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오늘] 선거철에만 숙이는 정가(政家), 퇴계 수신십훈 새겨야

2019-12-24 08:57:22

- "몸 물리고 은거" 퇴계 뜻 받든 종가후손, 새 시대 '선비정신' 필요

▲퇴계종택 뒷편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내부에 있는 목각판의 모습. '도덕으로 나라를 세운다'는 '도덕입국(道德立國)'과 퇴계선생이 강조한 '경(敬)' 그리고 남이 '열을 노력하면 나는 천을 노력한다'는 '인십기천(人十己千)'이 생전 퇴계선생의 글을 나무에 새겨 놓았다. = 장귀용 기자


[프라임경제] 요즘 정가는 내년 4월로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 분주히 공천을 받기 위한 움직임을 펼치며 연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들뜬 일반의 모습과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빳빳하던 고개도 선거철만 되면 깁스가 풀리고 연신 고개를 숙이기 바쁜데요.

국민과 지역을 위해 일하겠다는 정치인들은 선거만 끝나면 이내 정쟁을 일삼고 민생법안은 뒤로한 채 길에 드러눕고 광장으로 나가겠다는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저들만의 세상'에 노닐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10년 전 오늘이 전대 퇴계종손인 이동은 옹이 타계한 날이라는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101세를 일기로 유명을 달리한 이동은 옹은 생전에 퇴계 이황선생이 남긴 가훈인 '수신십훈(修身十訓)'을 다시 써서 차기종손인 이근필 옹(87세)에게 물려줬다 합니다.

이동은 옹이 작고하고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점에 지도교수님과 함께 퇴계종택을 방문한 일이 있었는데, 이근필 종손은 이 수신십훈을 인쇄한 족자를 주면서 동시에 자신이 쓴 '예인조복(譽人造福, 남을 칭찬하면 복을 짓는다)' 글귀를 써주었습니다.

양 귀가 들리지 않아 칠판에 글을 써서 필담을 나눠야 하는 이근필 종손은 당시에도, 지금도 손님이 오면 두루마기를 갖춰 입고 나이와 신분에 상관없이 무릎을 꿇고 맞이하는 모습으로 스스로를 낮추고 있습니다.

자신을 높이기 바쁘고 정쟁에서 상대방을 깎아 내리는데 혈안이 돼 있는 정치인들의 현주소와 비교가 되는 모습입니다.

여기에 퇴계종가는 퇴계선생이 임종 때 "내가 죽게 되면 국가에서 내리는 예장(오늘날 국장)을 사양하라"며 "비석도 세우지 말고 작은 돌의 옆면에 도산으로 물러난 만년의 은거선비 이공의 묘(退陶晩隱眞城李公之墓)만 새겨라"는 유지를 받들어, 2016년 경북도와 안동시가 제안한 퇴계선생 묘소정비 예산 지원도 거절했습니다.

필요성 여부와 상관없이 지역예산을 따내기 위해 예산심사 때 쪽지를 집어넣는 '쪽지예산'이나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인사들이 자신의 조상을 지나치게 미화하는 일을 보면, 자기 스스로를 높이지 않아야 한다며 퇴계선생 이야기를 쉬이 꺼내지 않는 퇴계종손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최근 스스로 경계해 몸을 바르게 하고, 나아가 정치를 펼친다는 선비정신은 왜곡돼 형식에만 치우치고 있고, 인간본질은 잃어버린 채 무분별하게 외래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자기편의주의에만 매몰되는 현실 속에서 정치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인가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진실로 옳은 정치를 펼치기 위해서는 선거철에만 고개를 숙이고 정쟁에 매몰돼 자기들만의 투쟁 속에서 산속에 들어갔다가 길에 누웠다하는 것이 아닌 실질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해야 합니다.

최근 방송에서 활동하는 한 요식업자가 오히려 우리 농가를 걱정하고, 골목상권을 살려보자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며, 대중들은 이 요식업자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시켜야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적인 반농담을 주고 받고 있습니다.

정치인은 그저 남들만큼만 해서는 안 되고 스스로를 낮추고 노력하기를 남보다 몇 배를 해야 그 자격에 정당함이 부여되는 자리입니다.

퇴계선생이 가장 좋아했다는 사서중용의 구절 "남이 열 번 노력해 일을 한다면, 나는 천 번의 노력으로 그 일을 하라(人十能之, 己千之)"에서 비롯된 '인십기천(人十己千)'의 정신을 총선을 앞둔 정치인들은 새겨야 할 것입니다.

◆아래는 퇴계가 후손들에게 남긴 수신십훈(修身十訓)

1. 뜻을 세움에는 마땅히 성현을 목표로 하고, 털끝만큼이라도 못났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立志當以聖賢自期不可存毫髮退託之念).

2. 몸가짐을 경건히 함에는 마땅히 아홉 가지 바른 모습(九容)을 지키고, 잠깐 동안이라도 방종한  모습을 가져서는 안 된다(敬身堂以九容自持不可有斯須放倒之容).

3. 마음을 다스림에는 마땅히 청명하고 고요함에 힘쓰고, 정신이 흐려져 어지러운 지경에 빠져서는 안 된다(治心當務淸明和靜不可墜昏沈散亂之境).

4. 글을 읽음에는 마땅히 그 옮음과 이치를 밝히는데 힘을 쓰고, 말과 자구에 메인 공부를 해서는 안 된다(讀書當務硏窮義理不可爲言語文字之學).

5. 말을 할 때는 반드시 자세하면서도 핵심으로 간결하게 하되, 이치에 맞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發言必祥審精簡當理而有益於人).

6. 행동을 자제함에는 반드시 바르고 정직하게 하고, 도리를 지켜서 세속에 물듦이 없어야 한다(制行必方嚴正直守道而無汚於俗).

7. 나가지 않았을 때는 효도와 우애를 극진히 하고 윤리를 바르게 하면서 은혜와 사랑을 두텁게 해야 한다(居家克孝克悌正倫理而篤恩愛).

8. 사람을 대할 때에는 충실과 신의를 다하고 모든 사람을 사랑으로 대하되 어진 이를 가까이 해야 한다(接人克忠克信乏愛衆而親賢事).

9.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는 옳고 그름을 철저히 밝혀서 분별하고 분노를 억누르고 욕심을 줄여야 한다(處事深明義理之辨懲忿窒慾).

10. 관직에 나아가서는 그 득실에 따르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편안함에 처하면서 천명을 기다려야 한다(應擧勿牽得失之念居易俟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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