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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친 맛집, 부산 힐튼 ①] 정상회의 만찬 휘어잡은 호텔리어와 쿡의 하모니

사.포.지.향 대표 호텔 자부심…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만찬 '화합과 번영의 맛' 표현에 최적화

서경수 기자 | sks@newsprime.co.kr | 2019.12.14 09:16:37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10개국 아세안 정상들이 힐튼 부산이 마련한 만찬장에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 ⓒ 힐튼 부산

[프라임경제] 문재인 정부는 외교 다변화와 함께 한국의 미래 성장 먹거리 개척을 위한 외교와 통상의 접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신남방정책'의 주요 공략 대상이 바로 아세안 국가들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부산에서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연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처럼 공들인 외교 무대의 꽃 '특별정상회의 만찬'의 장소로는 부산 힐튼이 선정됐다. 행사는 끝났어도 그 배경과 매력에 여전히 관심이 모아진다.

부산의 호텔 산업에서 힐튼 부산의 등장은 한때의 유행어를 빌리자면, 창조경제에 비유할 만하다. 부산의 기존 호텔 수요를 둘러싼 쟁탈전이 아니라 MICE 산업 등 한층 격조높은 시장을 새롭게 키우는 본격적 동력을 공급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 같은 역할 모델과 이번 특별정상회의에서 만찬장으로 부산 힐튼이 지정된 점은 별개라는 평이 적지 않았다. 좀 의외라는 소리인 셈이다.

사실 요리 문외한들로서는, 국가 정상급 의전 행사의 식사 준비를 위해 부산 힐튼이 과연 적당한지에 대해 궁금증을 가질 법하다. 뷔페로 좋은 반응을 얻은 '다모임', 탁 트인 오션뷰와 함께 차를 즐길 수 있는 '맥퀸즈 라운지', 캐쥬얼한 주류와 모던 다이닝을 결합한 '맥퀸즈 바' 그리고 달콤한 디저트 공간 '스위트 코너' 등 고객의 '입을 책임지는' 힐튼 부산의 면면들은 자체 경쟁력이나 대외적 평가가 높은 편.

다만 국가 정상급 만찬은 아무래도 여러 고정관념과 주문에 직면하게 된다. 글로벌 스탠다드의 수준은 물론 한식을 세계에 선뵈는 포인트도 줘야 한다는 등 고차원 방정식이다. 이런 걱정에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우려의 골자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점은 특별정상회의를 통해 해소됐다. 독립된 고급 한식당을 따로 갖고 있지 않다는 등 여러 우려를 가뿐히 기우로 전환시켰다. 부산 힐튼의 내부 구조는 정상들이 만찬을 위해 입장하는 데 격조와 품위를 보장했고, 이어 제공된 식사들은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무언의 외교 역할에 충실했다. 

味친 맛집: '부산' 특산물과 아세안의 SOUL '쌀' 모두 휘어잡아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만찬 메뉴의 콘셉트는 쉬운 듯 하면서도 쉽지 않다. 부산은 이른 바 '사.포.지.향'의 고장이다. 바다, 강, 산, 온천의 축복받은 자연환경을 두루 갖추었고 이번 특별정상회의 만찬 메뉴들 역시 이런 부산에서 자라고 나는 특산물들을 이용하도록 결정됐다. 아울러 이런 지극히 부산적인 요리와 함께 동남아시아의 정서를 자극할 재료를 사용하여 한국과 아세안이 음식으로 하나 되고 함께 번영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미션이 힐튼부산에 주어졌다.

한·아세안 정상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만찬을 준비하는 힐튼부산 쿡들의 손길과 발걸음이 분주하다. ⓒ 프라임경제

힐튼부산에서는 예로부터 귀한 손님을 모시는 음식인 잡채 등을 통해, 부산의 산에서 나는 다양한 나물과 송이버섯의 맛을 소개했다.

아울러 부산의 대표적인 특산품인 '기장 전복'을 쫄깃한 '기장 다시마'로 숙성해 맛과 영양의 깊이를 더하는 등 해산물 요리에도 힘을 기울였다.

철마 한우 갈비구이와 밥은 메인요리였다. 그릴에 구운 소고기 갈비구이와 배춧국, 무청나물 등은 번영을 갈구하는 아세안의 미래 발전을 축복하는 메뉴로 손색이 없었다.

쌀케이크와 식혜 그리고 떡(백설기) 등 쌀로 만든 많은 변주곡들이 등장한 점은 화합 코드를 담았다. 한국과 아세안은 수천년간 쌀을 주식으로 삼은 공통점이 있는 바, 여러 매개로 더욱 긴밀한 유대관계가 지속되기를 바라는 주최측 마음을 표현했다는 평가다. 

어느 하나 평타는 몰라도 장타를 날리기 쉽지 않은 메뉴들이었으나 훌륭히 맛을 잡아내고 의미를 부여하도록 흥미를 돋우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특별정상회담을 통한 정상급 맛집 등극이라는 부산물을 힐튼 부산이 챙기게 된 배경이 여기에 있다.

◆美친 맛집: 어려운 일 총대 맨 든든한 인력 풀

복잡한 시내에서 약간 떨어진 부산 기장. 기장은 앞서 재료 소개 차원에서 잠시 언급한 기장 다시마와 철마 한우의 고향이기도 하다.

처음 힐튼 부산이 이곳을 새 터전으로 잡았을 때만 해도 왜 굳이 거기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았으나, 부산에서도 이렇게 아름다운 주변 경관 특히 바다와 품격서비스, 높은 만족도와 함께 음식 등을 제대로 공급하는 공간은 드물다는 평가를 얻으며 자리매김에 성공했다.

바로 이런 모든 점들을 꿰는 키워드 공력은 멋진 풍경만큼이나 맛있는 음식을 바쁘게 처리해 내는 곳, 즉 '핫 키친'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핫 키친에 숨어, 한 치 실수도 없이 많은 일을 확실히 처리하는 조리사들의 헌신이 있기에 새로운 공간 힐튼 부산이 우뚝 설 수 있었고, 급기야 특별정상회담의 만찬을 무사히 치러낼 수 있었다는 풀이가 나온다.

여기에 설립 직후 파티쉐 치프(과자류를 책임지는 직책)와 맥퀸스 바를 지휘하는 프랑스 출신 바 매니저들이 기틀을 닦았었다는 점도 간접적으로 이번 행사까지 영향력을 끼쳤다는 부수적 평가도 있다.

박지호 판촉부장은 힐튼부산 오픈멤버로 마이스 행사 유치 전략의 브레인이자 선봉장. 이번 초대형 국가행사인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그의 진가는 다시 한 번 빛났다. ⓒ 힐튼 부산

한편 정작 요리를 책임지는 이들은 행사를 잘 치러낸 전면의 손길들, 즉 서비스 기능을 맡는 호텔리어들에게 공을 돌린다. 힐튼 부산이 오픈한 이래부터 계속 근무하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아 안착을 할 수 있었고 그 에너지가 밑거름이 돼 이제 어느 행사도 거뜬히 치러낼 수 있는 내공이 쌓였다는 것.

이는 호텔 오픈 요원들이 상당수 남아 뿌리를 내린 점 등 힐튼 부산만의 결속력과 인력 풀의 협동자세라는 아름다운 이야깃거리다. 

호텔 오픈이란 대단히 힘든 일이다. 속칭 '진이 빠져' 오픈만 마치고 바로 떠나고 바통터치를 하는 게 글로벌 기준으로 봐도 상례라고 한다. 그런데 힐튼 부산의 경우 오픈 요원들이 적잖이 남아 개장 이후 분위기 확립에 도움을 줬고 이런 인력 풀의 협동 마인드가 평소 접객이든 특별한 행사든 모두 맡을 수 있는 자산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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