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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아시아나 주인 바꾼 박삼구의 꼼수

정도경영 포기,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가장 빠른 선택…반면교사 돼야

강경식 기자 | kks@newsprime.co.kr | 2020.01.04 22:05:04
[프라임경제] 지난해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020560)을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에 매각했습니다. 사실상 금호타이어와 함께 그룹을 지탱하던 기둥 두 개를 내어 준 셈이죠. 

재계 서열 8위에서 중견그룹으로 내려온 금호그룹의 실패 이면엔 10년 전 오늘 시행됐던 보여주기 수준의 구조조정이 있었습니다. 보여주기 구조조정의 배경엔 산업은행과의 '뒷거래'가 있었지요. 또한 오너일가의 비현실적인 욕심을 견제하지 못한 경영진의 무능함도 한몫했다고 봐야 합니다.

그렇게도 지키고 싶어 했던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한 박삼구 전 회장. 박 전 회장이 사익추구로 경영의 방향을 틀었던 21세기 이후 금호그룹은 단 한 번도 정상경영 궤도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도리어 갑질과 무능한 경영으로 금호그룹의 급격한 하락세를 시작하게 되죠. 재벌이 어떻게 망할 수 있는지를 반면교사로 남겨놓은 박 전 회장에게 10년간 어떤 패착들이 있었는지 되짚어 봅니다.

19.03.28 박삼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의 조기 경영정상화를 위해 그룹 회장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 연합뉴스


◆워크아웃? 직원부터 짜르고 꼼수 부리면 돼

10년 전 오늘(2010년 1월6일)은 금호그룹이 유동성 확보를 목적으로 핵심 계열사 두 곳에 대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하고 임원 수 20% 감소와 전 임원의 임금 20% 삭감을 천명하는 구조조정 방안의 시행을 밝힌 날입니다. 

당시 워크아웃에 앞서 회장직에 복귀한 박삼구 전 회장은 복귀 직전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앞장서 뛸 것"이라며 "여러분과 함께 기필코 다시 일어서겠다"라고 강한 복귀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는데요.

근래에 금호타이어와 아시아나항공을 연달아 매각한 박삼구 전 회장에게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이 있다면, 10년 전 오늘로 돌아가 현실을 직면하고 보다 강력한 구조조정과 자산매각, 사재 출연 등을 실행했을 것 같습니다. 또 산업은행과의 수상한 거래도 실행하지 않았겠지요.

우선 금호그룹의 워크아웃부터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2010년 초,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과 금호는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을 개시했습니다. 그룹 지주회사격인 금호석화와 핵심 계열사 아시아나항공은 자율협의를 통해 정상화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자율협의는 채권단과 기업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 방안을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자율협의, 즉 자구책의 선택권을 금호에게 주는 방식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으로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채권단은 침묵을 지켰고 고작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임원의 임금 20% 삭감으로 정상화 과정에 돌입합니다. 이때 비용 절감 효과는 감사보고서 기준 각각 25억원과 32억원의 고정비용 축소에 그치고 맙니다.

그룹의 금융권 총 부채만 18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위기를 넘기겠다며 워크아웃을 신청한 경영진이 내놓은 방안으로는 보잘 것 없는 수준에 불과했죠. 

대신 400여명의 금호산업·금호타이어 직원들은 희망퇴직 등으로 회사를 떠나야 했습니다. 오너와 경영진은 현실적인 책임을 피했고 애꿎은 직원들의 일자리만 사라진 셈입니다. 

당시 일간지 사설 등에서도 금호그룹이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선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반복돼서 나왔습니다. 특히 박 전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 일가의 사재 출연이 필요하고 잘못된 경영판단에 대해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지요. 

후일담이지만 이때 견디다 못해 내놓은 박 전 회장의 사재 출연이 사실상 우선매수청구권을 담보로 한 거래로 밝혀지며, 산업은행과 박 전 회장 일가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게 됩니다. 

더구나 회사가 흔들리는 상황에도 박 전 회장과 동생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의 반목은 국민적인 비난을 이끌어 냈습니다. 박 전 회장은 박찬구 회장의 의견에 합의점을 찾아 회사와 직원들을 보호하기 보다는 경영권에 대한 욕심과 집착을 이어갔기 때문이죠.

◆설계는 친구끼리 도와야 제 맛

워크아웃을 거치며 2010년 8월 대주주 지위를 상실한 박 전 회장은 3개월 만인 11월 금호 명예회장으로 슬그머니 경영 복귀를 알립니다. 2012년 5월에는 금호문화재단과 함께 금호타이어 지분 10%를 확보했고, 6월7일에는 금호산업 증자에 아들(박세창 당시 금호타이어 영업총괄 부사장, 금호아시아나IDT 사장)과 함께 참여해 14.52%의 지분을 획득하는 등 대주주 자격을 상실한 지 2년여 만에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의 2대 주주, 1대 주주 지위를 회복합니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의 최대주주 자리에 박 전 회장이 이름을 올리며 파장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경영부실의 책임을 져야 하는 박 전 회장이 도리어 특혜를 받고 아시아나항공의 지배까지 가능한 자리로 올라가게 된 배경에 '산업은행과 박 회장이 비밀리에 이면합의서를 작성했다'라는 추측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2012년 더스쿠프의 보도에 따르면 금호 지배주주(박삼구-박세창)와 계열주채권은행 겸 채권은행협의회 대표 산업은행은 A4 용지 6장 분량의 합의서를 작성했습니다. 여기에는 "채권단은 박 전 회장과 박세창 부사장이 금호타이어의 경영권을 3년 동안 행사할 수 있도록 협조한다.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의 경영정상화 계획이 성공적으로 달성되면, 박 회장과 박세창 사장은 금호타이어·금호산업 주식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갖는다"라는 내용이 보도됐습니다. 

즉 2012년 박 전 회장이 인수한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 지분 매입이 사실상 우선매수권의 시행이었다는 주장입니다. 또 더스쿠프는 2010년 2월 작성한 '추가합의서'를 확보해 "채권단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주식을 매각하고자 할 경우에는 매각주식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박 회장과 박세창 부사장에게 부여하도록 협조한다"라는 내용도 공개했습니다.

이제와서 되돌아보니 워크아웃은 박 전 회장의 재산을 최대한 보존하고, 국가의 돈으로 회생과정을 마친 뒤 경영권을 원활하게 인수할 수 있도록 설계된 쇼였다고도 보입니다.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은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와 함께 금호그룹 소유의 중국 웨이하이포인트 골프장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지요. 

물론 이후에 산업은행이 2010년 금호타이어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도 일찌감치 박 전 회장에게 부여했다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민 회장이 제공한 사실상 특혜로 금호산업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이 박 전 회장에게 경영권과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놓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맞섰지만 결국 경영정상화 계획에 이런 내용이 포함되고 말았습니다.

◆2018, 예고되 비극의 서막 

이처럼 든든한 산업은행의 지원 아래 워크아웃을 졸업시키고 경영권마저 쥔 박 전 회장은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군림했습니다. 박 전 회장의 안하무인 태도와 하청업체 및 직원들에 대한 갑질이 도드라진 시점은 2018년입니다. 우선 그 해 미투(MeToo. 나도 당했다)운동이 확산하면서 박 전 회장의 아시아나 승무원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폭로가 잇달아 터졌습니다. 

당시 '블라인드'에 작성된 내용은 주로 박 전 회장이 여성 승무원을 대상으로 벌인 강제추행 의혹이었습니다. 

박 전 회장이 매달 한 번씩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당일 비행을 앞둔 승무원을 격려하고 있는데, 이 방문 행사가 '강제적'인 데다 '성희롱적인 요소'가 있다는 주장이 주를 이뤘고,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여성 승무원들을 대상으로도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는 등 불필요한 행동이 있었다는 폭로가 뒤따라 터져 나왔지요.

잠시 곁길로 빠져서, 박 전 회장과 산업은행과의 관계는 이미 틀어져 있었습니다. 서로에게 좋은 파트너였던 산업은행은 2017년 금호그룹의 금호타이어 인수 선언을 두고 갈라서기 시작했습니다. 임기를 다한 민 전 행장이 산업은행의 수장에서 내려온 것도 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업계는 바라봤습니다.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을 졸업하자 산업은행은 중국 국영 타이어 기업인 더블스타를 금호타이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하고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박 전 회장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금호타이어 인수에 뛰어들자 산업은행도 적잖이 당황했을 것으로 해석됩니다.

또다시 무리한 욕심을 보였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우선매수권을 다시 사용하려 했던 박 전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가 여의치 않자 2017년 말 금호홀딩스와 금호고속 합병을 강행했고, 이때부터 산업은행은 박 전 회장과 금호그룹의 경영 문제를 수면 위로 꺼내 올리며 강한 반발로 맞서기도 했습니다.

다시 2018년으로 돌아와 '박 전 회장의 대국민 사과'를 이끌어 냈던 이른바 '아시아나 항공 기내식 파동'을 조명해 보겠습니다. 공정위에 고발된 기록을 바탕으로 돌아보면, 아시아나항공은 2003년부터 기내식을 맡아왔던 'LSG스카이셰프코리아(LSG Sky Chefs Korea)'에게 금호홀딩스가 발행한 20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 인수를 요구했습니다.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는 박 전 회장의 욕심은 이토록 엉뚱한 곳에서 비용을 마련하려는 방안을 찾을 정도로 컸나 봅니다. LSG는 "비정상적이다"라며 이를 거부했지요. 문제는 금호홀딩스가 중국 하이난 항공으로부터 1500억원의 자본을 유치했고, 아시아나는 LSG의 경쟁사인 게이트 고메와 합작회사 '게이트 고메 코리아(Gate Gourmet Korea, GGK)'를 아시아나 40%, 게이트 고메 60% 지분으로 설립하고 30년 공급 계약을 맺었다는 발표를 합니다.

기존 파트너였지만, 투자 요구를 거절한 LSG의 자리에 LSG의 경쟁사와 새로운 회사를 만들어 넣는 방식이 됐죠. 그러나 LSG와 아시아나는 2021년을 만기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이미 갖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LSG는 박 전 회장과 아시아나항공을 공정위에 고발했습니다. 공정위는 이를 부당한 내부거래로 보고 박 전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관련해 박 전 회장은 "(보유하고 있는 LSG) 지분이 적어 경영 참여에 제한이 있었고 원가를 공개해 달라고 했는데 LSG가 이를 거부하면서 의견 차이가 있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LSG와 계약을 파기한 아시아나항공에 새로 기내식을 공급하기로 한 GGK는 영종도에 공장을 건립하고 있었습니다. 이때만 하더라도 박 전 회장은 하청업체에게 혼쭐을 내주기도 하고, 새로운 업체에게 투자도 받는 등 또다시 무소불위의 권력이 통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금호산업이 공사를 맡은 영종도 GGK 공장에 화재가 발생하기 이전까지는 그랬을 것 같습니다. 

GGK의 화재로 상당 기간 기내식 공급에 차질이 불가피하자 아시아나항공은 LSG를 찾았습니다. 추후 보도에 따르면 당시만 하더라도 아시아나항공이 아직 갑이었기 때문인지 "게이트 고메 코리아의 하청업체 자격으로 계약하라"는 주문을 넣었고, 이 조건이 문제가 돼 LSG는 계약을 거절합니다. 대신 아시아나는 할랄푸드를 전문적으로 제조하던 '샤프 도 앤 코 코리아(Sharp Do & Co Korea)'와 직접 계약을 맺어야 했습니다.

정리를 해보자면, 기존에 신뢰를 제공해온 거래처에 일방적인 요구가 거절됐을 뿐인데도 등을 돌린 건 박 전 회장이 이끌던 아시아나항공이었습니다. 자사 계열사의 문제로 기내식 공급에 차질을 빚자 이전의 거래처에 조건을 내건 요구를 통해 상하관계를 만들려 했다가 실패한 곳도 박 전 회장의 아시아나항공이었습니다. 그리고 결국은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않는 소규모 업체에게 자존심을 내려놓고 수평적 관계의 계약을 맺고 만 곳도 박 전 회장의 아시아나항공이었네요. 

갑자기 GGK가 맡아야 할 물량을 채우려다 보니 '샤프 도 앤 코 코리아(Sharp Do & Co Korea)'의 하청업체에는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었고, 한 하청업체의 대표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상황까지 이어집니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는 "아시아나와 샤프도 앤 코는 국제선에서 기내식 공급이 15분이 지연되면 취급 수수료의 100%를 샤프도 앤 코에게 지급하지 않고 30분 이상 늦어지면 전체 음식값의 50%가 삭감되는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다시 갑질의 흔적이 드러난 상황. 기존 생산 능력은 1일 3000식에 불과한 업체에게 1일 3만식을 요구해 온 결정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는 명백해 보입니다. 다만 박 전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이 해당 협력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은 것은 아니다"라며 "샤프도앤코코리아와 계약한 업체지만 계약 여부를 떠나 아시아나항공이 도의적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유족께 사과드리고 어떠한 방법으로든 책임을 지겠다"라고 해명했습니다.

결국 2018년 7월4일 박 전 회장은 "기내식 사태로 인해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면서 "저희 협력회사 대표가 불행한 일을 당하신 데 대해 무척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아시아나항공이 도의적인 책임을 질 것"이라며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나'

전쟁 같은 2018년을 넘긴 지난해 3월 아시아나항공은 후폭풍을 맞기 시작했습니다. 전쟁을 참고 버텼지만 속은 썩을 대로 썩어버렸다는 사실이 드러난 상황이죠. 외부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이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제표 자료가 불충분하다며 감사 범위 '한정' 의견을 내면서 사태는 일파만파로 확장됐습니다.

하루 늦게 제출한 자료가 문제 있자 다시 만들어서 제출한 감사보고서에서, 의견은 '적정'으로 변경됐지만, 새로운 재무제표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실한 재무건전성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말았습니다. 이전에 제출했던 감사보고서가 분식한 것인지에 대한 의혹도 아직 남아있는 상태고요.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부채 7조979억원, 부채비율은 649%에 달하며 28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당기순손실은 1959억원까지 치솟는 등 비정상 경영의 결말을 현실로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마침 보다 앞선 2018년 12월 박 전 회장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보유 주식 전부를 담보로 제공하면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도움을 받기도 했었는데요. 감사보고서 분식 의혹과, 2018년도 부실경영의 책임 추궁에도 박 전 회장은 추가 사재 출연에 대해 함구하고 말았습니다. 

후폭풍은 더욱 거세게 휘몰아쳤습니다. 지난해 4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제시한 아시아나항공 자구계획안에도 박 전 회장의 사재 출연은 누락됐습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당시 "금호 측은 채권단에서 거액을 지원받고 3년 동안 하고 싶은 대로 하다가 망하면 (그제야) 회사를 내놓겠다는 거냐"면서 못마땅해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마지막 남은 카드는 제3자 배정을 통한 유상증자였다"라고 합니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이 대규모 증자에 참여할 여력이 없고, 외부 주주가 아시아나항공에 지분을 제공할 이유도 불충분하기 때문에 박 전 회장 일가의 그룹 지배력 약화는 불을 보듯 뻔하지만, 기업의 규모를 유지한 채 회생을 노려볼 유일한 방법이었다는 말이죠.

그러나 이마저도 박 전 회장은 용인하지 않았습니다. 회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내놓고 책임질 용기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금호산업은 7월25일 아시아나항공 매각 공고를 내고, 지난해 11월12일 매입가로 2조5000억원을 적어낸 현산 컨소시엄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습니다.

곧이어 12월27일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현산 컨소시엄)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 6868만8063주(지분율 30.77%)를 3228억원(주당 4700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습니다. 이들은 2조177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하기로 해, 사실상 박 전 회장을 비롯한 금호그룹과의 관련성을 대부분 지우게 될 전망입니다.

박 전 회장의 실패를 대하는 다수의 태도는,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의 무리한 인수를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결론적으론 맞는 말이지만, 독단적인 결정과 내다볼 수 없는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 그리고 파트너에 대한 신뢰를 가볍게 여기는 선택이 고루 만든 효과라고 판단됩니다. 

이 실패가 그나마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남아있는 다른 재벌들에게 반면교사가 돼야 합니다. 마침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HDC현대산업개발은 범 현대가로 불리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부분은 권순호 HDC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가 2일 발표한 2020년 신년사에서 '최근 인수한 아시아나항공과의 안정적 통합'을 올해 핵심과제의 하나로 삼은 것이지요.

특히 권 대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HDC그룹에 있어서 다시 오지 않을 터닝 포인트"라며 "그룹 외연 확장에 따라 항공·교통·물류 인프라, 호텔·리조트, 발전·에너지 등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에 주력하며 우리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포인트를 주도적으로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도 신년사를 통해 HDC와의 시너지를 기대했습니다.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2019년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일이 한꺼번에 일어나 힘들고 어려웠던 한 해"라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임직원 여러분들의 노력과 회사의 신속한 조치가 의미를 더한 해이기도 하다"고 회상했습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이 새로운 시작을 도모할 소중한 기회가 주어졌다"며 "2020년은 새로운 인수사와 아시아나항공이 대전환점의 첫걸음을 떼는 의미 있는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경영방침은 '새로운 시작(Rebuilding) 2020'입니다. 32년간 아시아나항공이 쌓아온 역사보다 지금의 시작이 더 의미 있다는 말이겠지요. 개인적으론 정도경영을 추구하길 당부드립니다. 박 전 회장의 잔재를 지우고 모든 면에서 새로워진 아시아나항공의 재도약을 응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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