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10년 전 오늘] 쩌는 SPAC, 이렇게 잘 나갈 줄이야

도입 직후 18개사 시작 '총 174개사 상장'…중소형 우량기업 발굴 기회 제공 '안착 비결 '

염재인 기자 | yji2@newsprime.co.kr | 2020.01.12 09:37:25
[프라임경제] 어디든 스팩 쩌는 친구들이 있죠. 학력이면 학력, 성적이면 성적... 어느 것 하나 완벽하지 않은 게 없는 그런 외계 생명체 같은 존재.

가까이 하기엔 너무 낯선 그들도 자세히 바라보면 때가 되면 배고프고, 졸리면 눈 감기는 사람들이란 것을 알게 되는데요. 모두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어느 한 분야에서 큰 성과를 이뤄낸 사람들의 공통점은 꾸준함인 것 같습니다. 그 간발의 차이가 성공 비결인 셈이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비상장 우량기업의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위해 태어난 스팩. 현재 10살이 된 스팩은 다양한 장점을 바탕으로 중·소형 기업들이 상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습니다. ⓒ 한국거래소



이름부터 스팩인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 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팩 상장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러 부침을 겪으며 지속적으로 노력한 끝에 서서히 열매를 맺고 있죠.

스팩은 다른 회사와 합병하는 것을 유일한 사업 목적으로 하는 서류상 회사(페이퍼 컴퍼니)로 '기업인수목적회사'라고도 부르는데요. 스팩 공모(IPO)를 통해 자금을 모아 거래소에 상장한 후 3년 내 비상장 우량 기업을 합병해야 합니다. 우회상장과 비슷하지만, 스팩은 실제 사업이 없고, 상장 만을 위해 존재하는 점이 다릅니다. 

스팩이 처음부터 잘 나갔던 것은 아니었는데요. 원래 스팩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 침체기 속에서 우량 중소기업의 신속한 자금 조달 등을 위해 탄생한 제도입니다. 큰 뜻을 품고 출발한 스팩은 제도 도입 직후 2년간 19개사의 스팩이 신규 상장해 시장 관심을 모았지만, 2012년에는 신규 상장이 한 건도 없는 등 제도 도입 초기에는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후 2013년 말 선데이토즈의 스팩 합병 성공으로 스팩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됩니다. 당시 선데이토즈는 2013년 11월 하나그린스팩과 합병을 통해 최대 5배 이상 주가가 급등했다고 하네요.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9년 12월 국내 주식시장에 처음 도입된 스팩은 이듬해인 2010년 18개사를 시작으로 2019년 말 기준 총 174개사가 상장됐다고 합니다. 매년 20개사 이상의 스팩이 꾸준히 신규 상장하는 등 스팩 제도는 안정적으로 정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2010년부터 상장한 스팩 총 174개사 중 합병에 성공한 스팩은 2019년 기준으로 총 79개사인데요. 그중 기술특례기업은 5개사, 코넥스 이전 기업은 18개사로 다양한 기업이 스팩을 통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했습니다. 

또 10년부터 2016년까지 상장한 스팩 104개사 중 합병에 성공한 기업은 70개사로 성공률은 약 67.3%인데요. 이는 글로벌 스팩 강자인 미국의 합병 성공률 69.3%와 유사한 수준입니다. 참고로 2017년부터 상장한 스팩은 아직 존립 기간 3년이 남아 있어 합병 성공률 대상에는 넣지 않았습니다. 

꾸준히 스팩이 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주가 상승률 덕분입니다. 스팩 주가는 합병 심사를 청구하기 전까지 대부분 공모가 2000원 부근에서 소폭 변동하며, 보통 심사 승인 이후 합병 대상 기업 가치를 반영해 상승합니다. 

스팩 공모가 2000원 대비 합병 상장 이후 3개월간 평균 주가 상승률은 약 39.10%를 나타냈다고 하는데요. 2019년 10월1일까지 합병 상장한 74개사 중 주가가 상승한 기업은 56개사로 하락 기업수인 18개사보다 많았고, 상승 기업 비율은 약 75.7%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쯤되면 글로벌에서 우리 스팩 위상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시죠? 현재 스팩은 미국을 중심으로 캐나다, 유럽 등에서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지만, 아시아권 국가들은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반면 코스닥시장은 미국에 이어 2위권의 상장 실적을 보유하면서 아시아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스팩이 활성화된 곳이라고 하네요.

현재 우리나라 스팩은 제도 도입 이후 10년 간 약 1조9000억원의 공모자금을 조달해 1개사당 평균 약 110억의 자금 조달이 이뤄졌습니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공모 규모가 평균 약 200억원을 상회하는 등 대형 규모의 스팩이 상장됐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규모가 감소해 최근에는 80억원 내외의 중·소형 스팩 상장이 가장 많다고 합니다. 

스팩 합병은 공모금액을 안전하게 확보하는 것이 장점이지만, 대형 기업은 공모에 참여해 가능한 많은 공모금액을 모으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때문에 대형 기업은 스팩보다는 기업공개(IPO) 수요가 높습니다. 

이렇듯 전통적 IPO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법의 자금 조달 창구로 거듭나고 있는 스팩. 그 꾸준함과 다양한 장점을 통해 앞으로도 우량 중소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 창구로, 나아가 IPO의 든든한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랍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