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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사자성어 '공명지조'…최재목 교수 "행복중심 코스모폴리탄 지향"

2016년 파사현정 이어 중요정국서 추천 사자성어 채택…"상대존중, 토론가능사회 만들어야"

장귀용 기자 | cgy2@newsprime.co.kr | 2019.12.23 16:52:26

교수신문에서 선정한 2019년 올해의 사자성어 '공명지조'를 추천한 최재목 영남대학교 교수. 최재목 교수는 16일 본지와의 만남에서 올해 구성원 간 대립이 극심했다면서 내년에는 행복을 추구하는 세계인(코스모폴리탄)으로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 장귀용 기자



[프라임경제] 교수신문에서 매 연말에 발표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는 한 해를 돌이켜보면서 반성과 성찰을 통해 다가올 새해를 준비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19년 올해 선정된 사자성어는 '공명지조(共命之鳥)'로 머리가 두 개인 새가 다른 머리를 미워해 독든 열매를 먹어 결국 같이 죽게 됐다는 데서 비롯된 말이다. 좌우대립·세대대립·국제적대립이 첨예한 현 시국을 반영했다는 평가다. 본지에서는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추천한 최재목 영남대학교 교수를 16일 인사동 골목에서 만나 올해에 대한 반성과 다가올 미래에 대한 희망을 들어봤다.

시골학자. 최재목 영남대학교 교수가 스스로를 일컬어 소개할 때 자주 등장하는 단어다. 철학을 전공한 최 교수는 철학이라는 학문이 늘 그래왔듯 사회에 늘 관심을 가지면서도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 밖인 '시골'에 머물면서, 사회를 조망하려는 시도를 해온 대표적인 학자다.

2016년 본인이 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영남대학교에서 연간 800여명 규모의 학생이 수강하는 대형인문학 강좌를 만들면서 '학문과 학문의 결합', '좌-우의 결합'을 시도해 온 천생 학자인 최 교수는 정치적 성향이나 전공에 상관없이 우리나라 석학들을 초청해 강의를 구성하면서 다가올 시대의 '지혜'를 찾는데 진력을 다하고 있다.

그런 최재목 교수가 중요정국에서 추천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한쪽에 편향된 것이 아닌 우리네 삶 자체를 돌아보게끔 하는 '죽비소리'로 다가온다.

최재목 교수는 2017년 선정된 '파사현정(破邪顯正, 사악함을 없애고 올바름을 드러낸다)'도 추천한 적이 있는데, 이는 당시 탄핵정국 이후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민적 열망으로 떠오른 '사회정의구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번에 추천한 '공명지조'는 불교경전인 아미타경(阿彌陀經)에 등장하는 하나의 몸통에 머리가 두 개 달린 새다.

공명조는 한 개의 머리는 낮에, 나머지 한 개의 머리는 밤에 일어나는데 낮에 일어난 머리가 좋은 열매를 먼저 먹는 것을 질투한 밤에 일어난 머리가 질투를 느껴 독이든 과일을 먹고 둘 다 죽고 만다는 내용의 불교 우화다.

최재목 교수는 공명지조를 사자성어로 추천한 이유에 대해서 "우리 사회는 올 한해 좌-우로 갈리어 분열되고, 세대로 나뉘어 갈등하고, 계층끼리 서로 증오하는 등 너무 지나치게 서로를 미워하며 적대시했다"며 "정의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지만, 각자 서로의 정의만을 내세운 채 나머지 한쪽을 이기려고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세기 우리는 국가주의·민족주의 속에서 전체주의나 군국주의 같은 획일하게 살도록 강요하는 시대를 지나왔다. 이제는 그러한 틀에서 벗어나 각각 개개인의 고유성과 개성을 인정하고 타협·토론해야 할 때"라면서 "결국 우리네 삶은 서로를 인정하고 같이 더불어 살 때 비로소 행복해진다"고 조언했다.

최재목 영남대학교 교수는 우리 사회에 대해 "지나치게 '각자의 정의'에 골몰한 나머지 상대를 원수로 여기게 되었다"면서 "인간 자체로 돌아가서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만남에 함께한 이노우에 아츠시 시마네현립대학교 교수도 "각각 개개인의 편견없는 교류가 계속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장귀용 기자



최 교수는 정치와 사회 뿐 아니라 학계에 이르기까지 자유롭게 토론하는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상대방을 인정할 때 협의점이 생기고 더 나은 방향을 찾아갈 수 있는데 상대방을 '물리쳐야할 적'으로 규정하고 접근하는 태도로 일관하면 토론이 될 수 가 없다는 것.

최 교수는 "서로를 원수보듯하면서 뿌리 끝까지 쫓아 없애려 하면, 상대방에서도 '복수'를 생각하고 또 적개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건전한 토론 문화였던 조선시대 붕당정치를 병들게 했던 핵심"이라면서 "서로 못미더운 점이 있고 흠결이 있더라도 품고 각자의 '꼴'을 인정할 때 사회는 발전한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지나치게 '각자의 정의'에 골몰한 나머지 상대를 원수로 여기게 되고 이러한 가운데 '인간성'이 상실되어가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면서 "인간 자체로 돌아가서 '행복'을 추구하는 삶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인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을 지향해 나가자고 제안한 최재목 교수는 "그동안 30여년 교수생활 동안 연구년에도 방문학자로 다녀오는 등 제대로 쉬지 않았는데, 내년엔 연구년을 신청해 진정한 자유를 추구하면서 새로운 공부를 하고 싶다"면서 "내년엔 구성원 모두가 행복을 추구하는 세계인으로 살아가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대담에 함께한 일본 내 대표적인 지한파 한국학자인 이노우에 아츠시 시마네현립대학교 교수도 "1990대 초 한국에 머물면서 한국학과 한국 사람의 매력에 빠졌었다"면서 "국가 간의 문제를 포함한 공동체의 문제는 해결돼야 하지만 각각 개개인의 편견없는 교류는 끊어지지 않고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 상주에서 1961년 출생한 최재목 교수는 영남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츠쿠바대학교에서 동아시아사상사 및 양명학으로 박사를 받았고, 1991년부터 영남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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