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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10살 된 국가성평등지수, 전면 개편…달라진 사회상 반영

경제·안전 분야 성평등 중요도 높아져…개편 전 71.5점, 개편 후 62.2점

백승은 기자 | bse@newsprime.co.kr | 2019.12.14 08:36:47
[프라임경제] 10년 전인 2009년 12월14일, 여성가족부는 '국가성평등지수'를 연말까지 도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국 사회의 성평등 현황을 객관적으로 나타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첫 선을 보이게 된 것이지요. 10년이 지난 2019년, 국가성평등지수는 첫 개편에 들어갑니다. 바뀐 사회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 한다는 지적 때문인데요. 국가성평등지수는 앞으로 어떻게 바뀌며, 그 동안 우리 사회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세계여성의 날인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35회 한국여성대회 기념식에서 참가자들이 미투 관련 법·제도 개선과 함께 낙태죄 폐지,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요구하며 피켓을 흔들고 있다. ⓒ 연합뉴스


국가성평등지수는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남성 수준 대비 여성 수준을 나타내 남녀의 격차를 측정하는 지수로, 가장 먼저 △성평등한 사회참여 △여성의 인권·복지 △성평등 의식·문화라는 상위 3개 영역으로 나뉩니다.

그 안에서 다시 △경제활동 △의사결정 △복지 △보건 △가족 등 8개 분야와 25개 지표로 세분화되죠. 또 각 지역에 따른 성평등 지수도 나타냅니다.

ⓒ 여성가족부

2013년 종합 68.9점에서 2015년 70.1점, 2017년 71.5점으로 국가성평등지수는 매년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죠. 지역성평등지수 역시 같은 해 72점에서 72.8점, 74.4점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2017년에는 전년 대비 육아휴직자 성비가 6.1점, 정부위원회 성비가 5점 상승하며 양성평등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국가성평등지수의 지표구성과 완전성평등의 수준이 다소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데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2018년 한국의 성평등보고서에 따르면 '셋째아 이상 출생성비' '재직자 직업훈련 참여근로자 성비'와 같은 항목은 한국 사회의 성 불평등을 반영하는데 한계가 존재합니다.

전자는 남아선호가 하락한 저출산 시대에 의미가 없으며, 후자는 2016년에 이미 성비 100%를 달성해 성불평등 지표로 적합하지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또 일반적으로 '완전성평등 상태'는 여성 혹은 남성이 50%에 도달한 상태를 뜻하는데, 육아휴직자의 경우 남성 휴직자 비율이 10%일 경우 완전성평등으로 간주합니다. 이는 한국의 경제적 환경에 맞춘 기준이라고 하지만 지나치게 자의적인 설정이죠.

이외에도 낮은 활용도, 제한된 정보, 기초단위 지표의 부재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습니다.

여성가족부는 2017년부터 국가성평등지수의 개편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전문가 조사 결과, 교육과 문화 분야에서 체감하는 성평등 중요도는 낮아진 반면 경제와 안전에 대한 중요성은 높아졌습니다. 이런 점을 바탕으로 개편안에 반영할 계획인데요.

공개된 개편안에 따르면 기존의 상위 3개 영역은 '동등한 권한' '자원의 동등한 접근' '평등한 관계'로 바뀔 예정입니다. 또 가족 복지, 보건 등 8개 하위 지표는 돌봄, 평등의식, 건강, 소득 등으로 변경됩니다.

개편안에 따라 국가성평등지수를 시범 분석한 결과 2018년 종합지수는 62.2점이었습니다. 기존 지표대로 산정한 2017년 결과보다 약 10점 가량 낮아진 점수죠.

그렇다면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성 평등 위치는 어떻게 될까요?

2015년 한국과 상위소득국가의 GGI 점수 비교. (별 표시가 한국의 점수) ⓒ WEF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매년 발표하는 성격차지수(GGI)를 보면, 한국은 2017년 전체 144개국 중 118위를 차지했습니다. OECD 회원 34개국 중에서는 33번째죠. 특히 '경제참여와 기회' 항목은 121위로, 2006년 92위에서 대폭 하락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 같은 해 유엔개발계획(UNDP)의 성개발지수(GDI)에서는 189개 국가에서 108위로, OECD 회원 34국가 중 역시 33번째를 기록했습니다.

이런 점을 미루어 봤을 때 국내 기준으로도, 해외에서도 한국의 성 평등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국가성평등지수가 처음 생기던 2009년으로부터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한국은 수많은 여성 불평등 문제와 직면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히 페미니즘 열풍이라고 불릴 만한 변화를 겪었죠. 여성에 대한 부정과 비하를 뜻하는 '여성혐오'라는 단어가 매스컴을 타고, 사회 속 여성이 받은 크고 작은 차별을 삶을 다룬 책 '82년생 김지영'이 100만 부를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혹자는 여성 불평등이 인간의 역사만큼이나 긴 시간 동안 지속됐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단기간에 성평등이 이루어지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겠죠. 하지만 10년간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앞으로 개편된 국가성평등지수가 매년 더 평등해져가는 한국 사회를 조망할 수 있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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