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현대차그룹 "VR로 모든 신차 디자인·설계"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 본격 도입…VR 디자인 품평장·설계 검증시스템 구축

권예림 기자 | kyr@newsprime.co.kr | 2019.12.18 10:08:15
[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그룹은 자동차 개발 과정을 혁신할 수 있는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지난 17일부터 본격 가동한다고 18일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17일 경기도 화성시 남양기술연구소에서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 중 VR을 활용한 디자인 품평장과 설계 검증시스템을 미디어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앞서 7월 미래 모빌리티 개발에 대응하기 위해 연구개발본부 조직체계를 아키텍처 기반 시스템 조직으로 개편했으며, 그 일환으로 버추얼차량개발실을 신설하는 등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준비해왔다. 

버추얼 개발이란 디지털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상의 자동차 모델 혹은 주행환경 등을 구축해 실제 부품을 시험 조립해가며 자동차를 개발하는 과정을 상당 부분 대체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동차 디자이너가 원하는 대로 디자인을 바꿔 품평까지 진행할 수도 있고, 실물 시제작 자동차에서 검증하기 힘든 오류 등을 빠르게 확인하고 개선할 수 있다. 

17일 현대·기아차는 경기도 남양기술연구소에서 VR을 활용한 디자인 품평장과 설계 검증 시스템을 미디어에 공개했다. = 권예림 기자


구체적으로 현대·기아차는 올해 3월 15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최첨단 VR 디자인 품평장을 완공했다. 

VR 디자인 품평장은 20명이 동시에 VR을 활용해 디자인을 평가하는 것이 가능한 시설로, 실물 자동차를 보는 것과 똑같이 각도·조명에 따라 생동감 있게 외부 디자인을 감상할 수 있다. 또 자동차 안에 들어가 실내를 살펴보고 일부 기능을 작동할 수도 있다. 

VR 디자인 품평장 내에는 36개의 모션캡쳐 센서가 설치돼 있다. 이 센서는 VR 장비를 착용한 평가자의 위치와 움직임을 1㎜ 단위로 감지해, 평가자가 가상의 환경 속에서 디자인을 평가할 수 있게 한다. 디자인 평가자들은 가상의 공간에서 간단한 버튼 조작으로 차량의 부품·재질·컬러 등을 바꿔볼 수 있으며 사용성(UX)이나 시공간별 디자인 적합성을 평가한다. 

현대·기아차는 10월 공개한 수소 전용 대형트럭 콘셉트카 넵튠의 최종 디자인 평가부터 해당 VR 디자인 품평장을 시범 운용했으며, 앞으로 개발하는 모든 신차에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아울러 현대·기아차 디자인 부문은 조만간 △유럽 △미국 △중국 △인도 디자인센터 등과 협업해 전 세계의 디자이너들이 하나의 가상공간에서 차량을 디자인하고, 디자인 평가에 참여하는 원격 VR 디자인 평가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아이디어 스케치 등 초기 디자인 단계로까지 VR 기술을 확대하고, 실제 모델에 가상의 모델을 투영시켜 평가하는 AR(Augmented Reality) 기술도 도입하는 등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강화하기로 했다. 

◆모든 차량 설계 부문에 VR 품질 검증시스템 구축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6월 VR을 활용한 설계 품질 검증시스템을 구축해 그동안 시범 운영해왔다. 이 시스템은 모든 차량 설계 부문으로부터 모은 설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 자동차와 100% 일치하는 가상의 3D 디지털 차량을 만들고, 가상 환경에서 차량의 안전성·품질·조작성에 이르는 전반적인 설계 품질을 평가한다. ​

경기도 남양기술연구소에서 진행된 설계 부문 VR 체험. = 권예림 기자


기존에도 디지털 차량 평가는 일부 진행됐지만 큰 화면을 통해 2D 환경에서 주행화면을 보는 것에 불과해 실제 차량의 성능을 정밀하게 검증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신규 구축된 VR 설계 품질 검증시스템은 자동차 운행 환경까지 가상으로 구현해 부품 간의 적합성이나 △움직임 △간섭 △냉각 성능 등을 평가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VR 장비를 착용한 연구원들은 이 가상의 자동차를 직접 운행할 수 있고, 컨트롤러로 운행 중인 차량을 절개해 엔진의 움직임이나 부품의 작동 상황을 확인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가상환경 주행을 통한 안전성 △각 부품의 작동상태 △운전석의 공간감·시야 확인 △연료소비효율 향상을 위한 차량 내·외부 공력테스트 △조작 편의성 등의 가상 검증이 가능하다. 

현대·기아차는 "추후 생산·조립 라인 설계에도 VR을 도입해 조립성을 검증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조립 라인 및 작업환경을 설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품종·저비용·고효율' 차량 개발 목표 

현대·기아차는 상품기획 단계에서부터 생산까지 차량 개발 전 과정에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도입한다. 이와 동시에 자동차 품질 향상은 물론 비용 절감의 효과도 노리고 있다. 

우선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는 품질이 높은 자동차를 빠르고 낮은 비용으로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진 아키텍처 기반의 연구개발 조직과 결합된다. 

신규 개발 자동차의 콘셉트를 설정하는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부문의 데이터를 통합해 가상의 차량 모델을 구성하고, 설계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를 검증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새로운 형태의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초기 단계 가상 검증은 시행착오를 줄여 자동차 시장에 대한 대처능력을 높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원들이 VR을 활용해 가상의 공간에서 설계 품질을 검증하는 모습. ⓒ 현대자동차그룹


또 버추얼 차량 검증을 통해 실물 시험차 생산 후 집중됐던 품질 검증을 선행개발 단계부터 시작해 이후 △디자인과 설계 단계 △시작차 제작 단계 △제조·조립 단계 등 연구개발 프로세스 전 과정에 걸쳐 시행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가 연구개발 전 과정에 완전 도입될 경우 신차개발 기간은 약 20%, 개발 비용은 연간 15%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사장은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 강화는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고객의 요구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주요 전략 중 하나"라며 "이를 통해 품질과 수익성을 높여 R&D 투자를 강화하고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