라임경제] 미·중 무역전쟁이 사실상 종결 가닥을 잡았다. 블룸버그 등 주요 매체들은 1단계 협상 타결을 속보로 타전했다. 1년반 넘게 세계 경제를 짓눌러온 G2 강대국들 사이의 갈등이 드디어 풀리게 되면서, 글로벌 경제에도 한층 훈기가 돌지 않겠느냐는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당장 오는 15일부터 중국산 상품에 부과될 예정이었던 1560억달러(우리 돈 180조원 규모)의 추가관세가 철회되면서 국제 경제무대는 관세폭탄 그리고 그 폭탄이 낳을 무역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양국간 무역전쟁은 2018년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상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시작됐다. 그럼에도 막상 타협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대단히 싱겁게 끝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타결 임박 가능성을 언급하고, 결국 1단계 협상 가닥이라는 소식이 언론을 장식했다. 중국은 미국의 양보에 미국산 농산물을 대거 사주기로 하는 양보를 제시, 양측의 이번 대결이 별다른 대의 싸움이 아닌 이익을 둘러싼 전쟁임을 드러냈다. 

양측 모두 굳이 그런 적나라한 모습을 부끄러워 하거나 감추지 않는다. G2의 싸움에 휘둘리고 숨죽여 온 다른 나라들 앞에서 체면 등을 굳이 따질 필요 자체를 못 느끼는 모양이다.

여기서 시진핑 체제의 중국이 '경착륙'을 막기 위해 숙이는 길을 택했다는 점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무역전쟁 불사 기조의 발언들을 쏟아내던 중국이다. 하지만 자국 기업 화웨이를 강력하게 두드려 패는 미국의 거친 태도 그리고 홍콩 인권 문제를 빌미로 중국을 압박할 가능성 등에 결국 일정 부분 물러서는 실리를 택했다.

더 중요한 대목은 양국이 협상 조건에는 합의했지만, 아직 법률적인 문구는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두 나라가 결국 또다른 줄다리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잔불 정리 정도로 보면 된다고 큰 시각으로 이야기하고 싶지만, 그건 100년 후쯤 역사학자나 경제학자가 오늘을 회고할 때의 사치이고, 지금 다른 나라들로서는 그 불티조차 문자 그대로 불티가 아니라 엄청난 화재로 다가올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앞으로 최종적 문구 정리를 할 때 미국 측에서 중국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관세를 원래대로 되돌린다는 내용의 '스냅백'(Snap back) 조항을 넣을 것을 강력히 요구할 것으로 점쳐진다는 점이다. 

합의 조건으로 이런 내용을 요구하는 미국의 태도는 분명하다. 자국의 경제 패권에 저항하는 도전자에 대해서 결코 감시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이고, 언제든 엄청난 출혈과 혼란을 감수하고서라도 재차 링 위에 올라 혈전을 벌일 뜻이 앞으로도 분명하다는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우리 경제 정책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통상 정책들은 이런 결의에 찬 태도를 상대국들에게 과시한 바가 있었는가 생각해 볼 일이다. 통상 뿐만이 아니다. 정치적 갈등의 봉합과 해결, 대북 문제 등에서 늘 좋은 게 좋은 것으로 해결하거나 '떼법'이 통하거나 억지를 대강 넘겨주고 당장의 작은 성과를 이용해 먹으려는 정치공학적 태도가 기승을 부리지 않았는지, '대국굴기'쯤은 과감히 구부릴 줄 아는 중국의 실리적 태도와 미국의 스냅백 요구에서 교훈을 찾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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