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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국권침탈 110년 되는 해, 한발짝 나아가지 못한 한일관계

10년 전 국권침탈 100년, 관계 도약시도와 좌절…지소미아와 무역 갈등 '닮은 꼴'

장귀용 기자 | cgy2@newsprime.co.kr | 2020.01.10 08:39:38

국권침탈 100주년을 10여년 앞둔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당시 일본 총리는 오부치 총리의 사죄발언과 함께 한일 동반자 선언까지 나아가면서 한일관계를 크게 개선시켰다. 한일은 그 이후 더 많은 부분에서 협력을 계속해나가며 밀접한 관계를 만들어갔다. 하지만 최근 강제징용배상판결에 대해 일본이 무역제재를 가하면서 촉발된 한일의 해묵은 감정은 관계를 다시 악화시키며 110년전의 원한을 되살리고 있다. 이러한 시국에서 어떠한 결단과 의지가 필요할지에 대한 지혜가 필요하다. 위쪽 사진은 김대중 대통령(오른쪽)과 오부치 당시 일본총리가 정상회담 후 손을 맞잡은 모습. 아래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일본 총리가 행사장에서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다. = 장귀용 기자



[프라임경제] 올해 8월29일은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국권을 침탈당한지 11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1909년 12월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 통감을 하얼빈에서 저격한 후 5월 데라우치가 부임한 이후 빠르게 진행된 한국의 식민지화 정책이 그 송곳니를 드러내기 시작한 시점이 100년 전 오늘인 셈입니다.

10년 전인 2010년 1월 초, 일본 언론발로 제기된 '안전보장공동선언 추진검토'는 당시 전국을 뒤흔들며 격론을 벌어지게 만들었습니다.

대체로 "국권침탈 100주년이 되는 해에 무슨 안전보장공동선언"이냐는 의견 속에서 우리 정부는 이를 부인하며 진화에 나섰었습니다.

이보다 10년 더 앞선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당시 일본 총리는 한국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김대중-오부치 한일 동반자 공동선언'을 발표하며 한일 관계를 발전적으로 이끌어갈 토대를 다졌습니다.

당시 오부치 총리는 "통절한 반성과 마음에서의 사죄를 드린다(痛節な反省と心からの謝り)"라며 한국에 대한 직접적 사과를 전해 앞서 한국에 대해 직접적인 사과는 아니었다고 평가되는 고노담화와 무라야마 담화보다 한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한일 정치인들의 노력과 민간차원에서의 지속적인 교류 속에서 10년 전 오늘 안전보장공동선언 검토라는 이야기를 꺼낼 수 있을 정도로 한일 관계가 나아갔던 것입니다.

물론 안전보장공동선언은 강한 반발 속에서 무마됐지만, 이러한 관계개선 노력은 중국의 부상과 북한과의 대치 상황 속에서 2016년 11월23일 '지소미아'로 불리는 '군사정보보호협정(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 체결로까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다시 일본과 경색국면 속에서 민간 차원의 불매운동과 자발적 여행기피까지 벌이며 대치기로에 섰습니다.

징용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하라는 우리나라 대법원의 판결에 반발한 일본의 무역제재와 이에 대응한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 선언과 민간차원의 대응이 이뤄진 것입니다. 지소미아 종료는 우리 정부가 일시중지를 결정하면서 유보됐지만, 다시 불타오른 한일 양국의 국민 간 갈등은 불씨를 키워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정한론을 주장했던 요시다 쇼인을 모신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면서 제국주의 시절 재현을 꿈꾸는 일본에게 1차적인 원인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국가주의, 민족주의라는 돛이 이끌어가던 20세기는 이제 21세기로 넘어와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이제는 탈국가주의 속에서 코스모폴리탄을 지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세계 지성사에서 힘을 얻고 있습니다.

역사에서 국가 간 대치를 넘어서 평화로 나아간 것은 정부의 결정보다도 한명 한명의 굳은 의지를 가진 시민들의 발자국에서 시작됐습니다.

이를 가는 원수지간인 한일관계도 우리 시민들이 내딛는 발자국과 결심이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되새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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