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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노사관계…껍데기는 가라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9.12.16 09:47:43

[프라임경제] 은빛으로 번쩍이는 건물 외관. 정체는 보온재인데요, 이 정도 되면 건물 골격을 올리는 단계가 끝나고 저렇게 보온·보냉을 위해 충전재를 붙이고 타일 등 외벽 마무리를 하는 수순을 밟게 됩니다.

ⓒ 프라임경제

은빛 보온재는 근래 몇 차례 화두가 된 바 있는데, 경제적인 소재라는 평가가 높습니다. 한편, 제천 화재 때에 '드라이비트'라는 단어가 회자됐었지요. 문제의 사건 당시, 드라이비트는 겉잡을 수 없이 불이 번지는 원인을 제공했다고 지목됐고 건축 문외한들도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기도 했는데요.

다만 애초 도면이나 시공 계획을 볼 수 있는 관계자가 아니라면 이미 완성이 된 건물을 중간에 한꺼풀 벗겨볼 것도 아니어서, 다른 사람들로서는 이렇게 건물의 중간 과정을 운좋게 볼 수 있지 않는 한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저 문제가 될 때에나 이런저런 소재들이 장점에도 불구하고 각각 어떤 단점이 있구나 잠시 생각하고 흘려버리기 쉽습니다.

16일 한국경제연구원이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한·미·일·영 주요 4개국의 노사관계지표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일·영 4개국 중 우리나라는 노조가입률이 가장 낮으면서 쟁의로 인한 노동손실일수는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0년 평균 임금근로자 1000명당 노동손실일수는 한국 4만2327일임에 비해, 영국 2만3360일이고 미국은 6036일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일본은 겨우 245일이라고 하네요.

지난 10년간 평균 노동조합원 수는 한국 180만여명인 것과 비교해 인구 규모가 우리 대비 상당히 큰 미국은 1492만여명이나 됐습니다. 일본 약 996만명, 영국 약 656만명으로 한국이 가장 적었다.

반면 지난 10년간 평균 쟁의발생건수는 한국 100.8건인데 다른 나라들은 극히 적었습니다. 미국 13.6건에 일본은 38.5건, 영국 120.1건이었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자료만 놓고 보면, 노조 가입은 안 하는데 결국 각종 갈등으로 손실을 입는 규모는 대단히 큰 비경제적인 노사관계라고 우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노조는 아직 조직률이 낮다는 점을 겹쳐서 해석하면, 다른 방향으로 해석을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대기업은 그래도 노조 조직도 잘 되고 또 복수노조라는 새 개념도 잘 자리잡는 추세지만, 막상 중소기업 등에서는 아직 노사관계 정립에 어려움이 많다는 게 현실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손실일수가 엄청나다는 점은 물론 그 자체만으로도 주목할 일이고 대단히 우려할 대목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놓고 노사관계 전반에 침소봉대를 한다든지 하는 일종의 시각 왜곡으로 이어지고 앞으로도 더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쪽에 덩달아 족쇄를 채우는 것은 불공평할 것입니다.

대기업 노조 속칭 귀족 노조가 받아야 할 비판이나 앞으로의 참고 방향을 노동 운동 전반에까지 강요하는 것은 경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마치, 건물의 멋진 표면만 보고 안에는 무슨 수상쩍은 보온재를 쓴 건지 걱정을 가볍게 흘려버리는 경우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모든 영역이 다 그렇지만 경제가 침체일로를 헤매는 지금, 오히려 노사관계가 서로 유리한 조사 결과나 해석 방향에 매몰되지 말고 이면을 볼 수 있는 상황, 신경림 시인의 시처럼 '껍데기는 가라'는 생각을 지행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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