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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규제 VS 완화' 갈팡질팡 금융당국…그대가 잊은 '존재의 이유'

DLF 사태 '규제 모드' 이후 다시 '완화 리턴'…정책 운영 본질 인식 필요

염재인 기자 | yji2@newsprime.co.kr | 2019.12.18 17:45:50
[프라임경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자본시장 규제 고삐를 단단히 쥐던 금융당국이 개인전문투자자 자격요건을 완화하면서 다시금 방향을 돌리는 등 정책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1일부터 개인전문투자자 자격요건 완화를 골자로 한 '개인전문투자자 요건 개편 등을 실시했다. 

개정안에서는 개인전문투자자 등록을 위해서 전 금융기관을 포함해 '계좌개설 1년 경과'와 '최근 5년 중 1년 이상 금융투자상품 월말 평균 잔고 5000만원 이상(초저위험상품 제외)'을 충족하는 것으로 진입 장벽을 낮췄다. 

기존 개인전문투자자 자격 요건은 금융투자상품 잔고가 5억원 이상이면서 금융투자계좌를 1년 이상 보유하고, 연소득 1억원 이상 또는 총자산 10억원 이상 등을 만족시켜야 했다. 

당초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 안건은 DLF 사태가 터지기 전 국무회의를 통과한 사항이었다. 해당 개정안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의 하위규정으로 세부 규정을 정비한 이후 지난달 21일 시행한다는 단서조항이 있었다. 

즉 금융당국이 DLF 사태 이전 자본시장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을 때 가닥을 잡은 사안이라는 의미다. 

실제 지난달 7일 '금융정보보호 컨퍼런스(FISCON) 2019'에 참석한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행령 개정사항을 되돌릴 수는 없고, (투자자들이) 느끼기에 불안하지 않도록 손을 보려고 한다"며 "감독 규정상 정해야 할 것이 많으며, 시행 이전에 금융위에서 재논의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손 부위원장이 밝힌 입장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현재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활성화보다는 DLF 사태 등으로 인해 불거진 자본시장 문제를 차단할 수 있는 규제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지난 5일 금융투자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단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역시 마찬가지다. 윤 금감원장은 간담회 내내 금투업계에 투자자 보호와 리스크 관리 강화를 요청했다. 

윤 원장은 "그동안 금감원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여러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이번 DLF 사태는 어렵게 쌓은 투자자 신뢰가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고 우려했다. 

이어 "금감원은 투자자 보호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투자상품 전 단계에 걸친 영업행위 감독을 추진하고 있지만, 금융당국 노력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근시안적 영업 관행은 결국 투자자 신뢰 상실로 이어져 금융투자산업 스스로 시장을 갉아먹게 될 지 모른다"며 사태 발생에 대한 화살을 판매 주체인 금투업계에 돌렸다. 

물론 자본시장 특성상 투자자 보호와 리스크 관리도 금융당국이 해야 할 일은 맞다. 하지만 DLF 사태 이후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존재의 이유를 잊은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것 또한 사실이다. 

금융시장에서 자본시장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결국 부르짖는 것은 자본시장 활성화가 아닌, 위험성 봉쇄라는 점이 그 방증이다. 

이에 대해 최현만 금융투자협회장 직무대행은 "자본시장은 은행과는 달리 어느 정도 리스크를 기반으로 투자가 이뤄지는 메커니즘으로 시장의 한 고리만 규제로 끊어져도 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이번 DLF 투자 손실 및 사모펀드 환매 지연, 부동산 쏠림 등 우려가 크지만 과도한 규제가 도입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크다는 게 업계 공통 의견"이라며 "직접적 규제보다는 각 사의 자율적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을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금융당국은 투자자들의 투자 손실 등 각종 리스크 관리 감독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하지만,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도 힘을 보태야 한다. 리스크 관리와 자본시장 활성화 둘 중 어느 한 쪽에 치우치는 정책으로 일관한다면 절름발이 정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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