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오늘] 늘어나는 부동산 PF '제2 저축은행 사태'로 번지나

2020-01-14 09:21:28

- 금융당국 저축은행 감독 강화에도 '부실 도미노' 사태 발생

[프라임경제] "서민금융사들이 예금보험제도와 세금혜택 등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민대출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다른 영역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조그만 사업(리테일 영업)을 위주로 하던 국민은행에서부터 신협까지 금융사들의 쏠림현상이 정말 심각합니다."

'10년 전 오늘'인 2010년 1월14일, 당시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서울 은행회관에서 은행연합회 등 7개 금융협회장과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호소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저축은행들 감독에 한계가 있어 차별적인 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죠.

▲금융위원회 로고. ⓒ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언급한 '저축은행 PF 대출'은 저축은행이 진행한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의미하는데요. 이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석유·탄광·조선·발전소·고속도로 건설 등 사업에 흔히 사용되는 방식으로,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된 금융기법입니다.

즉 프로젝트 자체를 담보로 장기간 대출을 진행하는 것이기에 금융기관이 개발계획 조사와 입안 단계부터 참여해 프로젝트 수익성이나 업체 수행능력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심사를 합니다.

특히 여기서 대출 상환은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원천하는 만큼 프로젝트 캐시 플로를 유지·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때문에 정상 흐름을 방해할 수 있는 장애 요소들은 모두 리스크로 간주되곤 하죠.

여러 PF 대출 중 부동산 부분은 시장 상황에 따라 연체율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곤 합니다. 시장이 호황일 경우 대출 원리금 납부에 문제가 없어 그 만큼 연체율이 낮아지는 반면, 침체시 상환에 차질을 빚게 되면서 연체율도 덩달아 높아지는 것이죠.

그렇다면 지난 10년간 '저축은행 PF' 관리 감독은 잘 되고 있었을까요? 정부 발표와 자료 등을 통해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대형저축 '감독체계' 은행 수준으로 강화

사실 금융당국은 2010년 전후 과거 서민금융기관의 서민금융 지원 강화를 유도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습니다. 일부 저축은행들이 자산 10조원을 자랑하는 '대형 공룡'으로 성장하자 본격적인 감독 강화에 돌입한 셈이죠.

실제 당시 저축은행들의 부동산 PF대출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죠.

전체 금융권 부동산 PF대출 잔액은 2009년 6월 말 84조원에서 12월 말 82조4000억원으로 1.9% 줄었으나, 저축은행권의 경우 오히려 11조원에서 11조8000억원으로 7.3%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연체율도 9.56%에서 10.60%로 1%p 이상 확대됐죠.

뿐만 아니라 2009년 12월 말 기준 저축은행 대출 가운데 PF대출 비중이 무려 18.2%에 달했죠. 이는 △증권(8.0%) △보험(5.7%) △은행(4.3%) 등 보다도 월등히 높은 수치입니다.

당시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형 저축은행에 대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규제나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을 은행 수준으로 강화할 계획"이라며 "대신 업무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감독의 틀을 고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에 한해 외환 업무와 어음 인수 등 감독기준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 연합뉴스

즉, 저축은행에 한해 외환 업무와 어음 인수, 국공채 매매 등 업무를 허용하는 대신 충당금 적립 등 건전성 감독기준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도였죠.

아울러 '총 대출 30% 이내'로 규제하던 저축은행 PF 대출 한도를 더욱 줄이는 동시에 증권 및 보험사 등 여타 2금융권 PF 대출에도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을 내놓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 2010년 9월 저축은행 대규모 PF 부실사태가 발생하자 금융당국은 상호저축은행업감독규정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편을 제시했죠. 2015년까지 PF대출을 20% 이내, PF대출과 건설업, 부동산업 및 임대업에 대한 대출 합계액은 50% 이내로 맞춰야 한다는 내용이었죠.

물론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관련 대출을 명목상 차주에 따라 기타 및 금융업 대출로 분류할 경우 오히려 부동산 대출 억제 효과가 반감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죠. 즉, 신용대출을 늘려 여신 규모를 확대하거나 혹은, 기타 및 금융업으로 분류된 부동산 관련 대출을 회수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벼랑 끝에 선 저축은행, 결국 터진 'PF' 사태

하지만 결국 저축은행 '부실 도미노' 사태(2010년)가 발생, 일각에서 제기된 우려는 현실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한때 저축은행들에게 고수익을 안겨주던 '황금알 낳는 부동산 PF'는 어느새 '마약독약'으로 바뀌며 서서히 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만 것이죠. 뿐만 아니라 전체 금융권을 흔들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팽배했습니다.

당시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로 2011년 6월 말까지 저축은행 PF대출 손실액을 최대 1조9000억원으로 내다봤습니다. 2010년 6월 말 8.7%였던 PF대출 연체율도 24.3%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뒷북 대응'이라는 비난에도, 부랴부랴 부실 정리에 필요한 구조조정 기금을 3조5000억원에서 4조5000억원으로 늘려 달라고 국회에 요청할 정도였으니깐요.

▲초고강도 대책으로 불리는 12·16 부동산 대책 후 약 한 달을 맞은 지난 12일 오후 서울 강동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9억이하 주택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 연합뉴스

위기 모면을 위해 정부 측 공적자금으로 저축은행 부실 PF 채권 3조8000억원 가량을 매입해 13.7%에 달하던 연체율을 진정시켰으나, 이는 '미봉책'에 불과했습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높은 금리를 확보한 자금을 사업성은 따지지도 않은 채 부동산 PF에 투자한 저축은행들이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곪을 대로 곪은 이들 저축은행은 더 이상의 정상 영업조차 버거운 처지에 몰리자 금융당국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6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립니다.

물론 금융당국은 영업정지 이후 정상화 기회를 꾀하려는 의도였으나, 한 번 무너진 저축은행들은 끝내 일어서질 못하고 대부분 △피인수·합병 △자산·부채 이전 △파산 등 형태로 정리되고야 말았습니다.

◆10년 후 지금, 제2의 '저축은행 사태' 우려

그렇다면 10년이 지난 지금 저축은행 업계는 어떨까요? 모두 정상화 됐을까요?

'저축은행업권 PF대출 현황'을 살펴보면, 2018년 3분기 말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 PF대출 총금액은 5조2019억원에 달합니다. 이는 대규모 '영업정지 사태' 직후인 2011년 12월 PF대출 규모(4조3741억원)를 넘어선 그야말로 '주의보'인 상태인 셈이죠.

저축은행들이 경기 악화와 정부 대출금리 상한선 인하 압박 등으로 점차 수익성이 악화되자 2014년부터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 부동산 PF로 시선을 돌린 것이죠. 실제 저축은행 PF대출 금액이 2014년 6월 최저점(1조7000억원)을 찍은 후 상승 전환하기 시작하면서 지난해까지 2.5배 넘게 늘어났죠.

이 때문에 '제2 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습니다.

그동안 부동산 호황 덕에 PF대출 연체율이 낮았지만, 지방 중심으로 부동산 하락세가 본격화되는 움직임을 보이자 5조원 이상의 PF대출이 또 다시 저축은행들의 쓰나미가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죠.

실제 최근 부동산이 위축되고 있는 지방의 경우 상당수 저축은행들이 회수되지 않는 부실 PF대출을 떠안고 있습니다. 서울과 비서울간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방 건설 프로젝트가 불안한 상황이 놓여있기 때문이죠.

물론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영업정지 사태(2011년) 이후 상대적으로 소규모 PF 대출을 취급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고 있어 '급격한 부실화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저축은행 관계자 역시 "50% 넘는 연체율을 기록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럼에도, 곳곳에서 '비서울권 저축은행들 수익률 하락세 전환'과 더불어 PF 대출 잔액이 점차 누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부정적 시각이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향후 부동산 경기에 따라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알수 없는 만큼 PF 대출 동향을 면밀히 지켜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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