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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미이행' 신동빈 회장과 롯데미소금융재단

좋은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방법 강구보다 약속 이행이 우선

오유진 기자 | ouj@newsprime.co.kr | 2020.01.06 14:11:10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롯데 임직원들이 롯데미소금융재단 본점 개소식에 참석한 모습.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우리 사회와 공생(共生)을 추구하는 '좋은 기업'이 되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2일 2020년 신년사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이 같이 주문했다.

신 회장은 이날 "고객과 임직원, 파트너사,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 및 사회 공동체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사회 기여 방법을 찾아달라"며 "롯데가 하는 일들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믿음이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러분과 함께라면 롯데는 다가오는 미래에도 지속 성장해 신뢰받는 기업, 좋은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열정적인 롯데인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신동빈 회장의 이번 신년사의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기존 약속했던 일부터 이행한 뒤 임직원들에게 좋은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방법 강구를 주문해야 한다는 지적.

지금으로부터 약 10여년 전인 지난 2009년 12월30일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롯데그룹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롯데미소금융재단 본점 개소식이 열렸다.

롯데미소금융재단은 공익재단으로서, 저신용층과 저소득층의 경제적 자립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곳이다.

미소금융재단은 이명박 정부 시절 각종 국정과제 실행을 위한 재원 마련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대기업의 릴레이 모금 방식이 아닌 기업들 각자가 재단을 운영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중 한 곳인 롯데는 계열사인 △롯데제과(004990) △롯데칠성음료(005300) △롯데쇼핑(023530)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011170) △롯데미도파 등 5개사로부터 각각 10억원씩 총 50억원을 출연 받아, 10년간 매해 50억원씩 총 500억원의 출연금을 재원으로 저소득층 대출 및 경제적 자활지원 사업 추진을 계획했다.

이에 롯데그룹은 롯데미소금융재단 설립 후 2010년 150억원을 출연, 2011년도와 2012년도에 각각 이월했다. 이어 △2013년 50억원 △2014년 50억원을 약속대로 출연해 누적 출연액은 총 250억원.

문제는 2015년 10억원을 시작으로 △2016년 10억원 △2017년 0원 △2018년 0원으로 출연액이 큰 폭 감소하는 등 다소 소홀한 모습으로 이어졌다는데 있다.

2009년부터 시작해 2018년까지 롯데그룹이 롯데미소금융재단에 출연한 총액은 270억원으로, 신동빈 회장이 약속했던 500억원의 54% 밖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롯데금융재단 2018년도 재정보고서. ⓒ 롯데금융재단 홈페이지 화면캡처

이 같이 출연금이 급감한 까닭은 서민금융진흥원이 지난 2015년 미소금융재단을 설립한 6개 기업과 출연금 감액을 골자로 한 재협정을 맺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비공개지만 △기존 약정 출연금 5년간 분배 출연 △2020년 기존 출연금 유지 혹은 감액 유지 재협정 체결 등이다.

이 협정대로라면 롯데그룹이 롯데미소금융재단에 2017년과 2018년, 2019년에 10억원을 출연해야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는 롯데의 재원 출연 약속 미이행에 대해 이전 정권(이명박 정부 시절)의 색이 짙은 재단 운영 행태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존 정부가 주도한 사업이었던 만큼 시행 초기보다 정부 관심도가 자연스럽게 줄어들어, 기업들의 재원 마련 의지가 감소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정권이 주도하고 기업들이 재원을 내는 기금의 경우 정부가 가진 권력에 눈치 보기와 보여주기 식의 일환이기에 지속성을 가지는데 무리가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다만, 롯데가 롯데금융재단 운영 초기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선 것과는 다르게 제대로 된 홍보를 하지 않은 채 재단을 방치하고 있다는 점 등에 대한 비난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 "2015년 서민금융진흥원과 재협정을 맺었다"며 "기존 재단에 남아있는 출연금으로 재단 운영에 어려움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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